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82.9%랑 17.1%가 같다?

MBN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인 <판도라>는 지난 25일 방송에서 최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를 조명했는데, 방송에서 믿기 힘든 그래프가 하나 등장했다.

네티즌의 원성을 듣고 있는 MBN '판도라‘ 그래프, 공수처 설치 찬성여론이 80%대로 압도적임에도 고작 절반 정도만 되는 듯이 왜곡했다. ⓒ MBN

<판도라> 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는데 찬성 82.9%, 반대 12.6%로 나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3월 초 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나온 원형그래프가 너무나도 이상했다. 공수처 찬성의 82.9%를 원그래프의 절반가량밖에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반대 12.6%과 무응답 4.5%, 도합 17.1%와 82.9%가 비슷하게 표시된 것이다.

압도적으로 찬성 여론이 높은데도, 마치 찬반이 비등비등한 것처럼 표현했다. 공수처가 설치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 제작진의 농간(?) 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공수처를 결사 반대하는 것은 자한당이니, 자한당 편을 들고 싶은가보다.

이렇게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들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나 통계 발표 수치를 그래프로 시각화해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일들은 종종 벌어지곤 했다.

또 27일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에서도 논란의 그래프가 등장했다. 내달 3일 열릴 재보궐선거에서 창원성산구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로 선정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 이후 1위로 앞서나가자마자, 왜곡 그래프가 방송에 등장했다.

<중앙일보>가 지난 25~26일 창원시 성산구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41.3%의 지지를 얻어 강기윤 자한당 후보(28.5%)를 10% 포인트 이상 앞섰다.

채널A의 그래프 조작, 여영국 후보가 강기윤 후보를 13%포인트가량 앞서 나감에도 마치 두 후보간 지지율이 비슷한 것처럼 그려놨다.  ⓒ 채널A

그러나, 채널A가 방송한 막대그래프는 여영국 후보와 강기윤 후보가 마치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처럼 비슷하게 표시했다. 이런 황당한 눈속임을 쓰니 당연히 비난을 살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그래프 내용도 네티즌 입방아를 맞기도 했다. 이것도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작된 그래프였다.

당시 KBS가 인용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48.7%)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34.9%)를 13.8%포인트 앞섰다.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36%)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34.7%)는 1.3%포인트 차이로 접전이었고, 인천시장의 경우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43.9%)가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35%)를 앞섰다. 세종시장 선거에서는 유한식 새누리당 후보(41.3%)가 이춘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40.6%)와 박빙의 접전을 벌였다.

지난 2014년 KBS에 보도된 지방선거 지지율 그래프. 가장 큰 격차(13.8%포인트)가 나는 서울시장 선거보다 고작 1,3%, 0.7%포인트 차이 나는 경기지사와 세종시장 선거의 높낮이 차이가 컸다. ⓒ KBS

그러나 KBS의 여론조사 그래프만 보면, 가장 큰 격차(13.8% 포인트)가 나는 서울시장 선거보다 고작 1,3%, 0.7%포인트 차이 나는 경기지사와 세종시장 선거의 높낮이 차이가 컸다. 정말 황당한 그래프가 등장해 어이를 상실케 했다. 방송이 대놓고 새누리당 편을 들기로 작정한 듯한 모습이었다.

언론이 이런 식으로 그래프 장난을 친다고, 쉽게 속아 넘어갈 국민이 아니다. 이미 시민들은 언론을 믿는 대신 스스로 팩트체크하는 시대다. 그런데 여전히 자신들이 의제를 독점하고 있다고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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