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국민의 눈높이 최욱입니다.

[정세진] 오늘은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합니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정세진] 독일 기자 안톤 숄츠 기자 나오셨습니다.

[숄츠] 안톤 숄츠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세진] 그리고 송현주 교수님도 오늘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송현주] 안녕하세요? 송현주입니다.

[정세진] 지난주 일요일 저희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서 특집 방송을 했었는데요. 송 교수님 방송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송현주] 네. 봤습니다.

[정세진] 어떻게 느끼신 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송현주] 유가족 대표로 나오신 분(유경근 전 4.16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이 하시는 말씀 듣고 참 그분 말씀이 결국은 언론이 제일 중요하다. 그 말씀 하셨던 것 같고 거기 나온 기자 두 분(KBS 강나루 기자, 셜록 이명선 기자). 그분들의 표정이나 하시는 말씀 들으니까 저도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모두에게 상처가 됐던. 사건도 그랬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큰 일종의 트라우마를 많이 남긴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세진] 안톤 숄츠 기자도 세월호 참사 당시 일 많이 하셨다면서요?

[숄츠] 그때는 거의 저의 기자 생활 보면 제일 바쁜 시간이었어요, 거의. 그래서 밤새 뉴스도 보고 그냥 낮에는 계속 여러 가지 스위스, 독일 방송국과 계속 연락하고 생방송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그래서 저는 이런 아직도 세월호 이미지 가끔 보면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되게 나의 인생에서도 충격적인 일이었어요.

[정세진] 최욱 씨는 어떠셨어요? 주변에서 이야기 많이 들으셨다면서요.

[최욱] 제가 여론을 살펴봤는데요. 그나마 반성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고맙기도 했지만 반성에서 그치지 말고 앞으로 진실 규명하는 데 앞장서달라. 그런 목소리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세월호 5주기를 맞아서 우리 프로그램이 특집으로 방영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특집 편성된 프로그램이 별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우리랑 MBC <스트레이트>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직까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그리고 왜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현재 세월호 관련된 막말이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는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씁쓸한 대목이었습니다.

[정세진]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미디어스가 4월 15일 <티비 편성표에서 사라진 세월호,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잊지 않았다>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15일과 16일 편성표로 보아 방송은 벌써 세월호를 잊었다. 잊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나마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잊고 싶고, 덮고 싶은 자신들의 추악한 모습을 끄집어낸 용기만이 보일 뿐이다.” 이런 내용을 실었고요. 미디어오늘에서는 4월 16일 이라는 제목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TV 편성표에서 세월호 특집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13일~16일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편성을 제외하면 뉴스 보도 외 ‘세월호’ 단어를 찾긴 힘들었다.” 이런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언론들 어떻게 보도를 했는지 짚어볼까요?

[김빛이라] 9개 일간지 모두 5주기 당일에 관련 소식들을 싣기는 했지만 언론사별로 차이가 굉장히 컸습니다. 서울과 한겨레, 경향이 세월호 소식을 1면 톱으로 보도를 했는데요. 서울신문은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전시 공간 사진, 유족들이 본 세월호 5주기 기사를 실었고요. 경향신문은 팽목항에 걸린 세월호 리본 사진과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를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희생자 어머니의 사진, 김탁환 작가가 생존 학생들을 만난 이야기를 1면에 실었습니다. 반면에 중앙, 한국, 국민은 사진만 실었고요. 세계, 동아, 조선일보는 1면에 사진조차 싣지 않았습니다. 방송사 종합메인뉴스들은 5주기 당일인 지난 16일을 보면, 대부분 방송사들은 목포신항 이원 중계를 해서 녹슨 세월호 선체 모습, 추모객들의 소식을 전했고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된 이유라든지 후속 대책 마련됐는지 이런 부분들도 조명을 했습니다. 특히 방송 시간별로 보면 SBS와 MBC 같은 경우는 이날 전체 뉴스 절반 이상을 세월호 관련 소식을 보도하는데 할애를 했는데 다른 모습을 보인 방송사들이 있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인데요. TV조선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세월호 소식이 아니라 파리 노트르담성당 화재 소식을 톱으로 전했고요. 살펴보니까 세월호 소식 같은 경우는 뉴스 순서 18번째에 처음으로 보도가 됐습니다. 추모 소식과 함께 전‧현직 야당 의원들의 세월호 막말 파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정세진] 방송에서의 보도량을 저희가 분석을 해봤는데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KBS가 16건, MBC가 24건, SBS 20건, JTBC 16건, TV조선 4건, 채널A 5건으로 분류가 됐습니다. 5개의 일간지의 경우 동아일보는 7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한 건과 두 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정준희] 우리가 신문언론들, 방송까지 포함해서 구별을 해보면 공모자들이 일부가 있어요. 다시 말하면 세월호 사건을 부각시키지 않고 그 당시 정부에 유리한 형태로 왜곡까지 감행했던, 우리가 지난 시간에 살펴봤던 책임자이자 공모자였던 그룹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당시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그러니까 정확한 진실보도를 하지 않았던 정도의 그룹이 있고. 아주 소수가 의미 있던 보도를 했던 그런 그룹이 있죠. 앞에 이 두 그룹들은 세월호를 다시 다루고 싶지 않을 거예요. 하나는 진짜로 다시 부각시키고 싶지 않아서라든가 자신의 책임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들은 누가 그 어느 그룹에 속하는가를 명확히 볼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참사 5주기 당일 박근혜 정부 시절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한 사건에 대한 35번째 공판이 열렸습니다. 또 공판을 앞두고 기무사 전직 간부들이 세월호 사건 당시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요. 참사 당시 선내 CCTV 영상을 보관 중이던 저장장치가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 등 진상 규명을 방해한 새로운 정황들도 드러났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보도로 담은 곳도 있었고. TV조선과 채널A 같은 경우는 이 같은 사실은 거의 침묵하면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막말 파문을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한 스탠스(stance: 입장, 태도)가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보게 되는데요. 어떻습니까?

