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연출한 ‘비브르 사 비(Vívre Sa Víe)’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4월 4일 개봉이 확정되었다. 영화 ‘비브르 사 비’는 가혹한 세계에서 ‘거리의 여자’로 살아가는 ‘나나’의 비극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인간을 상품화시키는 사회 속에서 파멸되는 한 여자의 삶을 탁월하게 영상화했다.

'비브르 사 비' 스틸사진 (제공=알토미디어)

독특한 영화구도를 보여주고 있는 ‘장 뤽 고다르’ 감독과, 올해 1월 안타깝게 타계한 클래식과 재즈를 두루 섭렵한 ‘미셸 르그랑’ 음악감독 그리고 누벨바그의 많은 감독들의 엔딩크레딧을 장식한 정교한 촬영기법을 보여주었던 ‘라울 꾸따르’의 만남은 장면과 음악이 이야기를 하는 그러한 12개 에피소드들, 어쩌면 흔한 이야기들을 매혹적인 영화로 만들어냈다.

'비브르 사 비' 메인포스터 /(제공=알토미디어)

공개된 메인 포스터에는 극장에서 ‘칼 테오드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나’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과 ‘잔 다르크’의 기구한 삶을 비추어보며 슬퍼하는 ‘나나’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한다. 특히, ‘나의 삶은 나의 것’이라는 카피는 비록 불운하지만 그녀가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와 열망을 가지고 꿈을 꾸는 모습을 보여주며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비브르 사 비' 스틸사진 /(제공=알토미디어)

메인 예고편은 4:3 화면 비율의 흑백 이미지와 함께 정면을 응시하며 클로즈업 되는 '나나'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예고편의 배경음악으로 담긴 OST인 'Swing Swing Swing'과 함께 ‘나나’의 모습은 비극적인 그녀의 삶과는 대조를 이루며 오히려 경쾌하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카페 안에서 주크박스 음악에 맞추어 자유롭게 댄스를 펼치는 '나나'의 모습은 미래에 대한 그녀의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안나 카리나’의 눈빛과 이를 담아낸 ‘장 뤽 고다르’의 연출이 완벽히 조화돼 매혹적인 잔영을 남긴다.

"비브르 사 비" 예고편 스틸사진 /(제공=알토미디어)

누벨바그란 용어는 조금은 낯설 수도 있다. 누벨바그 영화를 만들었던 작가들은 고전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잘 만들어진 소위 ‘웰메이드’ 영화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동시녹음을 통해 일부러 엉성하고 낯선 영화를 만들기에 이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B급 영화라 칭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은 본질적으로 기존 영화 제작에 대한 저항이 기본이기에 각 작가마다 특징들은 많이 차이가 난다.

'비브르 사 비' 예고편 스틸사진 /(제공=알토미디어)
'비브르 사 비' 영화 속 배우 안나 카리나 /(제공=알토미디어)

감독의 첫 번째 배우이자 영원한 뮤즈로 유명한 배우 ‘안나 카리나’, 그녀는 고다르와의 관계를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비브르 사 비’를 촬영할 때 특별히 제작된 의상을 ‘안나 카리나’ 배우만 입게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장 뤽 고다르’에 의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 ‘안나 카리나’ 배우는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비브르 사 비'에는 '사디 레보트'(라울 역), '안드레 S. 라바르트'(폴 역), '피터 카소비츠'(철학자 역)가 출연하여 영화의 미학을 완성하고 있다.

'비브르 사 비' 예고편 스틸사진 /(제공=알토미디어)

나나의 삶이 압축된, 이제까지는 다르게 알려져 왔던 몽테뉴의 인용이 현재 번역(영화의 전당 제공)에서는 다르게 번역되었다.

“Il faut se prêter aux autres, et se donner à soi-même.”

(예전 번역 ; 다른 사람에게 쓸모있으려면 너를 줘 버려라)

“타인 말고 자신에게/자신을 송두리째 던져라”

나나의 삶과 의지와 생각이 온전히 더 잘 느껴지는 번역이라 여겨진다

얼마 전 종영한 ‘로맨스는 별책 부록’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난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너에게 한 권의 책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구나.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한 사람의 마음에 자국 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겠니? 누군가의 한 권의 책이 되는 인생을 살아라”.

'장 뤽 고다르'의 영화는 끊임없이 변신해왔고 영화광들을 계속해서 열광시키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순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의 마음에 자국 정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진정 원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4월 4일, 매혹적인 흑백영화 '비브르 사 비'가 많은 관객들을 만나 관객들의 마음에 자국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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