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창조성과 기발함이 과학계에 새로운 물꼬가 되다

공연사진1  /ⓒ권애진
공연사진_어린민찬(이상연), 한수진(강소라) /ⓒ권애진
공연사진3_주유운발/강민찬(최민혁), 곤니찌와/신은우(이빛나), 김현아(정휘경)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대학로의 연극인들과 과학퍼포머들의 열정적인 시도가 가득한 공연, 과학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연극 <리와인드>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대학로 민송아트홀 2관에서 다양한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공연사진_은우(이나영), 민찬(안하빈) /ⓒ권애진

과학과 연극 공연이 절묘하게 만나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색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과거를 찾고 싶은 남자 과학자 ‘민찬’은 담당교수가 비리에 연루되어 해임되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던 중 과거를 지우고 싶은 여자 과학자 ‘은우’가 새로운 교수로 부임한 랩실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민찬’과 ‘은우’는 함께 과거 여행 연구를 진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다가오고 민찬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연극 <리와인드>를 연출한 최운학은 “(흔한 소재가 되어 버린) 시간여행을 움직임을 이용해 과거와 꿈, 악몽, 기억 등에 대한 뒤틀림과 그 고통에 대한 형상화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하며, “단순히 과학적인 내용이 포함됨을 넘어서 적재적소에 나오는 음악과 영상(그리고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움직임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더불어 이 공연을 통해 지나온 과거의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전했다. 

과거를 지우고 싶은 은우의 기억1 /ⓒ권애진
과거를 지우고 싶은 은우의 기억2 /ⓒ권애진
과거를 지우고 싶은 은우의 기억3 /ⓒ권애진

과거를 지우고 싶은 은우의 연구기초가 되는 ‘시냅스가 기억을 저장한다’는 가설은 캐나다 심리학자의 도널드 헵의 제시 이후 70여년이 지난 작년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기억저장 시냅스’를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 연구팀이 밝혀낸 바 있다. 

과거를 찾고 싶은 민찬의 기억1 /ⓒ권애진
과거를 찾고 싶은 민찬의 기억2 /ⓒ권애진
과거를 찾고 싶은 민찬의 기억3 /ⓒ권애진

그리고 과거를 찾고 싶은 민찬은 블랙홀에 직접 뛰어들어 자유낙하하면 죽지 않고 사건의 지평선을 건널 수 있다는 가설에 기초한다. 아인슈타인과 호킹 등의 여러 이론들에 의해 힉스 입자 등의 발견에 의해 연구는 현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론을 알고 있어야만 극을 따라갈 수 있는 건 절대로 아니기에, 극을 보면서 어떤 장면이나 단어들이 궁금하다면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가면 될 뿐이다. 

무대미술로 활용된 과학용어들과 그림들 /ⓒ권애진

덧붙여 무대미술로 활용된 신경전달, 우주, 실험장비들에 작은 궁금증들이 생긴다면 그 의문들이 과학에 대한 동경 그리고 과학기술자가 되고 싶은 꿈으로 커져가길 바란다.

연극 <리와인드>에 참여한 과학퍼포머들_어린민찬(이상연), 민찬(안하빈), 미미/어린은우(김록운), 강민찬(최민혁), 한수진(강소라), 신은우(이빛나), 신은우(이나영), 김현아(정휘경) /ⓒ권애진
연극 <리와인드> 과학퍼포머와 제작진 /ⓒ권애진

‘과학퍼포머’란 과학문화 확산을 목표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과 함께 다양한 과학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육성하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버스킹, 소극장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과학문화를 확산시킬 문화예술 전문가들(매년 10명씩 뽑을 계획)이다. 연극 <리와인드>는 예술공학, 피아노, 경영, 뮤지컬, 중국어 학과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장기와 지정연기의 오디션을 통과한 멋진 퍼포머들이 모였다. 노래가 장기인 신은우 역 이나영 배우와 이빛나 배우, 어린 민찬 역 이상연 배우, 한수진 역강소라 배우, 김현아 역 정휘경 배우, 두두/멀티 역 유주호 배우와 탭댄스가 장기인 강민찬 역 안하빈 배우, 움직임이 장기인 강민찬 역 최민혁 배우, 미미/어린 은우 역 김록운 배우는 과학과 연극의 경계선을 영리하게 오가며 극을 멋지게 만들어냈다. 이빛나 배우와 유주호 배우는 작곡, 작사와 노래를 모두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이빛나 배우는 공연의 음악감독도 함께 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예술을 인문학적으로 다가서는 시도들은 끊임없이 시도되었고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눈에 띄는 결과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고 어쩌면 이제야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일 뿐일 수 있다. 지난 30년 간 노벨상의 대부분은 시작할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간주되지 않았으며 주류이론과 충돌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모순점들을 안고 있어 성공가능성이 불확실하여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패러다임 전환형(paradigm shifting)’ 연구들이 수상을 하였다. 우리 나라도 이제라도 그런 연구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들은 상당히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과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연구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문화가 확대될 때 생기는 부산물”이라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기에, 예술을 통해 무대에서 정책들에 대한 볼멘소리를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반갑다. 페이퍼를 하루에 몇 개씩 읽어내며 다른 데 눈 돌릴 시간의 투자보다 자신만의 연구에 빠져 있어야만 진정한 ‘연구충’이라던 연구자들의 외도가 반갑다. 과학용어와 이론 등에 대한 자문은 공연을 본 것 만으로 젊은 연구원들이 맡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네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절묘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계는 지금 중요한 연구만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미래 가능성을 지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중·장기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의 미래를 밝힐 또 하나의 돌파구로 여겨진다. 예술가들의 창조성과 기발함이 과학계에 새로운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한다.

연극 <리와인드> 포스터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Science Night Live 연극 <리와인드>가 다음 시즌에도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사상 첫 도심형 과학축제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원의 최고 과학기술 성과를 한 곳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며, 과학문화 행사도 다양하게 선보이며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과학’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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