[송현주] 제가 들었던 생각은 그분들(정진석 의원, 차명진 전 의원) 자기 생각이 그러하더라도 그걸 감히 공적으로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걸 우리 사회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 것들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우리 사회도 각종 혐오 발언들이 넘쳐나는데 그동안에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할 때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우리가 한 번쯤은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 좀 합의를 이루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욱] 제가 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차명진 전 의원의 막말을 보면 하나하나 정말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됐든 어떤 얘기를 했는지 언론에서 알려줘야 그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분노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거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막말에 대해서 언론에서 고스란히 다 내보내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옳은 건지 그른 일인지 궁금합니다.

[정준희] 저는 두 가지 생각이 있는데요. 하나는 보도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은.

[최욱] 이 막말 자체에 대해서?

[정준희] 막말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보도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자기의 스탠스가 없으면 막말에 대한 보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도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보도되기를 바라고 하는 말이잖아요. 논란을 바라고 하는 말이기 때문에. 대충 따옴표 해 와서 이런 말도 있었고 저런 말도 있었다라고 하는 건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이고. 만약에 한다면 이 막말의 구체적인 것들을 따와서 이야기할 필요 없이 이 사람이 얼마나 기존까지 막말을 해왔던 사람이고 이걸 통해서어떤 정치적 효과를 누리고 있는가. 실제로 정치화하는 사람이 누군가라는 걸 명확히 비판하는 식으로 보도를 하는 게 옳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세진] 이분(차명진)은 방송에 꽤 많이 나오시는 분이잖아요.

[정준희] 종편 탄생 이후 나타났던 주된 현상 중 하나가 정치와 언론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거예요. 즉, 정치했던 사람이 정치가 끝나거나 잠시 정치를 멈추고 있을 때 대중들의 이목을 계속 받으면서 정치적인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종편에 출연하는 거고. 그다음에 그 출연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가고 싶은 건 정치이고. 그래서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이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모여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면 자신들이 명확하게 호소하고 싶은 대중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지지를 받는 어떤 세(勢)를 모으고 싶은 거예요. 저는 이런 과정 속에 있는 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최욱] 실제로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던데. “막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인지도만 남는다.” 그런데 진짜 그렇습니까?

[정준희] 상당 부분 그렇죠. 그러니까 특히나 이런 말을 누군가는 해주길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전사의 이미지로 남을걸요? 우리의 의견을 대표해주는 용감한 사람, 이런 식의 어떤 것으로 남았겠죠.

[숄츠] 아시다시피 독일에서는 이런 부정론 불법이잖아요. 나치 시대에 홀로코스트(Holocaust: 제2차 세계대전동안 나치 독일에 의해 유럽 지역의 유대인들이 대량으로 학살된 사건) 관련된 것. 만약에 TV에서 어디 나가게 되면 아니면 칼럼에서 “이런 일이 없었다” 이런 말 쓰면 바로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거예요. 신문한테도 그 TV 방송국한테도. 정말 혐오는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심하고 그리고. 특히 인터넷에 포스팅하는 사람들 정말 거기는 실명 안 나오기 때문에 마음대로 다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그것도 독일 더이상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그거는 정말 당연히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게 표현의 자유와 이런 벌금 같은 게 그래도 어떤 바운더리(boundary: 경계선) 있어야 해요. “이렇게 말하면 나한테는 그냥 아무 일이 안 생긴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사람들 마음대로 이런 말(혐오 발언) 그냥 하는 거예요. 계속.

[정세진] 이런 사람을 섭외하고 방송에 나오게 하는 방송사나 언론사들도 제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어떻습니까?

[정준희] 그렇죠.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이런 식의 것들은 단순히 “난 전달자야.” 나치 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거. “나는 그냥 누가 시키는 거니까 하는 거야”라는 식의 면책 아니었습니까? 즉 언론사들은 실제로 자기들의 판단에 의해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입을 이용해서 하는 그런 행동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피해가는 그런 것들을 하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들의 유형을 만들고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송현주] 차명진 전 의원이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그 와중에 이런 막말들이 나왔으면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책임을 질 필요는 없습니다. 방송국이나 이런 데에서. 그런데 다시는 그 사람에게 마이크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 거죠.

[정세진] 조선일보에 이런 칼럼이 실려서 눈에 띄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기억‧안전전시 공간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마이클 브린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의 칼럼이었는데요. 마이클 브린 기자는 세월호 전시 공간의 광화문광장 설치 반대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을 했는데요. “한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여기 서있다. 선박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설은 이 두 분이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의 주제와 맞지 않는다.” “둘째로, 서울시가 이곳에 추모 공간을 만들려 하는 건 ‘한국인은 희생자’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에 맞닿아있다.” “나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세 가지의 반대 이유를 칼럼에다 실었습니다.

[송현주] 읽고 나서 굉장히 화가 나더라고요. 광화문광장이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 거기에 대해서 그분은 거기를 일종의 영광의 장소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세종대왕이라든지 혹은 이순신 장군이 있어야 될 그런 영웅들의 자리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할 때는, 최소한 제가 생각할 때는 그곳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시작되기도 했고 또 좌절하기도 했고 또 다시 시작된 곳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더 영광스러운 역사죠. 그게 개인의 영웅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집단 전체로, 이른바 촛불혁명이 일어난 곳이니까요. 그래서 그게 그런 어떤 장소의 의미에 대해서 이분이 잘못 이해하고 계신 점이 있다.

[숄츠] 외국 사람 입장으로는 이 사람 무슨 이야기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거든요.

[정세진] 무슨 말 하려는 거예요?

[숄츠] 글쎄요, 제가 어떻게 설명할 건가 조심해야 하지만.

[정세진] 외국 사람 입장으로서.

