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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지식경영과 술의 아이러니
  • 박종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4 16:13
  • 수정 2019.06.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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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의 큰 화두의 하나는 지식경영, 기업마다 그것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사원들의 음주문화를 보면 거기에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
지식경영과 술은 언 듯 생각하기에 깨끗한 식수와 러브호텔만큼도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기업과 술을 연관 지으면 인화지에 영상이 떠오르듯 기업에 있어 음주문화가 일상의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술을 마시는 여러 가지 이유들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마시는 술값이 연간 수십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에 달한단다.
기업에 종사하는 봉급쟁이들이 그런 술값의 3분지 1을 매년 술판에서 쓴다고만 쳐도 그 금액이 기업에 맺는 의미는 매우 심중하다. 회사원의 평균 가처분소득규모나 일반적인 연간 봉급인상률에 비해 저 술값의 비중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고 노사 간에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술 좀 줄여 마시자 할 리가 만무하므로 음주문화가 얼마나 건전한가는 기업에 있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여러 가지 경상비는 교통비 한 가지도 단돈 기천 원을 허투루 쓸 수 없게 관리되는 데도, 따지고 보면 경상비와 사촌지간인 술값이 개인소득에서 헐려 날아가는 것을 문제 삼는 법이란 없다. 아니, 오히려 술자리 만들기라면 동네잔치 가듯 어렵잖게 뭉치는 의식으로부터 술 인심이 턱없이 후하고 술 마신 뒤탈에 관대한 관행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음주문화는 귀염차지 늦둥이한테 쏟는 내리사랑 같다. 건실한 가계가 튼튼한 기업의 기반이라면 받아간 봉급 가지고 구어 먹든 삶아 먹든 기업이 관심 둘 일이 아니랄 수 없는 것이다.

지식경영의 필요성이 요즈음에 와서 갑자기 부각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무한경쟁시대에 요구되는 기업의 우위경쟁력 때문이다. 지식이 고품질의 권력이고 정보가 돈이라는 지식정보화시대에 기업이 경쟁자보다 더 우수한 경영을 하기 위해 지식경영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여 질적 경영을 하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추세다. 더구나 새로운 문화,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지식이 정보 네트워크와 맞물려 쏟아져 밀려드는 물결을 어떤 모양의 지식경영이라는 배를 만들어 타고 항해해야 하는지는 현대경영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지=nuyzxiguv45 블로그 인용

지식경영은 공유(sharing)와 학습(learning)과 개선(improving)의 맞물린 서클로 이해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공개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공유는 지식경영의 기본적인 전제다. 과거엔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경영을 하자면서도 경영정보가 경영층에 편중돼 종업원들은 회사 돌아가는 실상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빈곤현상이 빚어졌다. 그 때문에 효율적 합의에 긴요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지식의 경우도 그 불균형이 심했다. 경영지식은 경영층이나 관리자층한테 필요할 뿐 근로자들에겐 숙련된 기능이나 기계처럼 정확한 노동만이 요구됐다. 지식의 독식현상이 계층별이나 부문별로 계속됨으로써 그 간극은 갈수록 벌어졌고, 그 결과 어떤 지식의 경우엔 공동화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런 풍토에서 전 사원의 경영 참여란 구두선일 뿐이다.

공유의 적극적인 의의는 공유하는 정보나 지식을 활용해서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current practices)’의 부족한 것을 채우고, ‘보다 더 나은 방법(better practices)’과 ‘가장 좋은 방법(best practices)’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이른바 창조적 개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유한다는 것은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기밀유지가 요하거나 쓰레기감에 해당하는 것 이외는, 업무관련 모든 정보나 지식을 문자 그대로 나눠 소유하고 교류함으로써, 과거처럼 사내에 정보나 지식의 편중이나 빈곤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통로에 혈전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공유의 다음 단계 프로세스인 학습이라는 것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내부 벤치마킹이나 외부 경쟁자 또는 선진산업체를 벤치마킹해서 경영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아는 것(知)이 힘일 진데 나의 부족한 것이나 모르는 것, 내 것보다 더 우수한 것을 배운다는 건 경영의 극히 상식적인 기본이다.

