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겠다며 대가를 요구했다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07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서울 목동에 집 한 채를 요구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가 2008년 초 김 전 차관에게 1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9일 김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사업을 진행한 윤 씨는 이듬해 주변 빌라를 사들이기 시작한 경위를 확인, 8일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윤씨를 6차례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뇌물 관련 각종 진술을 확보했다. 윤씨는 검찰에 “2007년 초 김 전 차관이 ‘목동 재개발사업 인허가 및 시공사 문제 등을 도와주겠다. 사업 잘 풀리면 목동에 집을 한 채 달라’고 요구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이 부동산을 요구한 시점은 그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급)으로 승진한 무렵인 2007년 2월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시행사와의 이해관계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으로 무산됐지만, 2007년 2월 중천산업개발(윤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중심으로 김학의 전 차관이 인허가 문제를 도와 줄테니, 재개발이 끝난 뒤 아파트 1채를 요구했다고 최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이때 사업자금 대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김 전 차관에게 실제 부동산이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윤씨 진술이 사실이고 명확한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뇌물수수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뇌물수수죄는 금품 등을 요구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공여에 대한 실행 가능성이 충분해야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은 윤 씨의 진술과 관련해 검찰은 서양화가 박영율씨의 30~40호 크기 그림을 2008년 초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윤씨 진술도 확보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윤씨에게 “사무실에 걸면 좋겠다”며 그림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는 이후 윤씨에게 “사무실에 놀러 온 손님들이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그림의 감정가를 1000만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씨는 또 “검사장 승진 청탁이 이뤄진데 대해 성의표시를 하라고 김 전 차관에게 건넨 돈은 200만원이 아니라 500만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초 지인에게 청탁해 김 전 차관의 검사장 승진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 전 차관에게 “지인에게 감사표시로 전달하라”고 현금 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윤 씨 진술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만큼,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수사는 활로를 찾고 있다. 다만 검찰은 윤씨 진술의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윤씨가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말한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김 전 차관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려면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요구했거나 수수한 것이 입증돼야 한다. 그래야 공소시효 15년을 적용해 김 전 차관을 사법처리할 수 있다.

당시 실제로 김 전 차관이 인허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는지 등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진위 파악과 동시에 김 전 차관을 9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간 윤씨, 성범죄 피해여성 이모씨 등을 수차례 조사해 범죄 단서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김 전 차관을 상대로 한 직접 조사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 전 차관은 향후 수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차관 측은 “윤씨의 검찰 진술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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