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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과 끝의 빛나는 순간, 연극 <단편소설집>
제40회 서울연극제
  • 권애진 기자
  • 승인 2019.05.10 07:23
  • 수정 2019.05.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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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2016년 초연 당시 전석매진의 호평에 힘입어 극단 적(的)의 <단편소설집>이 제40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으로 SH아트홀에서 재공연되며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관객들과 함께 ‘자아’에 대해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제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기호로 가득찬 <단편소설집> 무대사진 /ⓒ권애진

“영향력이란 단순하게 말하자면, 개성의 전이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는 방식이고 

그 주는 행위로 인해 만들어지는 감각은

스스로에게는 상실(실패)일 수 있다.

모든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앗아간다. “

오스카 와일드 『W.H.씨의 초상』

작품을 연출한 이곤 연출가는 미국의 유명한 연출가 로버트 우드러프가 “스승이 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가르침은 제자에게 칼을 쥐어주고, 그 제자가 자신을 아무 고통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갈 수 있도록 잘 찌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 사회도 바야흐로 어떻게 앞선 세대의 ‘아름다운 퇴장’과 뒷 세대의 ‘성공적인 등장’을 할지에 대해 고민 할 때가 시작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1997년 수상작이 없었던 그 해의 퓰리처상 최종 후보가 되었던 도널드 마굴리스의 소설 <단편소설집>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던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무엇보다도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를 묘사하면서 그러한 이미지들이 결국 조각처럼 맞추어져서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실적인 드라마를 추구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드라마의 사실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주제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기호로 무대에 등장한다. 상실과 자아 찾기는 마굴리스의 모든 작품에서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는 주제이며 이 작품 <단편소설집>에서 그 주제는 사제지간인 두 인물의 관계와 갈등으로 새롭게 변주되었다.

소설을 번안한 마정화 번안가는 <단편소설집>을 ‘루스와 리사가 스승과 제자로 만나 두 명의 예술가로 헤어지는 7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관계의 끝은 빛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공연사진_루스 스타이너(전국향) /(제공=극단 적)
공연사진_리사 모리슨(김소진) /(제공=극단 적)
공연사진_루스 스타이너(전국향) /(제공=극단 적)
<단편소설집> 커튼콜사진_루스(전국향), 리사(김소진) /ⓒ권애진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도발적으로 묻고 있는 이 작품에서 스승 루스를 연기하고 있는 전국향 배우는 새로운 재능을 ‘직접’ 발굴한 설렘, '성장'하는 제자를 바라보는 즐거움,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제자에 대한 당혹감, 스승과 제자의 신념과 윤리를 져버린 제자에 대하 배신감을 스펙터클한 감정 기복 없이도 섬세하고 정교한 대사와 감정 연기만으로 2인극으로 이뤄진 무대를 한껏 채우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빛나는 순간의 찬란함을 쫓는 제자 리사를 연기하는 김소진 배우는 진심인지 가식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관계의 단절을 향해 내달린다.

다정하게 포즈를 잡고 있는 배우 김소진, 전국향 /ⓒ권애진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갈수록 새로운 매체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앞 세대들은 그 변화의 속도를 날이 갈수록 버겨워 하고 있다. 뒷 세대들은 다양한 매체들과 친숙한 만남들을 통해 앞 세대보다 빠르게 많은 정보들을 흡수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모두들 ‘완벽한 독창성’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모방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더해 경험들을 종합하는 과정을 ‘창조’라 한다. 어쩌면 현실의 제약을 넘어서 자유를 추구하는 ‘예술’과 현실이라는 제약 속에서 도덕적 당위를 추구하는 ‘윤리’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어디까지가 예술가로서의 책임의 영역인지는 ‘뫼비우스의 띠’일는지도 모른다.

<단편소설집> 포스터 /(제공=극단 적)

그 시작과 끝의 빛나는 순간의 드라마 <단편소설집>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이며, 만 13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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