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케이 새싹연극 2탄

<카모마일과 비빔면> 포스터 /(제공=마크923)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사랑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아니, 왜 오는 걸까요?

어디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우릴 마취시키고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그런 다음에 우리를 상처 입히는 걸까요?”

<카모마일과 비빔면> 공연사진_관우(김결) /ⓒ권애진
<카모마일과 비빔면> 공연사진_유인(강별) /ⓒ권애진

결혼 17년차인 40대 중반 남자주인공 '관우'는 아내 '유인'과의 첫 만남부터 조금은 갑작스러웠던 결혼과 그리고 죽이고 싶을 정도의 애증을 느끼기까지의 결혼생활에 대한 바람 잘 날 없는 이야기들을 지난 16일부터 6월 2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카모마일과 비빔면>의 희곡을 집필한 선욱현 작가는 사실 ‘사랑’이야기를 쓰려 작품을 시작했지만 달콤한 사랑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고 짧게 작품설명을 하기도 했다.

<카모마일과 비빔면> 공연사진_유연(강별), 관우(김결) /ⓒ권애진

이십대 후반 관우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거기서 글도 쓰며 희곡 작가로서의 꿈을 키우던 청년이었다. 어느 날 늦은 밤 카페에 한 여자 유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밥을 달라고 한다. 관우는 자신이 야식으로 먹는 비빔면을 만들어주고 여자는 카모마일 허브티를 주문한다. 그리고 비빔면을 먹다말고 여자는 관우에게 자자고 돌발적인 제안을 한다. 관우는 정중히 거절하고 그녀는 소리 없이 떠난다. 그 황당하고 짧은 첫 만남에 관우는 유인에게 반하고 그녀를 깊이 각인하게 된다.

<카모마일과 비빔면> 공연사진_유인(강별), 관우(김결) /ⓒ권애진

일 년 후 그녀는 또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첫 키스, 그리고 관계까지 갖게 되지만 그녀는 또 사라져 버린다. 관우는 불쾌하지만 그녀를 가슴 안에서 밀어 낼 수 없다. 그리고 또 몇 개월 후 다시 나타난 그녀는 결혼을 하자고 한다. 관우는 그렇게 유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관우가 신춘문예에 번번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녀 역시 조연급으로도 올라가지 못하고 늘 앙상블에 그치는 뮤지컬 배우였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보면 우린 B급 커플인거 같다는 농담을 한다.막막하기만 한 미래이지만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유인은 관우에게는 무관심하며 이제 아이에게만 집중한다. 그리고 유인은 자유분방한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 옛 첫 사랑까지 만나 키스도 했다는 그녀의 당당한 말에 관우는 칼을 들어 죽이고 싶단 생각까지 하는 자신의 생각에 놀란다. 결국 스스로 방치된다는 소외감에 휩싸인 관우는 나쁜 사랑까지 하게 된다. 

<카모마일과 비빔면> 공연사진_관우(김결), 유연(강별) /ⓒ권애진

그렇게 ‘변색되고 퇴락해버린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에게 묻는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스릴러 같고 더 영화 같은 그 현실들 속에 사랑의 비밀은 숨어있는 지도 모른다.

<카모마일과 비빔면> 공연사진_유연(강별), 관우(김결) /ⓒ권애진

선욱현 작가의 희곡 등단 2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네 번째 희곡집 ‘돌아온다’에 수록된 6편의 희곡 중 한 편인 <카모마일과 비빔면>은 대학로에서 많은 작품을 올리고 있는 다재다능한 선욱현 작가가 배우로도 참여했던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더블케이의 새싹연극 2탄이다.

☞기사참조▶연극계의 새로운 활력, 새싹연극 <황야의 물고기>

<카모마일과 비빔면> cast /(제공=마크923)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감동을 자아내는 작가이자 연출가 정범철이 작품의 연출을 맡고, 연극 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김결 배우와 김정환 배우가 관우 역을 맡아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 준다. 유인 역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무대로 자리를 옮긴 강별 배우, 정우연 배우, 신수빈 배우, 더블케이의 새싹 배우들이 맡아 반짝 반짝 빛나는 열정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카모마일과 비빔면>을 함께 만든 사람들 /ⓒ권애진

대학로의 새로운 신인등용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새싹연극’은 노련한 배우들로만 이뤄진 무대들보다 호흡의 결이 조금은 거칠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짝이는 무대에 오르는 첫걸음에 성숙함이 묻어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기에, 관객들이 질책만이 아니라 많은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따뜻한 연극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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