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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새 대표가 넘어야 하는 다섯개의 고개.. 권력 의지보다 더 중요한 ‘정치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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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새 대표가 넘어야 하는 다섯개의 고개.. 권력 의지보다 더 중요한 ‘정치해야 할 이유’
  • 온라인뉴스 기자
  • 승인 2019.02.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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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연설하는 황교안 전 총리

① 혁신-5·18 망언 징계 및 박근혜 탄핵 인정
② 통합-계파안배 당직인사 및 보수세력 통합
③ 원내-4·3 창원성산 전격 출마 가능성 관측
④ 정치-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대표 상대해야
⑤ 지지도-총선 패배 여론조사 쏟아지면 위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압도적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대표에 선출됐습니다. 그가 대표에 당선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세 가지 효과가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첫째, ‘신상 효과’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정치 신인입니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낀 보수층 유권자들이 정치 경험이 없는 새로운 인물에게 보수 구원의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2011~2012년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 2016~2017년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불었던 ‘반기문 바람’과 비슷합니다.

둘째, ‘주류 효과’입니다. 그는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습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관료 출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더구나 기독교 신자입니다. ‘종북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나 신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셋째, ‘홍준표 효과’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기분 나쁘겠지만 보수는 기본적으로 점잖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말과 행동이 점잖습니다. 법무부 장관이나 국무총리 시절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심하게 공격을 받을 때도 언성을 높인 일이 없습니다.

2013년 9월 관상가 신기원 씨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마의상법은 관상의 완성을 목소리라고 본다.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목소리가 나쁘면 완벽한 관상이 못 된다. 그런 예가 바로 김종필씨다. 그는 세상에 없는 귀상이다. 그런데도 그가 최고 권좌에 못 오른 것은 탁성 때문이다. 반면 최근 공직자 중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이다.”

신기원 씨의 말대로라면 황교안 대표가 최고 권좌에 오르겠네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신기원씨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정치부 기자로서 정치인의 관상보다는 정치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그가 가진 가치관 등 정치인의 ‘내용물’을 더 믿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쯤 ‘황교안 전 총리가 보수를 살리기 어려운 이유 일곱 가지 이유’를 ‘정치 막전막후’로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책임, 시대정신 불일치, 색깔론 분열, 정책 대안 부재, 정치 경험 전무,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적격, 보수 혁신 및 통합 불가능 등입니다. 황교안 대표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비관적 전망은 대표가 됐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제 황교안 대표에게 자유한국당을 재건할 책무가 주어졌습니다. 그가 자유한국당을 제대로 혁신해서 집권 가능한 정책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면 좋겠습니다. 우리 국민도 이제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그가 대표가 되기 훨씬 전에 이런저런 의견을 미리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략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혁신입니다. 혁신의 핵심은 ’과거와의 결별’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 직전 터진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5·18 왜곡·모독·망언’으로 치명적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승하던 당 지지도가 다시 주저 앉았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당장 세 사람에 대한 징계안을 과감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징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역사를 부정하는 수구 세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순례 의원 징계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궁금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이별해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웠던 사람입니다. 그가 대표가 된 이상 자유한국당은 ‘도로 박근혜당’으로 불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탄핵 찬반을 묻는 질문에 ‘세모’라고 답하는 어정쩡한 태도로는 ‘박근혜당’ 이미지를 벗을 수 없습니다. 검사,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인이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100% 존중해야 합니다.

2020년 총선 물갈이 공천은 그 다음입니다.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는 2000년 총선에서 김윤환, 이기택 등 당내 지분을 가진 거물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습니다. 보수층 유권자들은 이회창 총재의 결단에 갈채를 보냈고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꽤 여러 사람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약속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했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사람을 보내 ‘비례대표 공천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이라면 걱정스런 일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친박, 비박을 가리지 않고 얼마나 과감한 물갈이 공천을 해낼 수 있을지에 자유한국당의 회생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가 그런 결단을 할 수 있을까요?

둘째, 통합입니다. 당내 계파 통합도 해야 하고 당밖 세력과 보수 통합도 해야 합니다.

통합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당장 황교안 대표는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를 임명해야 합니다. 비박과 친박, 복당파와 사수파, 수도권과 영남 등 다양한 세력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정당 경험이 전혀 없는 황교안 대표가 당직 인사를 잘 할 수 있을까요?

황교안 대표는 대표로 선출되기 전부터 바른미래당에 통합을 제의한 일이 있습니다. 될까요? 안 됩니다. 바른미래당이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과 통합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지 못하면 202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보수 논객들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그런 정계개편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요?

