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카르멘> 공연사진 /(제공=벼랑끝날다)

[권애진 기자]= 작가 메리메의 원작소설 ‘카르멘’에 초점을 맞춰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비극적 사랑의 비극을 재해석한 극단 벼랑끝날다의 음악극 ‘카르멘’이 4월 5일부터 이어진 공연에서 지난 공연들보다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연기들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절반을 달려온 음악극 ‘카르멘’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일화들은 남은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더한 재미를 안겨 줄 것이다.

카르멘(김보나) /ⓒ권애진

뜨거운 집시의 피를 가진 카르멘 역 김보나 배우는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카르멘이 포승줄에 묶여 호세에게 끌려가는 장면 연습”이라 이야기 하며, “장면을 연습하며 줄이 몸에 둘둘 감기거나 너무 꽉 조이거나 하면서 어느 순간 줄에 묶인 제 모습이 너무 웃겨서 자꾸만 웃음이 터지기도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호세와 카르멘의 관계는 줄넘기, 고무줄놀이 등 ‘줄’이라는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아서 여러 시도들을 하였기에 호세와 카르멘의 몸짓들을 잘 쫒으면 둘의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작 <응, 잘가>의 7,80대 노인을 연기하며 신체관절들을 굳은 느낌으로 썼다면, 이번 <카르멘>은 고도의 민감함을 연기해야 해서 간극이 너무나 커서 몸은 많이 고생한 건 사실이지만 배우로서 큰 변화할 기회를 주신 것은 너무 감사하다”며 <카르멘>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호세(정연채) /ⓒ권애진

카르멘을 사랑하여 파멸까지 이른 돈 호세 역 정연채 배우는 “호세는 카르멘의 남자들을 다 해치운다. 그래서 결투장면이 굉장히 많다”고 이야기하며 “상처가 늘어날수록 아프고 힘들지만 뜨겁게 연습한 상징이고 점점 호세가 되어 가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본인은 닭띠, 호세의 정적(중위/루카스, 제임스, 가르시아)은 모두 쥐띠 형들이라며 “연출님이 ‘오늘은 1닭 3쥐 신을 잡는다. (한 쥐를 해치울 때마다)다음 쥐 나와’를 하시며 결투 장면을 연달아 계속 돌리셨어요.”라는 재미있는 일화를 전했다. 지난 시즌에는 루카스 역을 하면서 막연히 호세 역을 동경하던 차에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입성한 정연채 배우는 “제 안의 호세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면서, 호세의 변화와 성장(그리고 파멸)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점점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며 호세에 대한 자부심을 말했다.

중위/루카스(함형래) /ⓒ권애진

호세를 파멸로 이끄는 또 한사람이기도 한 중위 그리고 카르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투우사 루카스 역 함형래 배우는 (전 시즌 공연에서) 호세와 결투장면에 중요 소품인 칼을 놓고 나왔던 일화를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했다. “죠바니 선생(책을 읽어주는 공간)에 가서 당당히 칼을 달라 했는데, (당연히 칼이 없던) 죠바니 선생님은 선글라스를 주셨어요. 그걸로 죽일 순 없어서 다시 총을 달라 했는데, 총은 너무 쉽게 죽고 싸움이 될 수 없어서 위협만 하고 있는데, (음향효과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던 배우들이) 총소리를 뻥 내주었어요. 저만치 당황한 호세는 총에 맞은 것처럼 어깨를 늘어뜨리고 저와 육탄전을 벌이다 결국 호세가 목을 졸라 죽는 걸로 마무리 되었어요.”라며 식은땀이 흥건했을 실수를 이젠 좋은 추억이 된 듯 회상했다.

쏘산냐(김혜정) /ⓒ권애진

대찬성격으로 카르멘과 갈등을 빚는 쇼산나 역 김혜정 배우는 대여섯 살 때부터 춤을 시작해서 거의 모든 춤을 추었기에, 무대 위 절도 있는 동작들은 빛이 나고 있다. 하지만 ‘플라멩코’만은 처음이라 전 시즌에는 요령 없이 배우기 바쁘다가, 이번 공연에서는 ‘안무’까지 담당하며 자신감은 배가 됐다. 