[숄츠] 저는 동의해요, 사실. 이건(기억‧안전 전시공간) 광화문에서 맞는 자리 아니라고 생각해요. 팽목항에서 만들려고 하면 누구도 반대 안 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 자리의 어떤 의미가 있어요. 아니면 그 학교(단원고등학교)에 뭔가 설치하는 게. 그런데 그 일(세월호 참사)이 광화문에서 생긴 일이 아니었어요. 그건 첫 번째 (이유)이고. 그리고 약간 광화문 정말 한국 사람들한테 특별한 자리인데, 촛불집회든지 아니면 2002년 월드컵까지 이런저런 되게 좋은 일 많이 생겼고 꼭 그것 때문에 안 좋은 추억이 다시 생기게 만드는 거고, 만들면 안 된다고 그런 이야기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거는 설치하면. 그러면 5‧18도 거기 하나 합시다. 그리고 4‧3 사건도 거기 그 자리에서 합시다. 꼭 왜 세월호 사건 때문에 거기 만들 필요성이 있는가. 내가 꼭 반대하기보다 그 자리가 맞는 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최욱] 이순신 장군은 거기에서 싸워서 거기다 설치해 놨습니까?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제가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우리 숄츠 기자님 의견 존중하는데.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저는 크게 또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가. 이순신 장군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자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정신이. 세월호를 왜 우리가 잊지 말자고 하느냐. 국민을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모든 국민이 그걸 지켜봤고. 그 아픔을 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신의 맥락상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정준희] 한국 사회에서의 광장은 유럽에서의 광장과는 달리 역사가 오랜 산물이 아니에요. 광장 문화를 이제 막 채워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에게 광장은 어떤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출발하는 건 맞고. 거기에 대해서 찬성 견해나 반대 견해를 내는 건 맞아요. 그거는 그 사회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그런 부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옳다고 보고요. 이분(마이클 브린)이 이야기하는 것의 일부분에 대해서는 찬성‧반대 논의에서는 동의할 수 있으나 자신의 견해로 이런 식으로 광장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해버리는 건 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가장 중요하게는 조선일보가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왜 굳이 쓸데없이 외신 기자한테 시키느냐는 거예요.

[정세진]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 그냥 영어로 쓴 거를 잘못 혹시 (번역한 것은 아닌가). 그건 아니죠?

[정준희] 그러니까 어떤 언론사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어떤 맥락에서 이걸 실으려고 하는가를 알고 써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전적이 없는 언론사가 아니잖아요. 수많은 이런 방식의 제가 ‘복화술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한테 마치 “자기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의견을 얘기하세요, 괜찮습니다” 해놓고 자신의 맥락 속에 가져다 쓰는 방식들을 쓴단 말이에요. 그리고 바로 김대중 전 주필이 그런 식의 기사를 써버리잖아요. 그러면 기사의 틀이 확 잡히는 그런 방식이 되는 거죠.

[정세진] 그 칼럼을 보죠. 조선일보가 4월 9일에 <文 정부, 도덕적 우월감의 극치>라는 제목의 김대중 칼럼을 실었는데요. 읽어드리면 “엊그제(4월 6일) 마이클 브린 전(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읽고 한편 부끄럽고 한편 참담했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문제에 나는 역설적으로 관대(?)하려고 노력했다. 세월호에 편승해 전 대통령과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세력이 ‘세월호’가 고마워서라도 세월호를 쉽게 접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었고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글로 쓰지 못했다. 편리하게 외면한 것이다. 집권층과 좌파 세력의 반대를 키워주고 싶지 않았고 세월호 희생자 모독이라는 ‘딱지’가 싫어서였을 것이다.”

[송현주] 철저하게 위선이죠. 그리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지만 말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주류 언론에 오래되신 분들이 하는 전형적인 말 스타일이 “이런 말을 꺼내고 싶지는 않다”,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의혹들은 차라리 젖혀두고 싶었다”라고 하면서 다 하거든요. 실제로 이분(김대중 전 주필)은 그 마이클 브린이 쓴 칼럼이 나오고 나서 어찌 보면 같은 기획일지도 몰라요. 이런 쓸데없는 의심일 수도 있으나 이분이 하는 말씀. 그동안 안 했다고 하지만 5년 내내 했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정준희] 그런데 지금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에 ‘역설적으로 관대’라는 표현을 써요.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는 사실이고 자기는 거기에 관대한 거잖아요. 이건 사실이 아닌 것을, 그러니까 실제로 논쟁의 여지가 있고 분명히 그렇게 볼 수 없는 요인들이 이미 사실로 찍어놓고 그리고 난 다음에 자신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을 취한다는 말입니다. 또 한 가지는 이분은 이렇게 침묵하는 것들에 대해서 창피해하시는 분이 그렇게 다 이야기하면서 정작 침묵했던 것, 창피해해야 할 침묵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세월호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자꾸 덮고 덮고 덮고 덮어서 헷갈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그때 침묵을 넘어서서 사실은 분칠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분노하리라고 저는 기대하지도 않아요. 그냥 창피해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마치 이 사건들은 이미 다 해결된 것이고 이제와서 그동안 침묵한 것들에 대해서 미안하다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는 건 저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름)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5주기’ 언론은 어떻게 보도를 했는지 짚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언론이 이 사안만큼은 정말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국민의 아픔, 피해자, 유가족의 아픔을 먼저 헤아리는 자세를 갖춰야 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정세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정부 지원금을 폐지하라는 국민청원 운동의 참여자 수가 청원 운동 시작 12일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번 연합뉴스의 국민청원 운동의 시작은 최근 잇따라 시작한 연합뉴스TV의 그래픽 사고에서 촉발이 됐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번에는 연합뉴스TV의 그래픽 사고 논란을 계기로 잊을만하면 반복되고 있는 방송의 그래픽 사고 원인과 대책, 대안을 짚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연합뉴스TV의 그래픽 사고 어떤 내용들이었는지 짚어보시죠.

[김빛이라] 먼저 지난 3일에 연합뉴스TV의 오후 뉴스 프로그램 <뉴스워치>를 보면 재벌 3세들의 마약 보도를 하면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 이미지를 자료화면으로 이용을 한 사례가 논란이 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지난 10일에 보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서 방미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 소식을 전할 때 문재인 대통령 사진 아래에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를 배치해서 논란이 굉장히 확산이 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방한을 요청했다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뒤로 트럼프 대통령만 배치를 하면서 문 대통령은 혹시 고의로 배제한 것 아니냐. 이런 논란까지 추가가 됐습니다.

[정준희] 이게 단순한 그래픽 실수가 절대 아니죠. 그러니까 상당히 책임져야 할 실수예요. 실수로 했느냐 아니면 의도로 했느냐는 나중에 밝힐 문제고 실수든 아니든 간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를 저지른 겁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외신을 이용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다”라는 발언이 정치적인 논란을 낳았는데 말 그대로 진짜로 수석대변인인 것처럼 보여주는 그래픽이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니까 그 맥락상 사람들의 반응이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이었다고 하겠죠.

