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공연사진_경은(박경은), 보경(김보경) /ⓒ권애진

[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극단 ‘종이로 만든 배(으제니오 바르바의 책 ’연극인류학-종이로 만든 배‘에서 기원)’에서 만든 딸로, 어머니로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여성들의 연애,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하는 연극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이 지난 17일부터 4월 28일까지 극장 동국에서 관객들과 마주한다. 4ㆍ50대 명배우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무죽페스티벌’의 네 번째 작품이다.

공연사진_경은(박경은), 보경(김보경) /ⓒ권애진
공연사진_멀티(김진희) /ⓒ권애진
공연사진_경은(박경은), 보경(김보경) /ⓒ권애진
공연사진_보경(김보경), 경은(박경은), 멀티(김진희) /ⓒ권애진
공연사진_보경(김보경), 경은(박경은) /ⓒ권애진
공연사진_멀티(김진희) /ⓒ권애진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제목은 오시마 료타가 쓴 하이쿠의 한 구절로 혼자 쓸쓸히 사는 죽음을 곁에 둔, 남편과 사별하고 외로운 나날들을 보내던 두 여자 경은과 보경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경은이 보경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외로운 밤을 함께 잠이 들며 같이 보내자고 제안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은 많은 밤들을 함께 보내며 그들이 누군가의 딸로서,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살아온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 한다. 그 속에는 탄생과 성장과 사랑과 늙음과 죽음이 담겨져 있다.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둘만의 밤의 대화는 어느덧 두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뼈아픈 이별의 고통도 안겨준다.

남편을 사별하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가장이자 엄마로 인생을 보내온 그들은 인생의 대부분에서 오롯한 ‘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나’를 잊은 채 살아왔다. 늙고 병들어가는 시간 속에 새로운 인연의 시작은 행복했던 추억들을 끄집어내며 잊혀져 있던 ‘나’를 조명한다. 그리고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달래준다.

보경(김보경)의 추억을 어루만지고 있는 경은(박경으느) /ⓒ권애진

극 중 남편과 연애시절 애칭으로 부르는 장면들이 나온다. 삶은 예술보다 우위에 있으며 예술의 사명은 현실에 부족한 면이 있을 때 이를 약간 수정하여 인간을 위한 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라 주장하던 작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신분상승을 위해 딸의 결혼을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상을 제시하며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애칭들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극중에서 퍼져나오는 고은 작사 김민기 작곡의 포크송 ‘가을편지(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들국화 1집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노래는 잔잔하게 가슴을 두드리고, 카세트테이프와 엽서를 모은 앨범, 차곡차곡 모인 필름들은 7080세대 그리고 그 이전세대의 추억들을 소환한다. 작품 속 작은 소품들과 시, 소설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이야기들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그저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작품을 쓰고 연출한 하일호 /ⓒ권애진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의 작가이자 연출인 하일호는 ‘늙고 병들어 가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한다. 빨간 꽃들을 좋아하는 ‘경은’역 박경은 배우, 노랗고 하얀 장미를 예쁘게 키우는 ‘보경’ 역 김보경 배우와 젊은 꿈을 이야기하는 김진희 배우가 출연한다.

단체사진_경은(박경은), 멀티(김진희), 보경(김보경) /ⓒ권애진

무죽페스티벌은 계속 이어서 예술공작소 몽상 <고린내>(5월1일~12일, 작 황대현/연출 권혁우), 극단 진일보 <바보햄릿>(5월14일~26일, 작 셰익스피어/연출 김경익), 극단 경사프로젝트 <경사프로젝트>(5월29일~6월9일, 작/연출 정범철), 극단 Soulmate <Victim>(6월11일~23일, 작/연출 황배진)으로 연달아 작품을 올린다.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포스터 /(제공=극단 종이로만든배)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의 공연은 쉬는 날 없이 진행되며 시간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이며 12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세월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은 4월30일 오후 8시, 5월1일 오후 6시에 소극장 극예술공간에서 2회 공연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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