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러시아 보고서에 대하여 - 2

미국 대표단장 토마스 에클스는 본국의 로저 마이클 소장으로부터 러시아 조사보고서 요약본을 이메일로 전달 받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쪽 보고서 요약본에 대해 익일 낮까지 분석하여 그 결과를 카트라이트 미 합참차장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대장은 오바마 정권의 합동참모본부 차장직을 맡고 있는 국방 핵심 참모입니다.  

명령에 따라 토마스 에클스 소장은 러시아 보고서 요약본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여 다음과 같이 보고합니다.

러시아 보고서가 시간의 불일치(timing inconsistencies)를 지적하고 있다는 부분은 CCTV 시간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국방부가 4분여 오차가 발생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관한 것입니다)

프로펠러는 ‘좌초(grounding)’로 인해 손상되었다고 러시아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으며,

어뢰파편들의 부식상태를 볼 때 6개월 이상 물 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

그리고 토마스 에클스는 러시아보고서가 천안함 침몰이 ‘기뢰(mine)’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합니다.

당시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사고의 원인으로 기뢰(mine)의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저의 분석과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 프로펠러를 조사한 결과 천안함이 반파되기 이전에 ‘좌초’로 인해 프로펠러가 손상되었다고 판단함. 그러나 ‘좌초’가 선체반파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함.

2. ‘1번 어뢰’의 부식상태를 보았을 때 6개월 이상 되었으며 천안함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함. 따라서 ‘어뢰’가 아니면서 선체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것으로 ‘기뢰’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함.

3. 이 부분에서 러시아 조사단이 ‘충돌’의 가능성을 생각지 못한 것은 ‘충돌’은 상대선박이 존재해야 하지만 당시 천안함과 충돌한 상태방에 대한 언급도 없을 뿐만 아니라 충돌이 존재했다는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겨우 7일간 조사를 실시한 러시아 조사단이 ‘충돌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염두에 두기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저는 분석합니다.

토마스 에클스는 러시아 보고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분석 결과를 보고합니다.

사실 토마스 에클스가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 요약본에 대하여 “여러 개의 발생하기 어려운 증명되지 않은 사건들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사건들로 발생하기 어려운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은 마치 우리 국방부나 군 당국의 견해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천안함 함미가 겨우 물 밖으로 첫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 미국 본부에 이메일로 <사고원인은 ‘비접촉폭발’(under water explosive not contact)>로 보고한 ‘토마스 에클스’이고 보면, 그의 주장을 철저히 따르고 신봉하는 우리 군 당국 역시 그와 다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미 합참 수뇌부의 고민

토마스 에클스의 보고와는 별개로 미 합참의 수뇌부는 러시아 보고서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문안 작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것이 토마스 에클스가 수신한 이메일 속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합참의 스터디번트 그레그 소장은 토마스 에클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美 NSA(안보국) 소속의 존스가 러시아측을 접촉하여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문안에 따르도록 요청키로 하고 그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대응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레그 소장은 토마스 에클스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스터디번트 그레그 소장은 토마스 에클스에게 “카트라이트 장군이 혹시 한국측에 (러시아 보고서에 대해) 알려줬는지 묻더군요”라고 하자 토마스 에클스는 “아니요, 알릴까요?”라고 반문합니다.

그러자 그레그 소장은 “아니, 카트라이트 장군이 NSC에서 논의할 것이니 그 결과가 나올 때가지 기다려 보자”고 말합니다.

이 대화의 내용을 보면 러시아로부터 이미 러시아보고서를 전달받은 미국이 한국측에는 그 내용에 대해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후 누군가로부터(발신자가 지워짐) 토마스 에클스에게 보내어진 이메일의 내용을 보면 한국측은 이미 러시아 보고서의 존재와 내용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미국 수뇌부는 한국측이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러시아보고서 사본을 봤거나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측은 기문이 좋지 않고, 러시아측은 보고서 공개를 협박중이고 만약 러시아 보고서가 공개된다면 앞으로 진행될 과정이 뒤죽박죽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우려에 대해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미국측의 우려는 현실로 불거지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수뇌부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러시아측과 적극적이고 원만하게 협의를 하였던 결과가 아닐까 분석합니다만, 아무튼 많은 논란 끝에 2010년 7월 9일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러시아측이 미국의 주장과 견해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과 한국은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의 내용 가운데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체로 ‘북한’이 명시되기를 강력히 희망했겠지만, 결국 러시아의 강력한 이의제기에 힘입어 공격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채 다소 후퇴한 표현인 ‘공격(Attack)을 규탄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논란 가운데 매우 특이한 움직임을 보인 사람이 있는데 바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입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美 CIA 30년 근무 경력에 걸맞게 국제적으로 폭넓은 인맥과 정보망을 확보하고 있는 최고위 인사입니다. 그런 그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놀랄만한 증언을 하였습니다.

러시아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난처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도널드 그레그(전 CIA국장. 전 주한미대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명박 시절의 정부와 군 당국이 그러한 비중 있는 인사의 주장과 견해를 무시하고 묵살한 것에 대해서만큼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국방부가 주장하듯 과학적이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천안함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는 말이 공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상철 (前 천안함 민군합동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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