[숄츠] 한 번만 이런 실수가 생기면 조금 살짝 웃으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아마 얼마 전에 (북미) 회담 있었잖아요. 그래서 아마 그 (때 사용한) 컴퓨터 그래픽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그대로 썼을까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짧은 기간 이내에 몇 번이나 이런 사고가 났으니까. 그래서 아마 조금 의심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김빛이라] 일단 방송국에서 리포트를 만들면 리포트 만드는 기자가 따로 있고 이렇게 뉴스 편집부서에서 그래픽 담당하는 기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보통은 통상적으로 그래픽 담당하는 기자가 이미지 콘티를 짜서 그래픽 팀에 넘겨서 담당자가 만드는 그런 시스템이라서 최종적으로는 기자에게 확인을 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는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이미지를 맡길 때도 혹시 시청자가 오해할 건 없는지 그런 부분을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정준희] 이 부분은 보통 잘 얘기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뉴스 채널이나 뉴스에 유난히 그래픽이 되게 많이 사용돼요. 그러니까 자료화면, 그래픽 이런 게 되게 많이 사용됩니다. 화면이 없으면 차라리 뒤에 카메라들 내보내는 거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해요. 그런데 외국 뉴스 채널들 보시면 굳이 전혀 관련 없는 영상이나 이런 거 쓰지도 않고 그냥 뒤에 스튜디오 배경 나오는 경우 되게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굳이 하나하나, 초등학생한테 뭐 알려주듯이 없는 것도 억지로 끌어다가 그걸 뒷 배경에 깔아야만 된다는 강박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실수가 나오는 거예요.

[김빛이라]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런 그래픽 같은 것들이 앵커 뒷 배경에 들어갈 때, 가장 핵심적인 리포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다 보니까 하나하나씩 추가가 되고 국기 같은 것들, 대통령의 이미지만 그냥 내보내면 뭔가 좀 신경을 덜 쓴 느낌. 그런 것들에 사실 저희가 중독돼있는 측면도 있긴 있습니다.

[정준희] 그러니까 말을 통해서 뉴스 전달의 핵심 정보를 전한다고 하는 것. 진검승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꾸 뭔가를 더하고 얹어서 전체적으로 괜찮아 보이게 만드는 데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거죠.

[김빛이라] 거기서 실수가 굉장히 많죠.

[송현주] 연합뉴스TV는 한두 번의 실수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동안 각 방송사들이 돌아가면서 계속 이런 일을 벌여왔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시청자들이 생각할 때는 너무 자주 이러네. 계속 이러네. 이게 반복되니까 이게 단순 실수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그게 일베(온라인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이미지 같은 게 들어가면서 이거는 의도적이다, 이런 판단을 하는 것 같고. 또 하나는 그런 보도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그동안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이게 일종의 방아쇠 같은 거죠. 방아쇠가 한번 당겨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불이 붙어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이나 비판적 시각이 폭발하는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세진] 인공기 그래픽 논란 직후에 연합뉴스TV는 곧바로 해당 그래픽을 수정해 올렸고요. 당일에 5번의 사과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앵커/4월 10일 연합뉴스TV <뉴스리뷰> 사과 방송] 문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중재하러 방미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제작진의 실수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정중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저희 연합뉴스TV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정준희]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네요.

[최욱] 이거는 진짜, 이거는 안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김빛이라] 기자들 사이에서는 당일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었다. 그래픽 실수였다”라고만 표현을 했더라면 오히려 논란이 쉽게 진화가 됐을 텐데 이 해명이 오히려 청원에 대한 불을 붙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최욱] 이 해명 그리고 다음 날 보여줬던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뺀 것. 이런 걸 보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제 생각이 자꾸만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숄츠] 일베 이미지를 사용하는 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노무현 실루엣 거기 나오는 게 모든 사람이 보자마자 바로 “이건 노무현이다” 이런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실 어느 정도 숨을 수 있는 잘못인데.

[최욱] 교묘하죠.

[숄츠] 그런데 약간 sublevel에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 실루엣은 여기 처음 나온 게 아닌 거로 알고 있어요. 조금 찾아보니까 여기저기 나왔어요.

[최욱] 맞습니다.

[정세진] 그 부분에 대해서 먼저.

[김빛이라] 영상 담당 직원이 구글에서 ‘남성 실루엣’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를 내려받아 놓은 것이다, 그걸 사용 했다더라가 연합뉴스TV의 입장입니다. 실제 이게 논란이 되고 나서 담당 부장이 미디어오늘이 인터뷰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자와 데스크도 두 차례 검수를 했는데 이미지 위에 표기된 글씨에 대한 사실관계 신경을 쓰다 실루엣 이미지는 문제로 인지를 하지 못했다.” 문제가 있다고 인지가 된 다음에야 출처가 일베인 걸 확인하고 SNS나 영상에서 지웠다고 하는 게 입장입니다.

[최욱] 저는 여기에 대해서 더 문제가 심각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이해의 폭은 아까보다는(인공기 그래픽 사고) 조금 더 넓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왜냐하면 극우 사이트에서 방송사의 이런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서 굉장히 교묘하게 편집하고 방송에서 쓰기 좋은 해상도 높은 사진을 유포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정세진] 걸려들기 쉽게.

[최욱] 네, 그래서 약간의 이해의 폭은 조금 넓지만 문제는 더 심각해보이죠.

[정준희] 자꾸 어디선가 다운(download)이라도 받고 저작권 상관없이 쓰는 것에 관행이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외국의 유력 언론사들 같은 경우에는 절대로 외부 이미지를 쓴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최욱] 그래요?

[정준희] 한다고 하더라도 그거는 상당한 검수를 거쳐서 진행되는 게 기본입니다.

[정세진] 자랑스럽게 구글에서 다운받았다 이런 말 하면 안 되겠네요.

[정준희] 그러니까 이런 말 하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데요.

[숄츠] 구글에서 그냥 아무 이미지 다운 받고 사용했다. 이거 독일에서 그 사람 바로 그 자리에서 잘라버릴 거예요.

[최욱] 그래요? 그러면 이해의 폭을 다시 좀 좁히겠습니다.

[송현주] 프랑스 뉴스통신사 AFP하고 ‘게티 이미지’라고 그러죠. 그 사진 데이터베이스 사업하는 거기서 사진을 하나 잘못 써서 프리랜서 기자한테 백 몇십 만 불을 물어준 적이 있습니다.

