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사실 전면 부인, “검찰 공소장은 한 편의 소설” 작심 발언…무산스님 선시도 언급

[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 구속 125일 만에 '사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자신의 첫 정식 재판에 출석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1시 50분쯤 오전 재판 일정이 끝나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정을 나가면서,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처벌 거리를 찾기 위해 대법원장 취임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며, 이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열렸던 보석 심문 이후 3개월 여 만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오전 417호 대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정식 재판을 열었다. 양 대법원장 측은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이 조물주처럼 공소장을 창조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여 분 간 작심한 듯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검찰이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약 70여분에 걸쳐 330쪽 분량의 공소장에 적힌 피고인들의 혐의를 지적한 후다. 어느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 써내려 간 한 편의 소설과 같다고 지적하며.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측의 공소사실 설명 이후 자신의 모두 진술 차례가 돌아오자, “검사께서 정열적으로 공소사실을 이야기하셨다”고 운을 뗀 뒤 "모든 것(공소사실)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건 정말 소설, '픽션' 같은 이야기"라면서 "모든 것을 부인하고, 그에 앞서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판거래’에 대한 내용은 결론에서 사라지고, 지난 2월 말 열린 자신의 보석 심문기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양 전 대법원장은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며 오후 재판에서 추가로 입장을 밝힐 뜻을 내비쳤다. 심의관들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하게 한 직권남용 혐의만 남았다며 검찰의 공소장을 ‘용두사미’로 표현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미리 적어온 입장문을 통해 약 7분간 재판에 임하는 소회를 밝히면서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고 전 대법관은 입장문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법원의 형사 법정에 서게 되니 가슴이 미어진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잘못 보필한 것 아닌가 생각에 죄송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사법 신뢰가 이 사건으로 전례 없이 훼손됐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천근만근 무겁다”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 존립이 어렵다는 신념으로 사법행정에 임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가 이런 소신을 저버리면서 직권을 남용했다고 한다.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마음이 참담하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재판에서 직권남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에 존재하는 긴장 상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 했던 노력을 부당한 이익도모 또는 반헌법적 재판 개입이라고 하고, 오해 여지가 있는 부분을 인사 불이익조치, 법관탄압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발언 후반부에 설악 무산스님의 시 <마음 하나> 중에서 “천하장수가 온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무게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놓지도 못했다”는 구절을 언급했다. 법정에서 직접 시구를 읊은 양 전 대법원장은 최근에 자신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왔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나란히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 비판하면서 재판부의 엄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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