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밤사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을 신속처리 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에 끝내 올렸다. 하지만 순조로울 줄 알았던 패스트트랙 추진은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반발이 일면서 제동이 걸렸다. 당 일각에서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검사, 판사, 고위 경찰관 대상 수사에만 한정해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서 지도부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정면충돌하면서 지난 18일 의원총회 첫 표결 처리는 무산됐다. 한국당과의 갈등도 날로 악화됐다. 지난 20일 패스트트랙 추진을 의회민주주의 파괴로 규정하며 14년 만에 본격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이다.
법안들은 최장 330일 안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 처리된다. 끝내 여야 4당은 지난 22일 패스트트랙 지정을 최종 합의하고 23일 각 당 의총을 통해 합의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처리 날짜인 25일이 다가오자 국회는 최악의 대치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국회의장실을 점거했고, 25일부터 이틀간 국회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권은희·오신환 의원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각각 임재훈·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 바른정당계가 정면으로 반발하며 지도부 사퇴 요구와 함께 한국당과 공동 투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빚어지게 됐다.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라 자평했지만, 여의도 주변에서는 결국 여야가 스스로는 이번 대치를 해소하지 못하고, 각종 고소·고발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와야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암담한 전망이 많다. 한국당은 공수처 도입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의 속내가 현 정부의 장기집권과 야당 탄압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서울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치고 대여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오늘의 사태는 권력의 시녀 공수처를 만들어 청와대를 보위하는 검찰 위의 검찰을 만들려는 민주당의 사법장악 플랜"이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늘 우리 민주주의는 죽었다. 오늘 의회 민주주의가 또 하나의 치욕의 날로 기록됐다"며 민주당을 향해 "좌파독재의 새로운 트랙을 깔았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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