[정세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연합뉴스TV는 지난 11일 보도국장과 뉴스총괄부장을 보직 해임했습니다. 또 다음 날에는 보도 총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의 직위까지 해제했습니다.

[정세진] 이번 연합뉴스TV에서 촉발된 그래픽 사고로 인해서 연합뉴스 정부지원금 폐지 청원운동가지 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가 정부 구독료를 지원받은 이래 정부지원금을 폐지하라는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었는데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청원 내용을 좀 소개해드리면 지난 4일 <연합뉴스에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 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폐지를 청원합니다> 이런 제목으로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현재 연합뉴스는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편파적인 뉴스 또는 단편적 정보만을 제공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연합뉴스의 불공정 보도 행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청원글이 편파보도 사례로 지적한 것은 연합뉴스TV에 출연한 정치 패널의 성향과 지난 3일 방송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 사고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연합뉴스TV 보도에 대해서 모(母) 회사인 연합뉴스에 책임을 물으며 청원까지 이어진 것은 과도한 면이 있지 않나 이런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라고 보는 게 맞지 않습니까?

[송현주] 자회사니까요. 말 그대로 이름도 연합뉴스TV잖아요. 실질적으로 연합뉴스가 연합뉴스TV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적으로도 오버랩(overlap: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이걸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죠 사실은.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그래픽 문제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좀 예상치 못했지만 언젠가는 연합뉴스의 공정성 문제, 연합뉴스TV를 포함해서 이 문제는 발생할 거로 봤고요. 오히려 늦춰진 감이 있습니다.

[최욱] 제가 궁금한 게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기 때문에 국고 300억 원을 지원받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 자체가 너무 어렵습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이게 뭔가요?

[송현주] 쉽게 말하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뉴스 통신사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AP라든지 로이터라든지 그다음에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중국의 신화사. 이런 다양한 형태의 뉴스통신사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연합뉴스를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쉽게 말하면 한국 방송, KBS처럼 뉴스통신사를 일종의 공영(公營)으로 운영하는 거죠. 공영 미디어로서 뉴스통신사를 운영을 하는 거고요. KBS는 수신료를 걷지만 뉴스통신사는 이용자가 불분명하거든요. 그런데 하는 역할은 공적이기 때문에 국가가 일종의 연합뉴스를 구독하는 구독료 개념으로, 연합뉴스의 뉴스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하는 겁니다.

[최욱] 국가가 연합뉴스를 구독하는 거예요?

[송현주] 그렇죠. 연합뉴스의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겁니다.

[최욱] 그 구독료가 300억 원이라는 겁니까?

[송현주] 삼백 몇십 억 되죠.

[최욱] 너무 비싼 거 아니야?

[김빛이라] 올해 초 기준으로 332억 원 정도 되는 거로 나오니까 300억 원대 초반.

[최욱] 그러면 연합뉴스는 기사를 생산해서 국가기관에도 주고.

[정세진] 공급을 하고.

[최욱] 그리고 이 뉴스를 대중들한테도 주는 겁니까?

[정세진] 지금은 포털(portal) 통해서 그렇게도 하고.

[송현주] 그러니까 뉴스통신사의 주요 고객은 첫 번째는 국가기관이고요. 두 번째로는 민간기업들. 뉴스를 알아야 되는 민간기업들이 있고 그다음에 세 번째 유형은 언론사들이죠. 세 유형의 고객입니다. 고객사라고 부르는데요. 계약을 맺어서 1년 단위로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를 (연합뉴스에) 지불하는 방식이죠.

[최욱] 그러면 (연합뉴스가) 언론사한테도 돈을 또 받는 겁니까?

[송현주] 계약 관계가 맺어져 있으면요. 일반 개별 언론사들은 비유하자면 가내 수공업적인 소매상입니다. 자기들이 직접 뉴스를 만들어서 생산해서 자기들의 아웃렛(outlet: 유통 수단), 예를 들면 전파라든지 혹은 지면을 통해서 독자나 시청자들한테 뉴스를 내보내는 건데요. 뉴스통신사는 그게 아니라 그 언론들에게, 계약 관계를 맺은 방송사나 신문사나 잡지사들에게 자기 뉴스를 제공하면 그 고객사들이 그 뉴스를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서 활용하는 거죠. 그래서 원래는 실질적으로 일반 독자들을 만날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정세진] 원래는.

[송현주] 원래는. 그런데 포털이라는 게 생겨나면서 뉴스통신사가 직접.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인데요. 뉴스통신사가 직접 독자들이랑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거죠.

[정준희] 뉴스통신이라는 것의 기원을 제대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어요. 하나가 국영(國營), 하나가 연합 형식, 또 하나가 완전히 민영(民營) 형태가 있는데 그게 기원, 목적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우리나라의 연합통신은 사실은 국영의 기초를 가지고 있는데 말은 연합이라는 형식으로 해서 방송사나 이런 데가 일부 출자하도록 만든 특이한 형식으로 있는데. 실질적으로 소매상 역할까지 하는, 되게 민영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되게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거죠.

[최욱] 제 돈 300억이 들어가서 자꾸 신경이 쓰이는데 국가기관에서는 기성 언론사의 뉴스를 보면 안 되는 겁니까? 뭔가 연합뉴스만이 생산해낼 수 있는 기사가 있는 건가요?

[정세진] 그 차이를 좀 이야기 해주세요.

[송현주] 연합뉴스가 좀 독점적 지위를 가졌던 이유는 하루에 생산하는 뉴스가 한 3,000건 정도 됩니다. 그리고 특파원의 네트워크(network: 통신망), 세계적인 네트워크도 국내 개별 언론사들과 비교되지 않고요. 또 하나는 국내의 지역 취재망. 이것도 사실은 비교될 수 없는 정도로 기자 수만 해도 590명 정도 된다고 하고요. 그래서 사실 일반적인 종합일간지들이 저기 시골에 있는 군 단위에 가서 취재하지 않거든요. 그런 뉴스에 대한 수요도 없고. 하지만 지역 균형 차원에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고요. 그다음에 특파원도 보통의 종합일간지들이 워싱턴이라든지 북경이라든지 도쿄라든지 런던, 파리 이런 곳에는 파견돼 있지만 아프리카라든지 남미라든지 동남아시아 이런 곳에서는 취재망이 없거든요. 그래서 뉴스통신사가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그런 공적인 역할들, 시장 수요는 없어서 공급될 수 없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공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명목상은 구독료, 서비스 이용료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겁니다.

