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은행홍보 갈무리

이 시대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가 ‘시장경제’다.

그건 자본주의 경제운용의 핵심이다. 자본주의경제는 시장에서 태어나고 성장해서 꽃핀다. 기업에는 여러 가지 활동무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영업의 한마당인 시장은 기업의 보물섬이면서 또한 무덤이기도 한 곳이다.

기업은 시장에다 판매상품이라는 씨를 뿌려 데뷔한다. 새내기로 첫 출전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계획한 목표대로 시장정착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실로 생존을 좌우한다. 때문에 시장에는 기업의 승전고도 많이 울리지만 요절한 무덤도 즐비한 것이다.

시장정착하기까지 신생기업을 괴롭히고 그 존립마저 위협하는 위험과 시련과 고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미 애벌레가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 땅속을 나와 우화(羽化)를 위해 나무를 기어오를 때가 가장 위험한 것은 우화를 방해하는 비바람과 천적 같은 훼방꾼 때문인데 기업이 시장에 정착하는 게 딱 그와 똑 같은 형국이다.

무엇보다 신생기업의 시장 진출이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위협하는 것은 치열하고도 사정없는 경쟁이다. 시장의 경쟁마당에는 그 어떤 사정 봐주기나 측은지심이나 우호적인 미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 진출이란 게 기존 선발 경쟁자의 판매영역을 쳐들어가는 것이며 정착하는 힘이라는 게 다름 아닌 기존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데서 나온다.

바로 저러한 경쟁속성 때문에 시장에는 영원한 친구가 없는 것처럼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친구처럼 선의의 경쟁관계로 지낼 때는 경쟁의 예리한 칼을 숨겨 놓을 뿐 적을 상대하듯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싸울 때는 소위 핵심역량의 풀무에서 벼린 온갖 치명의 무기를 다 동원해 싸워야만 하 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 바깥에 있는 기관이나 조직체에서 시장원리를 기업체에서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말하며 따르려한다 하는 것은 무리이고 과장이다.

우선 행정부나 국영기업체들이란 기업처럼 치열한 시장경쟁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쟁에서 밀렸다 해서 존립을 위협받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저들은 직접 돈을 벌어 쓰지 않거나 비용의 태반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한다. 사업이 부진하거나 경영부실로 적자가 나고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도 시장원리에 따라 대처하거나 처리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국가경제나 정치논리나 사회정서 같은 비 시장원리의 잣대를 들이대 조처한다.

시장경제의 주역인 기업은 시장원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데 기업 밖에서는 심지어 시장원리의 정의를 가지고 우스꽝스러운 논변이 왜자하다.

시장원리대로 하자면 부실경영에 대한 치도곤을 맞고도 남으며 진즉에 도태되었어야할 영리법인들이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시장원리에 대해 책임지고 정론을 펴야 마땅한 신문사 경영실태를 시장원리대로 평가한다면 대체 어떤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인가.

언론의 자유라는 아주 그럴듯한 대의명분으로 우리나라에는 자그만 치 26개나 되는 신문사가 있다. 저들의 부채는 총 수 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천문학적 규모다. 따라서 저들이 매년 부담하는 금융비용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다. 한데 놀라운 것은 저들 신문사의 거의 대부분이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들이 경쟁사 독자를 빼앗기 위해 끊임없이 버젓하게 아주 유치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들이 사회의 목탁이라서 망정이지 저들의 존재가치나 경영실태를 시장원리로는 도저히 재단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장원리에 의하면 저들 중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같으면 저런 재무구조와 적자경영 상태로는 결코 마냥 버틸 수가 없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밖에서는 걸핏하면 기업을 향해 시장원리가 어쩠다느니 견강부회하는 고담준론이 분분하다. 참으로 기업으로서는 데려다 가르칠 수도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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