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전쟁터의 소풍' 포스터 / ⓒ김솔(제공=창작공동체 아르케)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페르난도 아라발의 반전적 풍자극 ‘싸움터의 산책’의 원작에 현재 우리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사회현상들을 덧씌운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연극 ‘전쟁터의 소풍’이 4월 19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아르케(Arkhe)는 그리스어로 ‘최초’라는 의미이며, ‘만물의 근원’ 즉 본질을 뜻하는 단어이다. 창작공동체 아르케는 여러 가지 인간ㆍ사회ㆍ자연의 본질적 물음에 대한 연극적 사유를 통해 작품을 무대화하고자 뜻을 같이 하는 배우와 제작진들이 모여 창단했으며, 여러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객석과 평단에서 꾸준히 인정을 받고 있다.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고민 그리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의문들에 대한 집요한 파헤침이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연극 '전쟁터의 소풍' 공연사진 _ 칼(박시내) /ⓒ김솔(제공=창작공동체 아르케)
연극 '전쟁터의 소풍' 공연사진_위생병1(김관장),위생병2(정다정) /ⓒ김솔(제공=창작공동체 아르케)

‘싸움터의 산책’은 현대 부조리극작가의 계보를 잇는 최후의 극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이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소식을 지구 반대편에서 접하고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전쟁의 공포와 한 가족의 즐거운 소풍을 대비시킨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총성과 칼날이 번뜩이는 전쟁과는 또 다른, 이념과 가치관의 전쟁, 상식과 비상식의 투쟁, 부패한 세력과 이를 개혁하려는 물결의 부닥침이 야기하는 부조리한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적 사유를 일으킴과 동시에 전쟁의 폭력성은 적군과 아군의 구별도 무의미하고, 인간의 존엄성도 설 자리가 없으며, 어떠한 실존적 희망도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상기시킨다.

연극' 전쟁터의 소풍'을 연출한 김승철 창작공동체 아르케 대표 /(제공=창작공동체 아르케)

연극 ‘전쟁터의 소풍’을 연출한 김승철 극단대표는 “2016년 늦가을부터 2017년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자화상은 참혹하고 우울하면서 동시에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위정자들과 가진 자들의 부정과 부패로부터 비롯된 비극은 온 국민의 가슴에 짙은 멍을 남겼고, 그래서 국민들은 서로를 보듬어주려, 깊은 울분을 삭이며 작은 소리라도 함성에 보태려 한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주말마다 광장을 찾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런 겨울 풍경에서 현대적 전쟁의 참상을 읽었다. 포탄이 터지고 화염이 가득한 전쟁과는 또 다른 이념과 가치관의 전쟁, 상식과 비상식의 투쟁, 부패한 세력과 이를 개혁하려는 물결의 부닥침! 그러나 전쟁은 형태를 달리하더라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피아를 구분 않는 잔혹함, 승자와 패자 모두가 안고 갈 상처와 분노, 궁극적으로 남게 될 존재론적 회의감. 전쟁에 자비란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무대에 뒹구는 아코디언과 철모가 공연의 막이 내리고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줄 것이라 전하였다. 김승철 연출은 연출배경과 질문들은 관객들에게 무겁고 어렵게 던졌지만, 아이러니와 역설이 가득한 부조리극을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리하게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연극 ‘전쟁터의 소풍’은 아라발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본 관객들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수많은 극단에서 사랑받는 열정 가득한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희곡 전집을 번역 출간한 김미라 번역가는 우리나라에서의 페르난도 아라발 작품의 저작권 전권을 위임받아 관리하고 있다.

연극 '전쟁터의 소풍' 출연진 컨셉사진_위생병2(정다정), 떼빵(이형주), 자뽀(김영경), 칼(박시내), 제뽀(박정인), 위생병1(김관장), 떼빵부인(이경성) /ⓒ김솔(제공=창작공동체 아르케)

연극 ‘전쟁터의 소풍’은 떼빵부인 역 이경성 배우, 떼빵씨 역 이형주 배우, 자뽀 역 김영경 배우, 제뽀 역 박정인 배우, 칼 역 박시내 배우, 위생병1 역 김관장 배우, 위생병2 역 정다정 배우가 맡아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속도감 있게 끌고 나간다. 

당찬 연기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배우 칼 역 박시내 /ⓒ권애진

배우 박시내는 비일상적인 대사들과 독특한 반복적 대사들마저도 관객들이 중독될 만치 뇌리에 박히는, 신인답지 않은 당찬 연기를 보여주며 서울연극인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그네들의 오묘한 언어와 몸짓들에 아낌없이 찬사를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극 ‘전쟁터의 소풍’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이며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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