[정세진] 연합뉴스가 우리가 생각하는 원래 본 기능대로만 했다면 지금 같은 문제(재정지원금 폐지 청원)는 안 생겼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김빛이라 기자. 일단 연합뉴스는 기자 세계에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가요?

[김빛이라] 사실 연합뉴스 홈페이지 들어가니까 ‘언론 중의 언론’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정세진] 그래요?

[김빛이라] 기자도 ‘기자 중의 기자’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왜냐하면 각 출입처마다 기자단이 꾸려져요. 여러 가지 편의를 위해서이기도 한데 대부분 기자단의 간사는 연합뉴스 기자가 합니다. 그러니까 간사는 약간 반장을 뜻하는 그런 역할을 해요. 그러니까 보도 시점을 정한다든지 보도 기자들 의견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금도 청와대를 비롯해서 출입처에서 아직까지도 연합뉴스가 그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정준희] 김빛이라의 기자가 ‘언론의 언론’, ‘기자의 기자’라고 하는 표현을 썼을 때 오 했잖아요. 이게 무슨 호가호위하는 그런 지위가 아니에요. 높낮이가 있는 그게 아니라 1단계라는 뜻이에요, 1단계.

[정세진] 기본 중의 기본.

[정준희] 다른 언론들이 참조하는 언론. 다른 기자들이 참조하는 기자 이런 뜻이에요. 정보의 질이 최대한 높아지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면 ‘객관주의 저널리즘(objective journalism: 해설이나 의견을 더하지 않고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것)’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만 있는 거니까. 거기에 괜히 양념 얹고 해설 얹고 이런 게 필요없다는 거죠. 나머지 언론들의 기능은 자기가 직접 취재한 정보를 가지고 (보도) 하거나 연합뉴스에서 취재해준 정보를 바탕으로 해설을 더하거나 의견을 더하거나 이럴 수가 있게 되는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아주 딱딱하고 드라이(dry)한, 건조한 사실만으로 이루어진 것들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망가지면 뒤에 있는 언론 활동이 안 되게 되는 그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정세진] KBS 같은 경우도 연합뉴스 기사를 시시각각 보잖아요.

[김빛이라] 맞습니다. 그러니까 저희(KBS)도 전재(轉載: 이미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을 다시 다른 지면에 옮겨 실음)계약을 맺어서 연합뉴스로부터 어떻게 보면 원(原) 소스(source: 정보의 원천)를 받는 개념으로 연합뉴스를 보고 늘 참고를 합니다. 연합의 기사는 원 소스를 제공 받을 때 보면 육하원칙에 의거해서 정보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도 연합뉴스의 위상 같은 경우는 늘 참조해야 하고 공부해야 할 기사이긴 한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는 연합뉴스 기사들에도 뭔가 해석이 들어가거나 풀이가 들어가는 기사들이 많아지면서 어디까지 내가 원 소스를 참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희 KBS 기자들도 늘 헷갈리고 있고요.

[최욱] 숄츠 기자를 위해서 제가 질문하면 전재계약이 무슨 말이에요? 저를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김빛이라] 영어로는 어떻게.

[최욱] 아니, 우리 말로 설명해 주세요.

[송현주] 작은 언론사들 같은 경우는, 물론 큰 언론사들도 자기들이 취재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지역에 있는 언론사도 서울에 있는 중요한 정부나 혹은 중요한 사건이 터졌을 때, 서울에 주재원이 없으면 혹은 취재력이 달리면 연합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그게 전재입니다. 그다음에 구독(購讀)이라는 것은 전재하지는 않지만 그냥 보는 거예요. 봐서 그중에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자기들이 기사 쓰는데 준비도 하고. 그다음에 나중에 기사로 완성하고 나서 팩트 체킹(fact checking: 사실관계 확인) 같은 걸 연합뉴스 기사를 놓고 해볼 수도 있는 거죠.

[최욱] 숄츠 기자 전재계약이 뭔지 이제 이해했죠?

[숄츠] 덕분에요.

[최욱] 아는 얘기 듣느라고 지겨워 죽는 줄 알았네.

 [정세진] 청원 내용 중에 “현재 연합뉴스는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편파적인 뉴스 또는 단편적 정보만을 제공해 여론을 호도하는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불공정한 편파적인 어떤 언론 보도들이 있었는지 연합뉴스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빛이라]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국면에서 연합뉴스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됐습니다. 보시면 지난 2017년에 나왔던 연합뉴스 노조의 특보인데요. <국민 분노 잊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보면 당시에 “의도된 방관에서부터 적극적인 부당제시까지 있었다”라고 기자들이 폭로했습니다. “검찰이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사회부장이 부원들에게 이 공소장 내용은 모두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모두 따옴표(“”)를 하라” 이렇게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 측의 반론과 해명도 충실히 넣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언급을 했습니다. 또 “어렵게 취재한 단독 기사에 ‘물타기’”를 하거나 “애써 작성한 기사를 아예 삭제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사례를 들었는데요.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의약품 구매 두 배로 급증>이라는 기사는 부장의 데스킹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도 유사 프로포폴, 마늘 주사 구매>라는 제목으로 바뀌어서 송고가 됐고. 박 전 대통령 담화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취재한 기자가 <시민들은 싸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면 <시민 민간단체 평가 엇갈려>로 바뀌었다면서 이런 사례를 들면서 폭로를 했습니다.

[최욱] 저는 연합뉴스에 대해서 이해도가 많이 떨어졌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조선일보 비판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연합뉴스를 파급력 측면에서라도 많이 우리가 감시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송현주] 연합뉴스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어떤 불공정성에 관해서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기본적으로는 그런 어떤 특정 정부와 무관한 지배구조 문제가 있고요. 사실은 정부가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거든요. 그 문제가 있고 두 번째로는 지원금 문제가 당연히 있죠. 이게 항상 고정액을 주는 게 아니라 1, 2년 단위로 평가해서 몇십억씩 깎았다 더해줄 수 있고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또 하나의 지렛대가 됩니다. 그다음에 또 하나 특수한 상황은 뭐냐 하면, 원래 YTN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 YTN의 ‘Y’가 사실은 연합에서 온 거거든요. 그래서 최초의 연합뉴스가 YTN를 자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경영실적이 별로 안 좋고 부담이 되니까 그거를 매각을 한 거예요. YTN를 매각하고. 그런데 YTN이 그 뒤로 자립을 했죠. 그러고 나니까 다시 보도 전문 채널을 가지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종편과 보도 전문 채널을 추가로 내줄 때 연합뉴스가 그걸 강하게 요청을 한 거죠. 그 과정에서 정권에 더더욱 친화적인 그런 언론으로 바뀐 게 있고요.

