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전통춤 지킴이로 살아온 무용가들을 “기량점검” 대상자로 전락시킨 문화재청

“태평무 하면 이현자, 이현자 하면 태평무로 살아왔다"

"전통춤은 단순히 기량만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춤이 전승되어온 내력과 그에 얽힌 혼과 정신들이 총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80세가 된 오늘까지도 전승활동에 힘쓰고 힘차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뉴스프리존=김은경 기자] 이는 4년전인 2016년 무형문화재 태평무 전수조교보유자인 이현자씨가 문화재청의 '태평무보유자 후보 선정'에 반발해 (당시)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게 된 이유를 밝힌 내용이다. 

2016년 3월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부당함을 제기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이현자 태평무 보유자 후보.

4년후인 2019년  4.1일 문화재청이 무용인을 무형문화재로 선정 인정 예고하면서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했으며 약 20명이 심사에 응시했다. 그 결과 태평무 1종목에서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하여 충격을 안겨줬다. 무용계 장르를 초월한 36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심사위원 편파구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이 제기됐으며, 제자뻘 되는 이수자가 스승격인 보유자 선정심사를 맡는 등 심사위원 자격논란도 비판되었다. 태평무 인정예고자에 대한 예술적 정체성도 큰 논란이 되었다. 태평무의 원형과 정통성을 벗어나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 주자라는 점은 치명적 한계로 지적됐다. 무용계의 거센 반발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는 “보류결정” 됐고, 그 후 4년이 경과함으로써 이는 자동폐기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11명의 선정자 명단에 포함되어 의혹에 불을 지폈다.

2019년 3월 20일, 문화재청은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하여 영상기록을 통한 “기량점검”을 실시한다는 공문을 발송하였고, 탈락자들에겐 “기량점점”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음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종신제(終身制)인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영상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하면서 "더욱이 일평생 전통춤 지킴이로 살아온 무용가들을 `기량점검` 대상자로 전락시킨 문화재청의 반(反) 지성적 태도에 무용인들은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1일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민족의 혼과 얼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비상위는 성명서에서 "정권을 넘나들며 자행되는 문화재청의 불공정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 강행에 범 무용계는 분노를 넘어 치욕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우리는 오늘 4년 전 제도개선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문화재청의 시대착오적이며 독선적인 행정 폭주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 민족의 혼과 얼을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한다."며 이와같이 열거했다.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서 보유자 인정심사에 응시한 무용가들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검토(재심사)하여 11명을 선정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 전수조교와 이수자 구분 없이 통합하여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렀으나 평가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재검토(재심사)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한 객관적인 선정근거(점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객관적 근거(점수)를 무시하고 정책적 판단에 의해 전수조교 전원을 선정했다는 것은 불공정 특혜이자 밀실 행정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2015년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자 전 문화재청장은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무용계의 이의제기에 통감한다면서 문화재청의 행정적 미숙을 시인하고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으며, 무용계 여론수렴을 통한 합리적 제도개선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청의 행보는 불공정 심사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4년 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조사 결과를 아무런 개선조치 없이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표명의 다름 아니다. 

◇ 2019년 3월 27일 문화재청장은,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지난 4년간 자행돼온 문화재청의 부당행정에 대하여 잘못을 사과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3월 29일 문화재청은 불공정 심사 결과 선정된 것으로 의심되는 11명의 무용가를 대상으로 영상촬영 설명회를 갖고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영상에 의존하여 판단하겠다는 천박한 발상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화재청 스스로 문제 있다고 인정한 사안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으로, 불공정 심사논란이 초래된 4년 전 상황으로 회귀한 것을 우려한다"고 하면서 "이는 촛불혁명을 통해 ‘공정·평등·정의’를 시대정신으로 내건 현 정부의 문화재 정책이, 블랙리스트 파동을 일으키며 자멸한 박근혜 정부 시대로 퇴행하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족 고유의 춤문화 유산을 왜곡 변질시키고, 자칫 무용계의 생태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무용계는 크게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전면백지화'를 촉구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무형문화재는 개인이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닌, 국가의 공적(公的) 자산이다. 이른바 ‘인기종목’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유자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특혜와 권위로 전통문화자산의 사유화, 독점화에 대한 문제인식이 오래되었다. 각 장르의 특성 및 시대변화에 따른 전승환경을 고려한 이른바 ‘맞춤형’ 무형문화재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면서 "문화재청은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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