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손석희 앵커 : 교학사 교과서가 문제가 된 부분을 여기서 다시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동안 보도도 많이 됐고 논쟁도 많이 있었으니까요. 수정건수라든지 단순한 오류보다도 사관에 의한 문제제기에 의해서 수정된 것이 숫자가 꽤 많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것들이 교과서로서의 신뢰감을 떨어뜨린 거 아닌가. 그래서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가 높아져서 채택율이 낮아진 거 아닌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그런 상황인데요.

양철우 교학사 회장 : 그건 아닙니다. 왜냐면요. 매스컴이 꼽은 거를 6개월 동안 희다희다 하면 흰 걸로 보이듯이, (2013년) 7월부터 교학사 교과서만 어떻다. 매스컴에서 지지고 볶았어요. 또 역사담당 선생은 대부분이 교원노조의 좌파입니다. 그 사람들이 채택을 안 한 거죠. 제대로 양심 있는 교장들은 다 그 교원노조 놈들이 막 하니까 귀찮아서 맡겨버리고 마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도 제대로 된 학교에서는 저희에게 연락이 와요. 책을 다섯 부만 보내 달라 검토해서 괜찮으면 쓰겠다, 그렇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손 앵커께서 교학사를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는 진짜 어디다 내놔도 8종 중 제일 잘 된 교과서라고 저는 자부하고 있어요. (2014년 1월 14일, JTBC '뉴스9‘ 중)

교학사의 태도는 5년 전, 6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지난 2013년 ‘식민사관’에 찌든 뉴라이트 집필진이 쓴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퇴출당하자, 양철우 교학사 회장이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출연해 내놓은 반응은 저러했다. 역사담당 교사들에게 대놓고 욕설을 퍼부어 파문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일베 이미지를 한국사 참고서에 사용한 교학사. ⓒ KBS

교학사는 지난해 8월에 출간한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급(1·2급) 최신기본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사진을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이라며 소개했다. 이는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에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것으로, 일베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용도로 쓰인 사진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교학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교학사는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나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교재를 전량 수거해 폐기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가족과 노무현재단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재단에 '기습 사과'를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노무현재단은 해당 사태에 대해,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학사를 상대로 강력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교학사 측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에 대해, 반박 논평에서 “뻔뻔하고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실제 구글에 ‘노비’, ‘추노 노비’ 등을 검색해도 노 대통령의 합성사진은 뜨지 않는다. ‘노무현 노비’라고 검색했을 때 비로소 노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인공로할 일이다. 참고서 전량을 회수하겠다는 회사 방침도 미봉이다. 숱한 친일, 독재 미화 등의 역사왜곡 사례를 남긴 교학사의 참고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꾸짖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다른 7종의 검정교과서들에 비해서도 오류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 JTBC

이 대변인이 언급한 대로 교학사는 심각한 전력이 있다. 앞서 소개했듯 지난 2013년 교학사는 ‘식민사관’에 찌든 뉴라이트 성향의 집필진이 대거 참여한 한국사 교과서를 내놓았다가, 친일·독재 미화라는 꾸지람만 들었다.

해당 교과서는 현장에서 채택율이 사실상 ‘제로’일 정도로 퇴출당하시피 했다. 게다가 교과서를 2년 반 동안 집필했음에도 2천개가 넘는 ‘오류’가 발견될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자 자한당 전신 새누리당은 나머지 7종 검정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라고 매도하며 여론전을 펴기 시작했다. 당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학사 교과서가 현장에서 퇴출당하니, 국정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을 펼쳤던 것이다.

대부분 역사학자들이 반대했음에도 박근혜 정권은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유신독재시절처럼 국정교과서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대놓고 친일독재를 덮겠다는 정권 차원의 시도였다. 얼마나 황당했으면,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을 정도였으니. 이듬해 초, 황우여 당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역사는 한 가지 교과서로 역사를 균형있게 가르치는 것은 국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교과서 강행을 분명히 했다. 결국 그해 제2의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 일어났다. 그해 11월 국정교과서 강행이 발표됐다.

황우여 당시 부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공언했다.

2015년 11월, 황우여 당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국정교과서 저술에 대해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모든 건 밀실에서 이뤄졌다. ⓒ 연합뉴스TV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것입니다. 국민이 직접 검증한, 국민이 만드는 역사교과서를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집필진도 공개 안하고, 또 심의위원도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밀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현 자한당 대표는 대국민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두둔하면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지 않은 99.9%의 학교들이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강변했다.

“전국에 약 2,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중 3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전체,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다양성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다양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런 궤변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0.1%가 99.9%더러 '편향'이라 비난하는 걸 '정상'이라 여기는 자들을 지칭할 때 쓰는 '올바르고 균형 잡힌' 용어가, '정신이상자'다. 0.1%가 99.9%를 '편향'이라 비난하는 '인간 사회'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결국 이처럼 졸속으로 강행된 국정교과서는 2016년 11월, 1년 뒤 세상에 튀어나왔다. 집필진은 모두가 전망했듯 사학자들은 빠지고, 뉴라이트 인사들이나 이승만 찬양자들이 줄줄이 모여 있었다.

역시나 국정교과서는 뉴라이트의 궤변대로, 대한민국 건국시기를 1948년 8월 15일로 사실상 기술했다. 또 역시 예상했던 대로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 등을 높게 평가하는 등, 독재 미화 논란까지도 자초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시즌2였던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나왔지만 역시나 오류투성이였다. 결국 사회적 갈등만 야기한 국정교과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폐기처분됐다. ⓒ YTN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박근혜 국정농단’이 터진 시기로,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당연히 폐기처분됐다.

문제의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는 이후 국정교과서 파동까지 일으켰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거대한 파장을 낳았다. 교학사 교과서의 시즌 2였던 국정교과서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니, 교학사가 일베가 사용하는 이미지를 쓰면서까지 저렇게 치졸한 방법으로 보복(?)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앞으로도 쏟아질 듯하다. 교학사 측이 무슨 해명을 내놓든, 앞으로도 설득력을 얻을 일은 전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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