 [숄츠] 나라한테 도움받게 되면, 정부한테 정부지원금 있으면 항상 그 위험성이 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돈 주는 사람한테 어떤 뉴스 만들 건지 어느 정도 약간 컨트롤링(controlling: 통제)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길 수 있잖아요. 왜냐하면 돈 안 주게 되면 갑자기 그 회사나 그 통신사 되게 힘들어질 수 있고. 그리고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뉴스 계속 만들게 되면. 그래서 그거 때문에 사실 독립성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일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통신사는 DPA. DPA는 (정부로부터) 100% 독립되어 있어요. 그래서 정말 여러 가지 신문하고 미디어 아웃렛 다 합쳐서 180개 정도 합쳐서 그 DPA 만들었는데. 그런데 한 부분(주주)은 절대 10% 이상 (배당) 못 받아요. 거기는.

[정준희] 취재해서 언론사를 주려고 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청중을 찾아 나서야 하잖아요.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사실은 국가나 정부나 정치권에 영향을 행사하려고 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도 힘이 세져요. 왜냐하면 굉장히 많은 세포들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예를 들어 국회의원 300명에게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이 있겠습니까? 국회의원은 자기가 한번 이름 언급되고 자기 지역에 대한 뉴스가 좋은 게 나오고 이런 게 굉장히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중앙 언론사들이나 이런 메이저(major: 주요) 언론사들은 모든 걸 그렇게 취재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연합뉴스가 가장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정치 영역 그다음에 공공영역 이런 데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취재망이, 기존의 언론들의 문제점이라고 하는 ‘출입처’와 굉장히 민감한 연관 관계‧공생 관계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최욱] 오늘 연합뉴스에 대해서 배우고 났더니 일전에 저희가 다뤘던 ‘장충기 문자’. 이거 더 무겁게 와닿네요. 그때는 사실 연합뉴스에 대해서는 크게 분노하지 않았는데 알고 나니까 굉장히 화가 납니다. 당시에 연합뉴스 간부들이 삼성그룹 장충기 사장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했던 그 문자 다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장충기 선배님이 경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알아야 기사 쓸 때 반영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했었고. 그리고 “내가 지금 어떤 분을 돕고 있는지 알고 싶고 만나 뵙고 싶다” 이런 문자를 썼던 거로 기억하는데. 와, 알고 났더니 더 화가 나네요.

 [정세진] 오보나 이런 사고가 나기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예전에 그 유명한 대대적인 오보 소동이 2017년에 있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의 오보 사태. 최악의 오보 참사로 기억이 되고 있습니다. ‘long gas lines forming’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였죠.

[김빛이라] 이게 2017년 9월 17일 기사인데요. 한미 정상 간에 통화를 하고 나서 트럼프가 올린 트윗을 소개하면서 오역이 있었습니다. 보면 제목이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유감이다”>라는 건데. ‘long gas lines forming’이라는 표현은 기름을 구하려고 주유소 앞에 길게 줄을 섰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트럼프가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에 석유 공급난이 있으니까 주유소에서 기름 구하려고 줄 섰다더라, 딱하더라 이런 비유 표현을 한 건데 ‘long gas lines’가 줄이 아니라 ‘가스관’으로 오역이 되면서 굉장히 다른 뜻이 전달이 되어버린 결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논란이 되고 나서 연합뉴스가 다시 <트럼프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 서”>라고 제목을 수정을 하고 다음 날 사고(社告: 회사에서 어떤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내는 광고)를 내고 바로잡았지만 이미 ‘묻지마 받아쓰기’를 해서 다 퍼진 상태였습니다, 기사가.

[송현주] 실수이긴 한데 준비된 실수죠. 이런 말들이 나오길 항상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세진] 진짜요?

[송현주] 그런데 제가 왜 그런 의심들을 하냐면 그 뒤에 갖다 붙인 말이 이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뭐라고 했냐면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러시아 방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을 밝힌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여기에 “것으로 풀이된다.” 이게 본인의 이야기잖아요, 기자 본인의. 그런데 이걸 취재를 했을까요? 그냥 본인이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겁니다. 그다음에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서 북한 제재 국면에서 한국이 이런 것을 하느냐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대요. 누가 지적했는지는 모른대요. 취재원이 없죠. 일종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뇌피셜(‘뇌’와 ‘official’을 합친 말로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말) 이잖아요, 뇌피셜. “내가 보니까 딱 그런 것 같아.” 연합뉴스의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데서 많이 관찰되는, 그런 어떤 뉴스 통신으로써는 절대 하지 말아야 될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정세진] 우리가 기대하는 뉴스통신사의 기사는 아닌 거죠.

[송현주] “이런 말을 했다” 까지 끝나야 하는 거예요.

[최욱] 그런데 제 돈 300억이 들어갔는데 겨우 트위터 취재하고.

[정준희] 그렇죠. 그런 것도 문제인 거죠.

[최욱] 그쵸?

[숄츠] 미국에 있는 특파원 먼저 트위터를 보는 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거는 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트럼프는 기자간담회 별로 안 만들잖아요. 모든 걸 트위터만 하고.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제가 이해 못하는 게 이런 스토리(보도 내용) 자체가 좀 어색하잖아요. 무슨 가스 라인 생겼다고? 이런 게 있으면 혹시 모르니까 더블 체킹(double checking: 이중 확인) 할 거예요. 다른 통신사에서도 비슷한 뉴스가 나왔는지 아닌지. 혹시 내가 잘못 이해했는가.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더블 체킹 해야 해요. 왜냐하면 통신사는 사실 만약에 오보가 나가게 되면 이거는 한 신문, 한 방송국이 아니고 (많은 언론에) 싹 나갈 거예요. 이건 한국 미디어가 다 받을 뉴스이고, 한국 미디어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미디어도 연합뉴스 가끔 확인하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통신사 역할은 그만큼 더블 체킹하고 팩트(fact: 객관적인 사실)만 보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일 빠르게 보도하기보다 제일 정확하게 보도하는 게 그게 바로 통신사의 역할이에요.

