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우 무대감독이 연출한 소나무를 모티브로 한 나무 한그루_이호성 배우는 외국에서는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나무를 등장시킨 곳도 있지만 우리는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모호한 상징을 추구했다 전하였다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50년간 지속적으로 공연되며 극단 산울림을 탄생시킨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가 국립극단 초청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지난 9일부터 6월 2일까지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대극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소설가이자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는 인간의 부조리,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된 삶에 대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부조리 연극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현대극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공연에는 50년간 약 1,500회 공연, 22만 명의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빛낸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최고의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극단 산울림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국 극단 최초로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 참가했다. 이 외에도 더블린, 폴란드,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초청공연을 통해 찬사를 받으며 한국 연극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 /(제공=명동예술극장)

이 작품을 연출한 임영웅 연출은 “그동안 많은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고도를 기다려왔고, 고도가 오지 않더라도 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모두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한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 감독은 이 작품을 ‘우리 공연사에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라 극찬하며, “반세기 동안 한 작품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연극계 전체가 축하할 만한 일이다”라며 50주년 기념공연에 축하를 보냈다.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정동환, 안석환, 김명국, 박용수 배우가 2015년 산울림 개관 30주년 공연에 이어 초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무대로 돌아왔다. 90년대부터 고도와 함께 해온 배우 이호성과 2000년대 이후 <고도를 기다리며>에 합류한 배우 박윤석, 정나진, 이민준도 함께 50주년 기념 공연을 더 완벽하게 만들고 있다. 부조리극은 무대를 만드는 모두가 각자의 철학이 확고해야만 비로소 관객들에게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기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배우들의 귀환은 너무나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커튼콜사진_포죠(김명국), 디디(이호성), 고고(안석환), 소년(이민준), 럭키(박윤석) /ⓒ권애진
커튼콜사진_디디(이호성), 고고(안석환)  /ⓒ권애진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로 2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배우 이호성, 안석환은 예전 공연보다 풍성해진 연기와 표정, 정교해진 해석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포죠의 웃음을 만드는 것을 오래 연구했다는 김명국 배우의 연기와 무대에서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럭키 역 박윤석 배우와의 앙상블은 이전에 만나 본 공연임에도 새로이 만나는 듯한 경험을 안겨준다.

디디 역 이호성 배우_"가자. 고도를 기다려야지"라는 13번 정도 나온는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라 전하였다. 또한 카인과 아벨처럼 인간들을 두 부류로 나눴지만 각 배역들의 성격은 상황마다 달라진다고 본인의 해석을 전하였다. /ⓒ권애진
고고 역 안석환 배우_"인간의 생명은 쉽게 버릴 수 없다. 목매는 것 그 자체가 놀이화라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전하였다  /ⓒ권애진
포죠 역 김명국 배우_"이 세상에 눈물의 양은 변함없지. 누구가 눈물을 흘리면 누군가 받아주지"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고도'가 아니라 전하였다. /ⓒ권애진
소년 역 이민준 배우_"고도씨가 내일은 꼭 올꺼에요" 대사가 사람들이 기다리게 하는 말이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그 무엇이라 여겨진다는 멋진 대답을 해 주었다 /ⓒ권애진
럭키 역 박윤석 배우_작가 베게트가 신문기사들을 짜집기한 대사들을 분노 없이 처리하는 것과 신체적인 지점들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권애진

12일 공연 직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디디 역 이호성 배우, 고고 역 안석환 배우, 포죠 역 김명국 배우, 럭키 역 박윤석 배우, 소년 역 이민준 배우가 참석해 관객들의 많은 궁금증들에 대해 대답을 안겨 주었다. 극 중 배역명 블라디미르는 러시아, 에스트라공은 프랑스, 포죠는 이탈리아, 럭키는 미국 이름임을 이야기하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류 모두의 성격과 구조를 하나하나 담고 있기에 모든 해석은 각 배우들 스스로 연구해서 나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베케트의 소설에서도 정답을 밝히지 않은 ‘고도’의 존재와 기다림 등에 대한 관객의 해석들은 그 하나하나가 고도 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극단 산울림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전시와 토크 콘서트가 함께 진행된다.

(재)마포문화재단 주최로 한국 연극계의 거목 연출가 임영웅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소극장 산울림과 함께 한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展> 전시가 지난 7일부터 25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Ⅲ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그리고 산울림의 역사를 함께 한 배우 및 관계자들이 관객들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는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를 주제로 총 3회 진행되며, 1회(5월 18일 오후 4시)는 ‘산울림의 고도, 50년 동안의 기다림’, 2회(5월 26일 오후 4PM)는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 3회(6월 1일 오후 4시)는 ‘산울림의 현재, 새로운 만남과 시도들’이라는 주제로 산울림의 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김솔(제공=명동예술극장)

‘부조리극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과 주말 오후 3시이며 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공연시간은 180분으로 15분의 인터미션을 가지고 진행하며, 14세(중학생) 이상 관람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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