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논설주간.

초록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제천 박달재,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틋한 사랑의 사연이 굽이굽이 듬뿍 배여 있는 제천명소이다.

영남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보러 갈 때 이용하던 옛길로 삶의 애환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고즈넉함을 심미(審美)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천시는 인구 14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가 수십 년째 발전은 커녕 제자리 걸음도 겨우 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시민들은 바라보면서 오늘을 가고 있다.

고집과 아집의 단체장들 덕분(?)에 지난 8년은 ‘도로 아미타불’이 돼 버렸다. 그 뒷수습을 하느라 현재 이상천 시장이 곤혹을 치루고 있다.

총체적인 경제난국에 전국 지방 중소도시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현실 속에 제천시는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기획력과 추진력이 함께한 이 시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시장 취임하고 십여 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시민들은 인정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지난 단체장들 보다 업무실적도 훨씬 상향 조정된 것도 사실이다.

시가 행정을 연습해서 하는 것은 행정달인 답지 않는 곳이 엿보인다. 예컨대 예술의 전당 부지에 다시 짓고 부수고, 뜯어내고 또 가설하는 이벤트성 행정을 보면서 시민들은 예산낭비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을 다소 극복해 보려는 행정의 집요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전국적인 불경기를 감당해 나가기는 역부족이지 싶다.

그럴 바에 이벤트성 예산으로 시민들이 애용하는 노후한 시설물 교체 및 관광시설 현대화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상당한 실정이다.

이 시장 십여 개월, 어느 시장 4년보다 한층 실적이 진보적인 것은 사실이다. 업무형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필자가 몇 일전 전주시를 다녀봤다. 그곳은 생각과 달리 도시설계가 잘된 곳이라 평가하고 싶다. 십 년 전만 해도 다소 황량한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안정감 있는 면모가 엿보이고 있었다.

이 시장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우선 이벤트성 행정에 집중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시 정책대안을 모색해 봐야 할 것 같다. 시장 임기 4년에 국한된 시정보다 미래 제천시를 설계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물론 포퓰리즘(인기영합정책)화된 시장 직책상 별 뾰족한 묘수가 없더라도 단발성 시정책은 가급적 지양하고 영구성이 있는 예산집행이 주류를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 시장은 십여 개월 동안 일 많이 했다고 시민들은 이구동성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득이 있으면 반드시 실이 뒤따르는 법이다.

시정 운영의 장점은 의리가 있는 행정이라는 것, 행정가 이면서 해결사 기질을 듬뿍 소유했고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항시 마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 길가다 보도블록이 훼손돼 있으면 즉시 관련부서에 전화해 시정조치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행정이다.

누구처럼 중국갔다, 백두산 갔다, 미국 하버드대 갔다, 바람 잡는 것이 아니라 현실행정을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시민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매듭을 풀어주는 카운슬러가 되라는 말일 것이다.

술판이나 벌여놓고 “춘향아 한 곡조 뽑아 보래이”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실사구시’ 행정, 시민의 불편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해주는 머슴이 되라고 시민들은 이상천 시장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울고 넘는 박달재, 웃고 넘을 수 있는 일화를 남기도록 제천시민들은 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디 성공한 시장으로 거듭 태어나 제천시를 반석위에 올려놓길 시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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