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N.O.T.)> 포스터 /(제공=세종문화회관)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한국적 춤사위에 현대적 움직임을 결합시킨 한국적 컨템퍼러리댄스 <놋-N.O.T(No One There?)>이 오는 23일과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어린 소녀의 여정을 통해 시대의 다양한 갈등 속에서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한국적 춤사위에 맞춰 옴니버스로 지난 1월 서울시무용단장으로 새로 부임한 한국무용가 정혜진의 첫 안무작이다.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놋-N.O.T〉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라는 질문은 물리적 존재에 대한 물음일 뿐만 아니라 나의 진심을 알아줄 무언가를 향한 질문이다. 또한 ‘NOT’은 ‘얼굴’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 ‘놋’을 나타낸다. 얼굴은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는 형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놋-N.O.T〉은 나와 너, 당신과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어린 소녀의 여정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놋(N.O.T.)> 연습실 사진_각자의 인생을 짊어진 듯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 /ⓒ권애진

작품 속 어린 소녀는 한국 전쟁 당시 아버지와 이별을 한다. 그 위로 선이 그어지고 차가운 냉전이 그들을 갈라놓는다. 칠십 여년이 지난 현재는 어떠한가?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지만 스마트폰에 감염 된 좀비처럼 보인다. 바쁜 출근길에 사람들은 타인을 볼 새 없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로봇처럼 걷는다. 여전히 사회의 위계질서는 존재하고 선이 그어지며 넘지 못할 위계질서가 만들어지고 쿵쿵- 위에서 아래를 짓밟는 ‘갑’의 몸짓과, 아래에서 위를 향한 ‘을’의 분노의 춤이 이어진다. 또한 이것은 최근에 ‘미투(Me Too)’운동으로 발전하며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놋(N.O.T.)> 연습실 사진_인간 군상 사이로 계속해서 아버지를 찾는 소녀 /ⓒ권애진

소녀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의아스럽고, 신기하고, 무섭고, 재미있다. 이런 인간 군상 사이로 소녀는 계속해서 아버지를 찾으려 한다. 

<놋(N.O.T.)> 연습실 사진_저지하듯 보호하듯 감싸는 소녀의 가족과 사람들 /ⓒ권애진

그런 소녀를 저지 하듯, 혹은 보호하듯 감싸는 이들은 소녀의 가족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의 가족들 그 속에도 소통의 부재는 존재한다.

<놋(N.O.T.)> 연습실 사진_'멜로디'를 찾아 헤매는 소녀 /ⓒ권애진

세월이 지났어도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멜로디’를 찾기 위해 소녀는 겁 없이 달려 나간다. 그녀에게 ‘멜로디’은 무엇일까? 소녀에게 아버지는 익숙한 음악으로 대치된다. 결국 소녀의 ‘No One There?’은 아빠를 찾기 위한 소리 없는 외침이며, 진실 된 마음을 알아 줄 얼굴을 찾는 여정이다.

<놋(N.O.T.)> 연습실 사진1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2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3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4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5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6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7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8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9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10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11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12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13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14 /ⓒ권애진
<놋(N.O.T.)> 연습실 사진15 /ⓒ권애진

또한 소녀의 과거의 기억 속, 사람들이 짊어졌던 인생의 짐들은 각자의 서로 다른 생각, 시선으로 나타난다. 소녀는 아빠를 찾는 길 위에서, 사람들 모두가 ‘No One There?’을 소리치지만 쉽게 선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알게 된 다. 결국 소통을 원하는 모두의 진심은 소녀에게 통하고, 소녀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도 넘지 못했 던 커다란 선을 가뿐히, 아주 자유롭게 넘게 된다. 그녀 평생 단 하나(One)의 염원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놋〉은 치매에 걸린 80살의 할머니가 10살 소녀가 되어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70년의 세월을 건너 뛴 세상은 혼란의 연속이다. 소녀가 바라본 세상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대화 단절, 음악조차도 괴리한 청년층과 기성세대, 미투운동 속 사회의 갈등. 권력을 가진 자들의 갑질 등 갈등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전쟁을 거친 사람들의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통의 현상을 바라보며 넘을 수 없는 선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한다.

힘찬 독무와 예스러운 우리 춤의 격을 지키고 있는 <놋>의 예술감독이자 안무를 맡은 정혜진 단장 /ⓒ권애진

〈놋〉의 예술감독과 안무를 맡은 정혜진 단장은 빠르고 힘찬 독무와 예스러움을 잃지 않은 신명으로 우리 춤의 격을 지켜온 대표적인 중견 무용가이다. 특히 서울예술단과 정동극장에서 독창적인 브랜드 작품을 만들며 한국무용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 단장의 색을 입힌 서울시무용단의 새로운 변화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정 단장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내면의 선, 사회의 선을 넘어보자는 데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 한국 전통무용을 기본으로 현대적인 움직임을 넣어 우리의 춤으로 만들었다.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인 공간성을 확보하는 무대와 색감을 활용한 영상, 기하학적인 그림을 연출한 의상, 전통악기를 이용하되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음악 등이 주제의식을 뒷받침할 것이다.”라고 작품의 방향을 설명했다.

<놋(N.O.T)>를 연출한 오경택 연출가 /(제공=세종문화회관)

〈놋〉의 연출은 최근 뮤지컬 〈레드북〉으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오경택이 맡았다. 오 연출은 “주로 연극과 뮤지컬의 연출을 맡아왔지만 무용 역시 무대예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춤에 있어 드라마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정혜진 안무가와의 작업은 더 큰 시너지를 갖게 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하는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을 격조 높은 문화로 채워드리는 ‘어르신 행복콘서트’의 일환으로 134분의 어르신들을 공연에 초대하기도 하였다.  모진 풍파를 견디고 직접 살아내 온 산 증인들과 과거의 사실로만 알고 있는 어린 관객들과의 소통의 기회로서의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정혜진 신임 단장의 색을 입힌 서울시무용단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창작무용극 <N.O.T.>의 공연시간은 오후 8시이며, 만 7세(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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