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 “‘북풍’을 전체적으로 책임지고 진행하는 것이 바로 서훈 국정원장이라고 본다. 서훈 국정원장과 북한전문기자라고 하는 사람, 그리고 양정철의 이번 ‘심야 공작 회동’은 바로 북풍을 일으키기 위한, 그래서 총선에 임박해서,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날 싱가포르 회담했듯이, 김정은 방남 같은 것을 추진하기 위한 공작 모임이 아니었나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용기 자한당 정책위의장, 30일 최고위원회의)

“대한민국의 최고 정보 권력자와 민주당 내 최고 공천실세, 총선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선거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 의례 살생부, 뒷조사, 사찰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기자와의 동석 역시 또 다른 의혹을 증폭한다. 해당 기자는 대북 담당기자라고 한다. 대북정책 관련 핵심정보는 국정원장으로 모인다. 그리고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가 닥치면 북한 관련 이슈를 키워서 여론을 휩쓰는 북소리 정치, 북풍정치가 내년 선거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 29일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

자유한국당은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남을 두고 계속 붙잡고 있다. 마치 두 사람이 대단한 회동이라도 한 것처럼 ‘국정원 관권선거’ 프레임까지 쓰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북풍’ 프레임까지 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남에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리에 동석한 김현경 MBC 기자의 증언으로 정리돼 가는 분위기임에도. ⓒYTN

이들과 함께 동석한 김현경 MBC 기자의 증언으로 정리돼 가는 분위기임에도,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자한당이 나오는 이유는 무얼까.

권영철 CBS 대기자는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요약했다.

1. 우리(자한당)이 해봐서 알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만 봐도 2012년 대통령 선거,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정원과 경찰, 군 등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죠. 새누리당 전신, 새누리당이나 한나라당에서 집권할 때 아니겠습니까? 이 사건 수사와 기소로 논란이 빚어진 때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 아니겠습니까?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금의 황교안 한국당 대표고요”

2. 국정원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은 선거개입, 간첩조작 등 수많은 물의를 빚었다. ⓒJTBC

“국정원 국내 파트는 문재인 정부에서 해산됐습니다. 국내 정보를 취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집할 조직이나 인력도 없습니다. 한국당 스스로 국내 파트가 없어지니까 원장이 직접 나선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지금 한국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이명박, 박근혜 시절의 국정원을 연상해서 국정원 관권 선거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가려고 하지만 국정원의 현실은 좀 그렇지 못합니다”

3.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양 원장을 공격하는 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언론에서는 양 원장을 '대통령의 복심', '최측근' 또는 '문의 남자' 라고까지 칭하지 않습니까?”

4. 황교안 대표의 “군은 정부 입장과 달라야” 발언과 강효상 의원의 ‘외교 기밀누설’ 파문으로 수세에 몰리자,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왜 강원도 철원 전방 경계 초소를 방문해서 ‘군은 정부, 국방부의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 이런 발언했잖아요. 이게 사실 좀 위험한 위험 수위입니다.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도 사실 보수 성향의 외교관들도 지금 비판하지 않습니까?”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강효상 자한당 의원, 자한당 수뇌부는 그를 적극 감싸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 네 가지 중 가장 큰 건 네 번째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3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한당 지지율은 석달만에 20%대로 떨어졌다.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간 통화내용 공개, 사실상 간첩행위로 불리는 이 행위가 자한당 지지율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내부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자한당 수뇌부는 강 의원을 철통같이 엄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북풍’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과거 벌어진 수많은 ‘북풍’ 사건들은 자한당 전신 정권과 정당들에 유리한 일들을 가져다주곤 했다. 특히 군사독재정권은 ‘북한’이라는 만능키를 써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말살하지 않았나. 수도 없이 일어난 ‘간첩조작’ 사건들이 대표적 ‘북풍’ 사례다. 전두환 정권의 추악한 대국민 사기극인 ‘평화의 댐’ 사건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87년 KAL기 폭파사건, 대표적인 북풍사건으로 불린다. 사진은 87년 대선 하루 직전 서울로 압송되는 김현희. ⓒ 뉴스타파

1987년 대선 전 'KAL기 폭파 사건'을 비롯, 1992년 대선 전 '이선실 간첩 사건', 1996년 15대 총선 전 '판문점 총격 사건' 등 지금까지의 북풍 사건들은 모두 자한당 전신 정당들에 유리한 방향의 선거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에서 막판 뒤집기를 위해 북한 측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한 '총풍' 사건은 정말 추악하기 짝이 없는 북풍 사건이다. 그 이후에도 북한관련 문제가 터지면, 언제나 자한당 전신 정권과 정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주곤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는 급반전됐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간 적대행위가 전면 금지되는 등 역대 어느 때보다도 안보가 튼튼해지고 평화모드가 무르익음에 따라, 더 이상 자한당이 이익을 보는 ‘북풍’ 따위는 사라지게 됐다.

그러자 자한당은 오히려 ‘북풍’을 문재인 정부가 이용하고 있다고 강변하며, 억지를 쓰고 있는 격이다.

올초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하노이 회담)이 자한당 전당대회와 같은 날짜에 열리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컨트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으니. 그 이전에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싱가포르 회담)도 지방선거랑 겹쳤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자한당의 북풍 공세에 대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30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이 질타하기도 했다.

“자기들의 전문이 북풍, 독재, 쿠데타예요. 이게 한국당 전신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유일한 세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기들이 하던 거죠. 자기들이 해 봤으니까 남도 다 그렇게 하는가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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