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 자체자금으로 이주비 직접 대여 LTV 80%
- 대우건설, 신용공여 통해 LTV 70% 지원? 정책적으로 불가능
 

[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2,000억원 규모,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전이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의 진검승부로 압축된 가운데 '이주비'가 수주전 향방을 가를 포인트로 떠올랐다. 무게 추는 현대엔지니어링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주비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주할 집을 찾아야 하는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사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아 감당하기 힘든 전월세 가격에 대출은 필수이고, 조합에게는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시공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 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60%에서 40%로 축소한 데 이어 올해 9·13 대책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대출까지 막으며, 이른 바 '이주비 대출 대란'이 촉발됐다. 

이주비 대란은 사업지연으로 이어진다.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추가 이주비 대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며 당초 지난 9월 예정된 이주 시기를 내년 1월께로 연기했다. 방배 5·6구역 재건축도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한 이주비 대출이 무산되며 이주 및 철거가 지연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간=돈'이다. 사업 지연은 곧 '분담금 증가'를 의미한다. 고척4구역 조합원들이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의 이주비 제안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다.

▶ 건설사 신용공여로 이주비 추가 대출···정부 눈치 보는 금융권 설득 쉽지 않아 불가능

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1일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이 참여한 가운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양사의 입찰제안 내용을 살펴보면, 이주비 지원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우건설보다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체자금을 직접 대여해 LTV 80%(기본이주비 LTV 40% + 추가이주비 LTV 40%)를 '다주택자'와 '1+1 신청 조합원' 모두에게 보장하겠다고 제안했고, 대우건설은 LTV 40% 외에 신용공여를 통해 추가 이주비 30%를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우건설보다 LTV 10%를 더 지원하고, 다주택자 등 기본이주비 LTV 40%가 불가한 조합원에게도 자체자금으로 직접 대여, 추가이주비 80%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추가 이주비 30%는 세입자 보증금 보상용도에 국한될 뿐 아니라 그마저도 금융당국의 제동 가능성이 있어 불투명하다. 

이러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자금 직접 대여'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주비 지원과 관련해 대다수 건설사들은 대우건설처럼 은행 대출 금리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친다. 자체자금으로 직접 이주비를 대여하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조합원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자체자금을 통한 이주비 직접 대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문정136 재건축 조감도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이 지난해 5월 수주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1 재건축' 비중이 높은 문정136 재건축 사업은 9·13 부동산대책 이후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1+1 재건축'을 통해 입주권 2개씩 확보하게 된 조합원들도 다주택자로 분류하고 이주비 대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에 자체자금을 활용한 추가이주비 20% 직접 대여를 제안했고 조합과 계약서 날인까지 마치며 재건축 사업은 잡음 없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

또한 자체자금으로 이주비를 직접 대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공사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약 2조 1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순 차입금 : 현금·예금·주식 등 금융자산에서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 공제)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10대 건설사(2018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 가장 많다.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이주비 추가 마련을 걱정하는 조합원들에게 현대엔지니어링의 직접대여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신용도와 부채비율 등을 비교해봐도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우건설보다 우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은 'AA-'로 5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은 'A-'에 그친다.

신용등급이 우수한 시공사는 기본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시공사의 경우 조합이 금융기관에 이주비 등을 위한 대출을 요청할 때 HUG 보증서를 추가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증수수료가 발생하게 된다.

신용등급의 차이는 이주비 및 사업비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공동으로 시공하는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의 경우 농협은행 중심으로 대주단을 구성해 사업비 7000억원을 조달한 결과 최고 신용등급 시공사인 현대건설(AA-)과 최저 신용등급 시공사 대우건설(A-)의 금리 차이가 1.5%에 달했다.

이밖에 양사의 부채비율도 차이가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84.8%로 양호하지만,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69.6%에 달하며 '위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신용공여를 통해 추가이주비LTV 30%를 지원하겠다는 대우건설의 제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LTV 축소를 단행한 가운데 이에 반기(?)를 들고 신용공여 해줄 시중은행을 찾는 게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다수의 시공사들이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이주비 대출을 조합원들에게 약속했지만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좌절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신용공여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나 몰라라 할 수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제안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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