지금에 와서 지식경영이 학습문화의 토양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 게 지식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 배포하고 오프라인에다 인프라로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학습하는 목적이란 말할 것도 없이 경영효율을 높이는 지속적인 개선에 있다. 다시 말해 개선을 실천하지 못하거나 실천할 가치가 없는 공유나 학습이란 쓸모없는 것이다.
지식경영의 투입(공유와 학습)이 그 수준과 성패의 결정적 함수이긴 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물(개선)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도 공유와 학습이 인프라 등 벌이는 데 속 빈 강정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우린 지식경영이 알게 모르게 드리우는 그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지식경영의 초고속열차 인터넷의 그늘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이 없다. 예컨대, 지식경영과 인터넷이 찰떡궁합이 되려면 영어가 뒤따라야 됨을 상식이다.  기업은 효율적인 랑데부를 설계할 때 반드시 학습에 영어교육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지식경영을 위해 사내에 인프라를 구축할 때 우선적으로 착수해야 하는 것에 온라인상으로 ‘지식창고’를 지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걸 이름 하여 ‘이키스(eKISS: Internet Knowledge Information Sharing System)라고 하자.  그건 부품 또는 제품창고를 연상하면 된다. 지식경영이라는 제품을 만드는데 쓸 정보나 지식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 누구나 갖다가 더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 지식창고도 여니 창고처럼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저장해야 되고 간편하게 이용되게 관리해야 한다. 낡거나 효용가치가 떨어진 정보나 지식은 버리고 가치가 높은 최신 정보나 지식이 계속해 입고되도록 마일리지 보상 같은 방법으로 고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장할 정보나 지식의 사전 평가와 그것들이 쓰일 용도에 대한 판단과 그것들이 낳는 산물이 경영효율에 미친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다. 그처럼 저장창고의 구축과 관리 한 가지만 해도 지식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  하물며 그 창고에서 들고 나는 정보나 지식이 학습이라는 프로세스에 어떻게 연결되느냐는 너무나 중요하다.

이쯤에서 지식경영의 그늘에 옹이처럼 단단히 박힌 ‘술’이라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연간 술 소비가 금액으로 15조 원이라 할 경우 낮게 잡아서 그 중 3분의 1인 5조 원이 기업에 종사하는 월급쟁이들 지갑에서 지출됐다고 가정한다면, 그 술값은 1만 원짜리 책으로 5억 권에 해당한다.  만일, 그 술값의 10분지 1을 술 대신에 지식경영의 흐름에 맞춰 책사는 데 쓴다면, 알코올로 증발하는 5조 원 중에서 연간 5천만 권의 책이 기업 종업원 수중에 남게 된다. 그 분량의 책을 1만 개 기업으로 나눌 경우 매년 한 기업에 5천 권의 책을 서가에 꽂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순전히 종업원의 술값 절약으로 매년 수천 권의 새 책이 읽히고 쌓인다면 그로서 지식경영의 기초 인프라는 탄탄하게 구축될 것이고, 건강과 가정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며, 출판업을 활성화시켜 사회의 지식정보화에 기여하게 만들 것이다.
지식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인프라를 구축할 때 오프라인에다 사내교육 인프라나 프로그램을 세울 때 사내 도서실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은 매년 적지 않은 교육투자를 하고 그것을 한 독립된 업무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인즉 기업에 그런 교육 인프라나 투자가 지속적으로 짜임새 있게 이뤄지고 있는 데가 매우 적은 것이다. 지식경영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빠르게 웃자랐을 뿐 우리네 기업엔 현실에 맞는 패러다임조차 제대로 정립이 안 된 실정인 것이다.

