"A 씨에겐 징역 1년을, B 씨에겐 징역 1년 2월을 선고한다".

 

4개월 간 벌어진 긴 법적 공방의 끝은 결국 징역형이었다.

 

15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

 

이병헌에게 음담패설 동영상을 빌미로 50억 원을 요구했던 걸그룹 멤버 A(21) 씨와 B(25) 씨는 선
고가 끝나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선고공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이들이 처음이자 마지
막으로 취재진들에게 보여준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세 차례의 공판에서 피고인 두 사람과 이병헌 측이 주장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짚
어나갔다.

 

두 사람의 범행에서 금전적 동기가 우선시된다고 판단해 징역형을 내렸고, 이병헌과 연인관계였다
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재판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계기였던 B 씨와 이병헌의 관계에 대해서는 SNS
메시지 등 증거 자료를 토대로 '피해자가 B 씨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라고 말했다.

 

이병헌이 유명인이고 유부남인데도 불구,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과한 성적 농담과 이성적 관심을
보여 빌미를 제공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재판부의 최종 판결문으로 4개월 동안의 법적 공방을 돌아봤다.

 

◈ 이병헌과 B 씨의 만남 그리고 문자

 

재판부가 확인 가능한 객관적 증거는 이병헌과 B 씨 사이에 오고 간 문자 메시지뿐이었다. 재판부
는 이성적 관심을 나타낸 쪽이 B 씨보다는 오히려 이병헌 쪽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명인이자 유부남인 피해자가 B 씨와 제한적 공간에서 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게임하는
과정에서 키스 등 신체접촉을 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남을 시도, 성적 메시지 등을 보낸 것에
비춰보면 B 씨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이성적으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라
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이병헌을 대한 B 씨의 태도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관심이나 애정의 정도가 비슷해야 연인이다. 피해자와 나눈 메시지 내용을 보면 B 씨는
만남을 회피하고, 피해자의 요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관계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 수시로
주고 받은 SNS 메시지에서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좋아한다는 감정이 전혀 없는 것으로 비춰,
이성적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범행 모의의 시작과 끝

 

모든 범행 모의는 이병헌 몰래 A 씨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 몰래 피해자가 성적인 농담을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B 씨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8월 6일 경, B 씨는 A 씨에게 '디스패치'에 (동영상을) 넘기면 10억 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A 씨는 '돈을 받고 외국으로 도망가자'며 이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모의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달 14일 이병헌을 만나며 이들은 또 한번 요구할 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계획이 실패하자
이를 두고 메시지가 오가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만남 날짜를 정하고, 돈을 얼마 요구할지 정하며 서로 상의했다. '1,000만 원이
너무 세냐', '외국으로 도망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피해자가 요구를 거절했고 두
사람은 '못 뜯어 내겠다', '작전을 짜자', '그냥 가자', '집 얘기 꺼내자마자 이런다. 자기가 먼저 인연
끊어주니 고맙다'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 '끝까지 연인관계' VS '이성적 감정 없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재판부에 범행 동기가 '연인관계에서 발생한 이별'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소 사실에 나온 금전적 부분보다는 피해자와 연인관계였는데, 피해자가 일
방적으로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자 성적 대상으로 희롱, 농락 당했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으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팽팽히 맞선 이병헌 측의 주장도 함께 전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이성적 감정은 전혀 없었고 그저 만나서 술을 마시고 놀면서 즐거운 만
남을 가졌다고 이야기했다. SNS 메시지 내용도 서로 간에 충분히 허용 가능한 농담일 뿐이고, 피고
인이 오해할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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