[정세진] 포털(portal)을 통해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언론사가 연합뉴스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김빛이라] 최근에 나온 보고서가 2016년 보고서이긴 한데요. 네이버 모바일과 PC에서 메인뉴스에 배열되는 연합뉴스의 비중이 각각 24%와 28%를 넘습니다. 아마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봤을 때 이건 제공 받는 언론사뿐 아니라 포털을 통해서 소비하는 이용자에게도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는 얘기가 되겠죠.

[정세진] 그래서 언론시장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이런 비판도 나오고 반감도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문사들이 반발하면서 계약 중단하는 사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김빛이라] 2013년에 보면 조·중·동이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을 전격 중단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공짜로 노출하면서 신문의 유료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조선일보는 직접 기사도 썼었는데요. 그런데 이제 제가 이 기사를 보고서 그렇다면 요즘은 좀 어떨까 했는데 눈여겨 볼만한 점이 동아일보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도 전재 계약을 중단을 하고 오히려 민영통신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조선과 중앙일보 같은 경우에는 다시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을 맺어서 뉴스를 공급받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송현주] 뉴스 생태계 이야기를 하는데, 뉴스 포털과 주요 일간지들과 연합뉴스의 관계는 사실 이런 겁니다. 뉴스 생태계를 처음 파괴했다기보다는 실수라고 말할 수도 있고요. 무료로 자기 뉴스 콘텐츠를 제공한 거 주요 일간지들이죠. 포털에. 편승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게 굳혀지다 보니까 일간지들이 경영상 압박을 받거든요. 그래서 협상을 해서 뭔가 좀 제대로 바꿔야 하겠는데 그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게 연합뉴스인 거예요. 포털 입장에서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 한겨레 다 필요 없어요. 연합뉴스만 딱 갖다 놓으면 뉴스 콘텐츠가 그냥 풍성해지는 겁니다. 그렇죠? 그러니까 협상이 안 되는 거죠. 그런 관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주요 일간지들이 뉴스 생태계에 대한 비난을 할 때 첫 번째로는 포털을 비난하지만 동시에 그 포털의 일종의 파트너가 된 연합뉴스에 대한 반감도 상당히 큰 거죠.

[정세진] 숄츠 기자는 독일이나 유럽에서는 포털의 통신사 뉴스 공급하고 이런 것들은 많이 못 보셨을 것 같은데. 저희 포털 문화가.

[숄츠] 독일을 대표하는 DPA는 포털(에 공급하는 기사) 없어요. 뉴스를 받으려고 하면 거기는 이용료 있고. 그거는 원래 그냥 통신사 그대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뉴스 받으려고 하면 돈 내야 해요. 그리고 독일에서는 한국하고 되게 차이가 커요. 독일 사람들 사실 온라인 서칭(searching: 검색) (할 때) 구글을 95% 이상 사용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구글 홈페이지 들어가면 딱 서칭(검색창). 그 이상 아예 없거든요.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어떤 찾는 내용 있으면 정말 딱 그 찾는 내용만 원하는 거예요. 그래서 포털사이트는 독일에서는 한국만큼 큰 역할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한국 인터넷 문화가 우리나라하고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이런 포털 무조건 참석해야 살 수 없다고 이런 느낌을 연합뉴스 많이 받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 문제는 포털같이 하게 되면, 그럼 원래 해야 하는 일하고 포털사이트는 원래는 다른 일인데. 통신사가 해야 하는 일도 따로따로 있다고 하게 되고. 그런데 이게 섞이게 되면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연합뉴스 얘기를 하고 있으면서 저는 KBS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항상 수신료 폐지 움직임, 옛날부터 오랫동안 겪어왔었고 또 공정성·독립성 논란 항상 문제 제기를 받았는데요. 연합뉴스도 이번에 국민청원까지 들어온 것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말씀도 해주셨지만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짚어주시죠.

[정준희] 아주 잘 얘기하셨어요. 그러니까 KBS와 연합뉴스는 일종의 쌍생아입니다. 쌍둥이예요. 물론 포괄 범위나 이런 것들은 다르지만 제도가 굉장히 비슷하게 구축되어 있고 문제도 똑같이 반복되는 그런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도 불만을 가지면 뭘 건드리냐. 돈을 건드려요. 수신료 안 내겠다. 그다음에 지원금 빼자. 왜? 제일 약한 고리라는 걸 알거든요. 그런데 그 결과는 사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거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건 정치권이거든요 사실은. 정치권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결말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한 고리를 국민들이 공격하는 건 저는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그것의 결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것이 향해야 할 건 제도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가야 되는 거죠. 거기에 적합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죠. 공영미디어는 제도의 의존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러면 핵심은 결과적으로 공공 서비스라는 게 뭐냐는 걸 시민들이 이야기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러면 지금의 연합뉴스가 해야 하는 핵심적인 공적 기능이 뭐냐. 민영 뉴스통신사와 다른 종류의 뉴스통신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하냐. 그러면 국민 뉴스는 뭐가 취재되어야 하고 해외 뉴스는 뭐가 취재되어야 하느냐. 이거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죠.

[송현주] 결국은 우리가 질문을 해야 하는 거죠. 우리에게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필요하냐. 그 뉴스통신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예산은 어느 정도여야 하느냐, 그걸 우리가 기꺼이 지불 할 용의가 있느냐. 이게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할 부분이고요. 중요한 역할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사실은 문어발식이고 오히려 오지에 특파원 나가는 것보다는 청와대, 국회 출입하는 게 기자 개인 입장에서는 훨씬 더 자기의 경력 관리나 미래를 생각할 때 훨씬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서 연합뉴스 내부의 문제도 있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현재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는 데 근본적인 제약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세진] 오늘은 연합뉴스, 연합뉴스TV의 보도 내용들 짚어봤고요. 연합뉴스가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송현주 교수님 오늘 감사드리고요. 김빛이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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