공연 전 오프닝 사진_가르시아(조현재), 제임스(양성훈), 루카스/중위(함형래), 돈호세(정연채), 레멘다죠(김서영), 쏘산나(김혜정) /ⓒ권애진
공연 전 오프닝 사진_가르시아(조현재), 제임스(양성훈), 쏘산냐(김혜쩡), 레멘다죠(김서영)

공연 전 오프닝쇼까지 진행하는 김혜정 배우는 “이 오프닝은 정말 즉흥이에요. 또 제가 그 날 무엇을 할지 배우들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아요. 공연 전 날 내일은 무엇을 할지 생각하면서 자는데...의외로 배우들이 너무 잘 해내고 관객들도 재미있어하시며 잘 따라 해서 너무 보람이 있다”고 즐거움을 전했다.

죠바니(박준석) /ⓒ권애진

죠바니 역할로 10년 째 <카르멘> 공연을 하고 있어 내공이 누구보다 탄탄한 박준석 배우도 실수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죠바니가 소설 카르멘의 작가 프로프세르 메리메로 변신하는 멋진 장면에서 그만 실수로 대사 앞부분을 자르고 중간부터 해 버린 덕분에, 배우들은 평소보다 아주 빠르게 움직여 의상소품을 체인지 시키고 아름답게 퇴장한 후, 곧바로 효과음을 내기 위해 재등장을 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준석 배우는 “나중에 들어보니 배우들이 엄청나게 당황해서 상하수 소대에서 푸드덕푸드덕 거리며 난리도 아니었다”며 작은 실수를 회상했다.

라멘다죠(김서영) /ⓒ권애진

산적 무리의 꼬마대장 라멘다죠 역 김서영 배우는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리코더 부를 들었던 만큼 평소에도 리코더 연주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은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연주할 음이 생각나지 않아 즉흥 연주를 해 버렸는데, 라이브 연주자분들이 멋지게 그 음에 맞춰 반주를 넣어주어서 십년감수를 했다고 전했다. 김서영 배우는 “이런 멋진 공연으로 관객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어 행복해요”라며 관객들의 응원에 감사를 보냈다.

제임스(양성훈) /ⓒ권애진

조연출 작업을 하며 제임스 역을 병행하고 있는 양성훈 배우는 2011년 거창연극제에서 <카르멘>이 무대 미술상, 연출상, 대상의 3관왕의 영광을 차지한 날을 이야기했다. “시상식 날 연출님과 몇몇 스텝들을 빼고 단원들은 연출상을 수상할 때까지 아무도 도착하지 못했었어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11 거창국제 연극제 대상수상작은’이란 멘트를 들으며 미친 듯이 달려 올라가 시상식장 문을 탁 열었을 때 동시에 ‘음악극 카르멘!’하는 거에요. 바로 소리 지르며 단상으로 직행해 트로피와 상금을 받았어요”라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회상했다.

가르시아(조현재) /ⓒ권애진

난폭하고 잔인한 카르멘의 남편 가르시아 역 조현재 배우는 모든 배우들이 쉬는 시간조차 쉬지 않고 준비한 연습기간을 이야기하며, “그 노력이 성과들이 관객들의 반응으로 이어져 너무 좋다”고 짧은 감사를 전했다.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 “관객들이 즐길 수 있게 두어라.”

정열적인 작품으로 작품을 연출한 이용주 연출의 바람은 관객들의 즐거움으로 이어져 공연 내내 감동을 이어 가고 있다.

연주파트_피아노(이솔비), 건반(심연주), 첼로(이수빈) /ⓒ권애진

4월 28일까지 이어지는 극단 벼랑끝날다의 간판 레퍼토리 음악극 <카르멘>은 열정 가득한 배우들의 연주와 노래, 춤과 마임, 아카펠라, 가면극 등 풍성한 볼거리를 가득 안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배우 박준석, 김선화, 김보나, (강선영), 정연채, 양성훈, 임환덕, 이한울, 함형래, 조현재, 신재성, 김서영, 김혜정이 출연하며 건반 심연주, 피아노 이솔비, 첼로 조여진, 이수빈이 연주파트를 맡고 있다.

음악극 <카르멘>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5시이며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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