우리네 기업에 지식경영이 정착할 풍토가 척박한 이유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로, 지식경영에 대한 사원들의 타성에 절은 의식이 있다. 낮은 학습 분위기와 더불어 학습의 필요성이 도무지 절실하지 않은 것이다. 근본적으로 독서하는 전통이나 독서를 권장하는 정책이 매우 저조한 것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높여 이른바 ‘고품질 경영’이라는 질적 경영을 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사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문화든 프로화든 배우지 않고서는 개인의 능률을 기르고 높이는 게 불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일체의 ‘낡고 퇴보한 것들’을 부정하고 ‘보다 나은 새 것들’을 배우고 본떠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나와의 싸움’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배우자면 우선 단단히 마음먹고 시간과 노력과 금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인즉 월급쟁이들이 그런 투자에 인색하고 소극적이다. 술 마시고 운동부족으로 찐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푼푼하게 써도 ‘나’의 학습과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소극적이다. 퇴근 후 유흥음식점 거리에 가 보라.  술집마다 가련한 월급쟁이들이 넘친다. ‘가련하다’ 함은, 그들이 냉정하고 무책임하며 진실하지 못한 술의 힘과 위안을 빌어 지겨운 스트레스나 울분이나 피곤을 풀고 잊으려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의 겸상이나 아내의 기다림, 가족과의 대화, 가벼운 산보와 명상, 차와 독서, 교회 예배, 문안인사, 인터넷 음악편지 읽기, 족욕 등 하루를 평화롭고 감사하게 마무리 짓게 하는 것들을 술이 앗아가고 망각의 원垣속에 가두는 것이다. 애주가들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술은 국민 건강이나 가정화목을 해치거나 음주운전의 해독처럼 기업에 결코 이롭지 못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종사자들이 술을 마시는 중요한 이유 중에 경영효율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가 있는데 그것은 주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불만에서 생긴다. 상사의 무리한 지시, 몰이해, 부서간의 마찰, 개인 간 불화 등 모두가 업무나 인간관계, 소통이 그 사단의 진원지다.

그런 것들은 경영활동을 할 때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고 또한 지혜롭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사원들의 스트레스란 게 엄청난 술값을 그것도 매년 또박또박 치르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것인가는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사용함에 있어 깊이 성찰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식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차제라서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지식경영의 성공 여부는 사원들 개개인이 얼마나 지식 무장에 노력하며 얼마나 가치 있는 지식을 공유하도록 지식창고에 제공해 쌓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마다 지식경영을 하고 있어도 사원들은 과거의 관습과 관행에 절어 수동적 자세로 멈칫거리고 있다. 예의 그 ‘술값 지출’이 그 분명한 증거다.  만일 사원들더러 연간 지출하는 술값의 1할을 보험금 물듯이 책값으로 써서 개인의 자질향상에 기여하라 요구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의문인 것이다.
지식경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 사원 개개인이 어떤 각오로 참여해야 된다는 것은 사원 스스로 이행해야 될 의무일 것이므로, 지식경영의 추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원은 사원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경영을 하면 문제의 스트레스 해소에 드는 술값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그 해답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정보를 공유하면 소통이 원활해지고 괜한 오해가 예방되며 무리한 지시가 사라진다. 또한 부서간의 협조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상사의 일 타박이 줄어들 수 있다. 학습을 열심히 하면 경쟁과 도전조차 창조적으로 전개됨으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낭비적 논쟁이나 업무능력에 대한 불만이나 무시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도시 변변한 도서조차 마련돼 있지 않고 정보검색에 필수 무기인 기본 영어 실력도 갖추지 못한 풍토에다 거창하게 지식경영시스템을 세워서야 어느 천 년에 제대로 역할을 할 지식경영 참여자들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건 일종의 아이러니다. 그처럼 지식경영의 정착에 있어 사원 개개인이 어떤 의식으로 참여하고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보태느냐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박종형 칼럼니스트  johnypark@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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