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대한 발칙한 시선

아동문학가 이봉직 시인은 서두에서 ‘어른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여 밥 먹는 일이 일상의 목표가 된 세상’이라고 규정하였다. 

일반적으로 ‘장애’는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그런 일‘ 이란 뜻으로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삶의 희망이 별이라면 ‘알바, 건물주, 혼밥, 공무원, 취업걱정…….’ 등은 일반적 꿈이라고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럼, 요즘 애들은?’하고 물으면 ‘ 일상의 꿈 아닌 희망의 별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고 들려줍니다. 

아동문학가 이봉직 시인은 동아일보, 매일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가 당선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과 제7회 한남문인상 대상,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 제2회 금강일보문학상을 수상한 根基(근기)있는 아동문학가입니다. 

이토록 좋은 심성과 작품성으로 수상한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혹은 그의 부모님들에게 심장 속에서 자라는 작은 ‘희망’의 풀씨 하나씩 전하였을 거라는 것을 만나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웃는 기와’는 많은 청소년들 입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요즘 애들, 밥보다 밥』 동시집은 ‘밥에 대한 발칙한 시선’을 이든북 출판사(대표 이영옥)에서 발간하였습니다. 33편의 동시와 삽화가 없는 문인화풍의 여백이 주는 안정감이 더 돋보이는 餘白(여백)의 美(미)가 작가도 디자인도 ‘괜찮은 기획’으로 보였습니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면 < 엄마가 세상 모든 사막 같고/ 아빠가 세상 모든 황무지 같아서/어느 날 집을 나간 적이 있다/ (아침에집을뛰쳐나가밤중에잡혀왔지만가출로인정받았다)/ 그때 엄마 아빠가 퍼붓는 온갖 공격을 다 참았는데/ 딱 한마디에서 왈칵, 눈물 쏟았다/ 밥은? -밥 全文> 그렇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가족은 ‘밥은?’이라는 되물음 한마디면 사족은 끝이다. < 저기 저 사람들은 왜 줄을 서 있는 거예요? / 밥줄이란다 ―밥줄 全文> 두 편의 시가 주는 것은 ‘아이’의 울음과 ‘어른’의 눈물을 향한 이봉직 시인의 시선이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고 있는데도 사람들 모른 척한다/ 자기 입만 산 입이고 싶어서 -산입에 거미줄 全文>, 꿈이 밥 먹여 주는 게 아니라 밥 먹여 주는 게 곧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제 심장에서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꿈 全文>, <아빠가 무릎 꿇는 이유가 나 때문 이래요/ 난 그런 밥 먹기 싫어요 / 나도 자식이 생기면 무릎 꿇는 밥을 / 대물림해야 되잖아요 –무릎 꿇는 밥 全文>, <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라며/ 할머니는 항상 밥을 곱빼기로 풉니다/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밥심이아니라 밥보다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어렵풋 알고 있습니다 – 밥보다 중요한 全文>, < 엄마한테 혼나고 눈물이 철철철 흐르는데요, 밥숟가락은 자꾸 입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눈물젖은 밥 全文>, <어른들은 삶과 죽음의 문제에/ 너무 철학적인 척하다/ 좀 쉬울 때도 있어야 한다/ 삶이란 밥을 먹어야 된다는 것/ 죽음이란 밥을 안 먹어도 된다는 것 –삶과 죽음 全文>을 보면 이봉직 시인의 삶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이봉직 시인을 혹독하게 운동을 시켜 건강한 사람들처럼 ‘활동의 근력’키워주신 어머니의 정신적 훈육과 거문고와 비파 같은 부부 금슬입니다. 애틋할 정도로 두터운 정과 사랑을 가진 두 부부 사이는 목도한 사람들이 대부분 짓궂게 놀리기도 하지만 작품과 삶이 뚜렷한 ‘신념’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봉직 시인의 삶과 작품은 그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과 삶 그리고 효성이 지극하여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나?’ 되묻지만,

사실 그것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독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고 보여 집니다. 경주에 관한한 아마도 제가 아는 작가들 중 작품이 되어 나오기까지 스케치한 횟수만 해도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정의감도 남다르게 사회참여와 스스로 민주시민으로서 ‘정직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하는 그의 노력은 늘 작품에도 선험적인 노력의 땀방울이 묻어납니다. 

‘아동문학’이라는 것은 책임과 의무가 따릅니다. 스스로의 성찰과 반성은 물론 실천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럽고 ‘정직’을 실천해야 하는 자기 각성이 필요한 것이지요. 

‘요즘애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예로부터 어느 시점이 되면 저도 모르게 스스로 툭 던지는 사회적 관습의 언어 즉 스스로 ‘보수성’을 보이는 단어라면 밥보다 밥은 ‘어른’과 ‘아이’ 혹은 ‘산자’와 ‘죽은 자’의 관계성에 관련한 생명의 유지기능이라고 본다면 이번 이봉직 시인의 『요즘애들, 밥보다 밥』에 관련하여 부제로 ‘밥에 대한 발칙한 시선’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봉직시인은 말합니다. <우리 어디가서 실컷 울자/ 서러워도 서럽다 말 못하는 요즘 애들에게 이 시집을 바칩니다>라고 전해 달라고 합니다. 한권의 좋은 책이 사람들의 심성을 통해 사회에 귀한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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