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4명이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소속이었던 정모 변호사,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 등이다. 그런데 이들의 혐의는 애매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대중의 분노에 야합하는 공권력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조 회장의 죽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조선일보 9일자 사설, 조 회장 급서, '적폐 청산' 희생자 몇 명째인가)

조선일보는 9일자 사설을 통해 조양호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희생양이라고 강변했다. ⓒ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관련, <조선일보>는 9일자 사설을 통해 조양호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희생양이라고 강변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해 이같이 적었다. 조 회장 일가가 마치 마녀사냥, 인민재판을 받은 것처럼 서술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진 조씨 일가의 엽기적인 갑질과 비리 행위들이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차녀인 에밀리 리 조의 ‘물컵 갑질’이나,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의 온갖 패륜적인 갑질 같은 것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적폐 기업인'으로 찍혀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 작년 4월 조 회장 차녀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진 이후 조 회장과 그의 가족은 범정부 차원의 사정(司正) 총공격을 받았다. 검찰·경찰은 물론, 관세청·공정위·교육부·고용부·복지부 등 11개 기관에서 25건의 조사를 받았다. '물컵' 사건과 관련도 없는 별건(別件) 조사로 확대돼 밀수, 가정부 불법고용 같은 온갖 사안으로 망신을 주었다. 18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계열사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조 회장 일가는 모두 14번 검찰·경찰·법무부 등의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 관세청장이 "조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고 공개 발언했지만 실제 있지도 않았다.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따로 없었다. 한 기업인 가족을 상대로 이렇게 국가 기관이 총동원된 적은 없었다.”

<조선일보>는 조 회장을 기소한 검찰과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축출한 국민연금을 거론하며, “지병이 있는 환자가 이러고도 사망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은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했다.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을 반대한 게 컸다. ⓒ KBS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비롯, ‘사무장 약국’을 운영하며 1522억 상당의 요양급여를 가로챈 각종 부패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자신의 부패 혐의는 물론, 일가의 온갖 추태가 드러났는데,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오너 리스크’를 당연히 피해야지 않나. 국민연금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을 한 것임에도 엉뚱한 비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이날 3면 <3면 검·경·국세청 등 11곳서 한진 一家 압박… 압수수색 18회, 소환 14회> 제목의 기사에서도 사정기관이 조씨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을 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대기업 임원의 말을 인용해 "한 기업인 가족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집단 따돌림이 빚은 참사",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한진 오너 일가도 분명 잘못한 게 있지만 이런 수사와 조사를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사실상 특정 기업에 대한 망신 주기였다“며 문재인 정부의 사정기관들을 비난했다.

자한당에서도 조 회장의 사망과 관련, 문재인 정부를 별다른 논리도 없이 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빼앗았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선 ‘오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을 한 것임에도 말이다.

한진 조씨일가의 갑질은 언론을 통해 수도 없이 보도됐다. 외신에도 유명할 정도다. 조양호 회장도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비롯, ‘사무장 약국’을 운영하며 1522억 상당의 요양급여를 가로챈 각종 부패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였다. ⓒ뉴스타파

“많은 분들께서 어제의 부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 정권하의 기업의 수난사 익히 잘 아실 것이다. 급기야 국민의 노후자금을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했다. 연금사회주의라는 무거운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통제, 경영개입,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렸다”

“이 정권은 어떻게 했는가. 1년 사이 압수수색만 18번, 가족 공개 소환으로 포토라인에 세운 것만 14번이다. 이렇게 ‘먼지털이’식으로 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5차례 모두 기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경영권을 뺏어버렸다. 어느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지적처럼 ‘1심 유죄 판결이 나기도 전에 카메라 세례를 받는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중세 마녀재판 행태와 다를 게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인민재판’, ‘인격살인’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지금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게 ‘인민민주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조양호 회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 저지가 결국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국민연금을 비난했다. 또 “조 회장은 원래 지병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압수수색을 18번씩이나 하는 등 과도한 괴롭힘이 고인을 빨리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며 역시 문재인 정부까지 비난했다.

‘자한당보다 더 자한당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양호 회장 사망에 대해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혁명에 빠진 좌파운동권들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변하며 "6·25 당시 인민군과 그에 부화뇌동한 국내 좌익들이 인민재판을 통해 지주들과 자본가들, 심지어는 회사원들까지 무참히 학살하고 재산을 몰수, 국유화했다던 비극이 떠오른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며 ‘인민재판’을 읊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자한당은 사실 박근혜 정권을 비난해야 옳다.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기업이었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도록 수수방관했던 건 박근혜 정권이다. 한진해운이 수십 년 동안 쌓아놓았던 물류망이 모두 무너지게 생겼음에도, 이같은 결정엔 ‘비선실세’ 최순실에 조 회장이 ‘미운털’ 박혀서 그랬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이권과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내지 않은 점이 그 미운털의 원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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