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바보, 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그 바보라는 단어입니다. 철저히 아웃사이더였던 대통령, 그래서 그의 편이 없었던 대통령. 저는 지금 ‘문파’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들의 마음의 기저엔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지켜달라고 했을 때 “감시! 감시!”를 외치기엔 너무 일렀던 것이지요.

저는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날 마침 비번이어서 집에 있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면서 말을 못 잇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대로 기억납니다. 사정을 전해듣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하면서 인터넷을 확인하고 그의 죽음을 확인했을 때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던 그 눈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는데 울면서 말을 못 잇자 어머니는 제게 “지호엄마한테 무슨 일 생겼냐? 지호한테 무슨 일 생긴거야?”라고 물으시던 게 생각납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죽음으로 결국 이 시대를 열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그 바보. 그가 떠오르는 건 당연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고 하는 다짐을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그가 떠난 지 10년, 아직도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은 그가 먼저 걸었던 길이기에, 그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를 생각하면서 오늘 내내 제 가슴속을 맴도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가 가졌던 이상, 그의 뜻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는 계속 그가 남긴 숙제를 안고 그와 함께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날은 오리라 자유의 넋으로 살아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

그날은 오리라 해방으로 물결 춤추는
벗이여 고이가소서 투쟁으로 함께 하리니

그대 타는 불길로 그대 노여움으로
반역의 어두움 뒤집어 새날 새날을 여는구나

그 날은 오리라 가자 이제 생명을 걸고
벗이여 새날이 온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

그대 타는 불길로 그대 노여움으로
반역의 어두움 뒤집어 새날 새날을 여는구나

그 날은 오리라 가자 이제 생명을 걸고
벗이여 새날이 온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하고 있다. 봉하 ⓒ 뉴스프리존DB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0년의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각오를 다졌다. 추도식은 엄숙하고 경건했지만 안타까움과 눈물은 이전 9차례 추도식에 비해 줄었다. 슬픔과 미안함의 빈자리는 ‘새로움’ ‘희망’ ‘도전’ 등의 단어로 채워졌다. 추도식에 참석해 ‘새로운 노무현’을 가슴에 새긴 시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쳤다.

이낙연 총리·문희상 국회의장 “남은 이들 몫” 한목소리 강조
정영애 노무현재단 이사 “그만 슬퍼하고 훨훨 날아가라는 듯”
문 대통령은 공언대로 임기 내 불참…한국당, 대표단만 참석

‘영원한 친구’ 문재인 대통령과 추도식 ‘상주’를 맡기로 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분노와 슬픔, 상실감으로 가득했던 추모 분위기는 10년 사이 애틋함과 그리움, 노무현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봉하마을로 가는 길 양쪽에서 노란색 바람개비가 쨍한 햇살 아래 힘차게 돌았다. 바람개비 위로 걸린 현수막에는 “새로운 노무현, 우리가 노무현입니다” “당신의 꿈 우리가 이룰게요”라고 적혔다.

모친상으로 불참한 유 이사장 대신 인사말을 읽은 정영애 노무현재단 이사는 “지난 10년 동안 저희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에 대한 회한과 애도, 회고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님의 마지막 당부처럼 슬픔과 미안함, 원망은 내려놓고 대통령님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실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분다. 마치 대통령님이 저희를 어루만지시면서 ‘이제 그만 슬퍼하고 앞으로 훨훨 날아가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의 발언이 끝난 후 ‘상록수’가 울려퍼지자 재단 측에서 미리 마련한 나비 1004마리가 하늘로 날았다.

‘새로운 노무현’은 10주기 추도식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도 ‘남은 이들의 몫’과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강조했다. 문 의장은 추도사에서 “하늘에서 도와달라고 말씀드리지 않겠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을 방해하던 잘못된 기성질서도 남아 있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또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과 각성을 일깨우신다”고 했다.

추도식 사회를 맡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은 자신을 “또 하나의 새로운 노무현 유정아”라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해, 새로운 노무현을 시작하는 해로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문 의장, 이 총리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정부에서는 진영 행정안전부·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자리를 채웠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항소심 재판 일정으로 불참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나란히 앞열에 섰다.

다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23일,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 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별도의 추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여야 4당 지도부도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강원 철원 군부대 ‘민생투쟁 대장정’을 떠난 황교안 대표 대신 조경태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출처: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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