셋째, 원내입니다. 자유한국당에는 113명의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을 정치인으로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외 당대표는 리더십에 한계가 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성격상 원외인 황교안 대표가 국회 일에 개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에는 벌써부터 두 사람의 신경전과 불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내에 진입해야 합니다. 여야 전략통 중에는 4·3 재보선 경남 창원성산에 황교안 대표가 전격 출마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999년 6·3 재보선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됐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011년 4·27 재보선 경기 분당을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낙선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가 과연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넷째, 정치적 역량입니다.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의 연설은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어색했습니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도, 대의원들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정치인에게 연설은 단순한 포장이 아닙니다. 연설은 곧 메시지요, 진정성입니다. 정치적 역량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언제쯤 정치적 역량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까요?

대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당장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해야 합니다. 현직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참모 조직과 집권여당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는 권력자입니다. 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회담을 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황교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를 상대해야 합니다. 이해찬 대표는 산전수전 다 겪은 7선 국회의원입니다. 두 사람의 수싸움에서 누가 우위에 있을까요? 황교안 대표는 ‘전투력의 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다섯째, 지지도입니다.

정치에서 지지도는 신기루가 아니라 실체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이제부터 자유한국당 정당 지지도를 책임져야 합니다. 책임지는 사람은 외로운 법입니다. 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났는데도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패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자유한국당 당원과 국회의원, 그리고 보수 세력 전체가 나서서 황교안 대표를 끌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정치란 비정한 것입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5일 아침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했습니다. 누군가 ‘마지막까지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김병준 위원장이 웃으며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당이 또다시 어려워지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돌아올 수도 있다”고 우스개를 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뼈있는 농담’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다섯 개의 험난한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요? 황교안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이런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대표 수락 연설입니다.

당선이 확정된 순간 깃발을 흔드는 황교안 전 총리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저는 자유한국당 당원동지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받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두 손에 받아 들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큰 기대와 성원, 새로운 정치로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길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 이 기쁜 자리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먼저, 김병준 비대위원장님을 비롯한 비대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당대표 경선을 함께 뛰어주신 오세훈 후보님, 김진태 후보님, 정말 감사합니다.
끝까지 동지의식을 지키며 멋진 경쟁을 펼쳐주셨습니다.
아울러, 당선의 기쁨을 안으신 조경태, 정미경, 김순례, 김광림, 신보라 최고위원님께,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안타깝게 낙선하신 여러분도 모두가 우리 당의 소중한 보배들입니다.
모든 분들께, 동지 여러분의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원팀입니다!
우리 당과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갑시다!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는 전진하고, 전진하고, 또 전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온 위대한 국민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난과 허기도 우리의 꿈을 꺾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다시 하나 되면, 못 해낼 일이 없습니다.
저 황교안, 당원동지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습니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뛸 수 있는 젊고 역동적인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해지고 국민의 행복이 나라의 동력이 되는 초일류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서겠습니다!
8천만 겨레가 자유와 번영을 함께 누리는 진정한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그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한 걸음이 바쁘고, 한 순간이 다급합니다.
승리의 기쁨은 지금 이 자리로 끝내겠습니다!
이 단상을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 교체를 향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습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정책정당, 민생정당, 미래정당으로 자유한국당을 담대하게 바꿔나가겠습니다!
혁신의 깃발을 더욱 높이 올리고 자유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습니다!
승리와 영광의 그 날까지 자유 대한민국을 새롭게 세우는 그 날까지 동지 여러분과 함께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떻습니까? 압축하면 “잘 하겠다”는 말입니다. 조금 길게 압축하면 “정말 자~알 하겠다”는 말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연설이나 회견에는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입니다.
‘어떻게’입니다.

정치인은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어떻게’가 바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 대통령을 해야 할 명분입니다. 따라서 ‘어떻게’가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과거 수많은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에 걸려 낙마했습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안철수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권력 의지가 아닙니다. 정치를 해야 할 이유, 대통령이 되어야 할 명분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뜻입니다. 험난한 고개는 어찌 어찌 넘을 수 있을지 몰라도, 넘사벽은 넘을 수 없습니다.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에게 ‘정치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그게 바로 넘사벽입니다.

황교안 대표에게 정치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직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대표가 됐지만 정치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그에게 정치적 미래는 없습니다. 보수 기득권 세력의 1회용 소모품으로 소비될 수도 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겠습니다.[=성한용 선임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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