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이 땅 위에서,

삶이 주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함께 살아야 해.”

[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창단10주년을 맞이하는 극단 ETS는 혁신적인 극작과 파격적인 구성으로 연극 장르의 새로운 장을 여는 극작가로 평가받는 Charles Mee의 연극 ‘빅러브(BIG LOVE)’를 지난 5일부터 이번 달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올리고 있다.

극단 ETS(eye to soul)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반영하는 창작 및 공연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창작집단으로 다양한 연극적 표현방식들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사회성ㆍ역사성 있는 창작극들을 국내외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연극 '빅러브(BIG LOVE)' 공연사진 1_니코스(김태민), 리디아(이지운) /(제공=극단 ETS)

연극 ’BIG LOVE’는 아이스킬로스의 ‘탄원자들’에서 “프로메테우스를 제우스의 가혹한 형벌로부터 구하게 되는 인물이 50명의 신랑과 신부 중에 서로를 죽이지 않은 한 쌍의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라는 구절을 모티브로 현대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폭력, 평화, 성 정치성, 전쟁, 그리고 인류의 공존에 대한 이슈들을 통찰력과 신선한 연극성을 가지고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연극 '빅러브(BIG LOVE)' 공연사진 1 /(제공=극단 ETS)
연극 '빅러브(BIG LOVE)' 공연사진 2_올림피아(송미진), 리디아(이지운), 타이오나(이은주), 타마야(한혜진), 안텔리아(권재은) /(제공=극단 ETS)
연극 '빅러브(BIG LOVE)' 공연사진 3_올림피아(송미진), 리디아(이지운), 안텔리아(권재은) /(제공=극단 ETS)
연극 '빅러브(BIG LOVE)' 첫공연 사진 / ⓒ권애진

강제 결혼을 피하기 위해 난민이 된 50명의 신부들과 그들을 찾아온 50명의 신랑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뜨겁게 다루어지고 있는‘성의 정치성,‘공존,‘갈등에 대한 해결 같은 화두들을 극적인 형태로 쏟아 낸다. 

관객들은 오래된 그리스극을 모티브로 하는, 순발력과 상상력이 가득 찬 연극을 관람하다가, 어느 순간 선명하게 번득이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게 된다. 고전과 현대를 잇는 인간의 보편성과 그 속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놓여 있었던 인간의 삶과 공존에 대한 묵직하고 울림 있는 주제에 대한 질문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관객들은 ‘BIG LOVE’의 세계 속에서 항상 새로운 자극에 열려 있게 된다.  

연극과 대화함을 행복해 하는 배우 겸 연출가 김혜리 /ⓒ권애진

연극 ‘BIG LOVE’를 연출한 배우 겸 연출가 김혜리는 링클레이터(배우 스스로 자신의 조음기관과 발성기관을 계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훈련법) 수업 과정을 배우의 몸과 숨 그리고 마음도 열어주는 과정이라 말한다. 그런 연출방법을 기초로 연출가 김혜리는 연극적인 사건의 스케일 위에 그 사건이 가지는 현재성을 운문과 산문이 절묘하게 섞인 대사들, 예측 불가능한 인물들, 끊임없이 던져지는 방해요소들에 대한 변주들을 개방된 공간, 배우의 연기, 움직임, 음악ㆍ조명ㆍ자막의 협업으로 입체적으로 또렷하게 형상화한다. 

연극 '빅러브(BIG LOVE)' 출연진 /(제공=극단 ETS)
연극 '빅러브(BIG LOVE)' 첫공연 커튼콜 사진 / ⓒ권애진
연극 '빅러브(BIG LOVE)' 첫공연 커튼콜_리오(김성태), 벨라(이윤화), 피에르(강인성) (중앙 세 배우) / ⓒ권애진

배우 이윤화, 강인성, 허진, 김승기, 김동현, 김태민, 김정래, 안현호, 한겨레, 한혜진, 이은주, 이지운, 권재은, 송미진, 김성태, 김지은, 서동민, 이지원, 이소연은 극단적으로 양극단에 선 남녀의 편견들이 가득한 대사들과 숨겨진 속마음을 드러내는 진실 가득한 대사들이 극 중 서로 충돌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이야기나 구성의 변주가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중심을 잃지 않고 관객을 완벽하게 결론까지 끌고 가는 힘을 가진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그 뿐 아니라 유도의 낙법들을 종류별로 구사하며 긴 대사들을 뱉어내다 생각지도 못한 어느 순간 우아하게 왈츠를 추며 극의 흐름을 순식간에 전환시켜 관객들의 감탄사를 절로 자아냈다.

극작가 Charles Mee는 리얼리즘의 패러다임에 갇혀있던 연극에 다양하고 획기적인 접근법과 표현법을 부여함으로써 리얼리즘을 탈피하고, 고전에서 시작하여 연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현대 극작가로 평가 받는다. 특히, ‘BIG LOVE’는 뉴욕에서 발표된 최고의 연극에 주어지는 OBIE 상(2002년)을 수상한 바 있는 Charles Mee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의 프로 무대에는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BIG LOVE’는 극작가의 세련되고 경쾌하면서도 놀랍도록 예리한 작품 세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연극 '빅러브(BIG LOVE)' 포스터 / (제공=극단 ETS)

획기적인 연극적 상상력과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 찬 극단 ETS의 연극 ‘BIG LOVE’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와 7시, 일요일 오후 4시이며, 중학생이상 관람가이다. 이어서 극단 ETS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 수감됐던 동성애자들의 가장 밑바닥 이야기를 나누는 연극 ‘BENT’를 5월 서울연극제에서 다시 무대에 올린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