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선영 기자] 31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안의 법적 타당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합의안은 노사 간 ‘합의’로 제도를 도입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만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근로기준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의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본위원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합의'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경사노위 합의안에 따라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노동시간이 ‘협의’만으로 변경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며 “사용자에 의한 주별 노동시간 변경이 용이해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탄력근로제 운영요건 완화가 담긴 경사노위 합의문 3항의 타당성을 질의하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경사노위는 이날 합의안 3항은 “▲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도입한다. ▲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는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예외조항으로 천재지변,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 근로자대표와 ‘협의’로 주별 노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합의를 최종 의결하고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방안을 경사노위 합의에 따라 탄력근로제 도입 시 기존 일별로 정하던 노동시간을 주별로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사 간 서면합의로 주별 노동시간만 정하고, 일별 노동시간은 노동자에게 통보하면 된다. 업무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의제별 위원회 발족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입법조사처는 탄력근로제의 도입요건(서면합의)과 내용의 변경요건(협의)을 달리 규정한 점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에서 관련 제도의 도입을 ‘서면합의’로 했다가, 그에 대한 변경을 ‘협의’로 하고 있는 규정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근로기준법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의 노사정 합의가 있었지만 국회 논의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주별로 노동시간을 확정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일별로 노동시간을 확정할 때는 근로자대표가 노동시간 배분에 참여할 수 있어 노동자 스스로 업무·휴식 시간을 조율할 수 있었다. 합의안이 적용되면 일별 노동시간은 사용자 통보로 결정된다.

지난 본위원회에 불참했던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근로자위원 3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위원 18명으로 구성되는데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한다. 4차 본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사노위는 이날 본위원회에서 소수 위원의 보이콧으로 위원회가 공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본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노동자 입장에서 일별 노동시간 배분에 대해서는 참여할 수 없고 일별 노동시간의 장단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일별 노동시간 배분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해서는 “노동자의 건강상 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미 의원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일별 근로시간 변경권을 쥐여준 ‘과로사 개정안’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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