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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오보의 차이를 먼저 간단히 말하자면, 오보는 내용상 중대한 사실관계가 잘못된 경우를 말한다. 가짜뉴스는 마치 뉴스인 것처럼 SNS 등에 떠돌아 다니는 소식을 말하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는 뉴스를 말하기도 한다.

며칠 전 조선일보가 보도한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이라는 뉴스는 어떻게 봐야할까? 조선일보는 5월 31일자 1면 보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총괄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해임된 뒤 강제노역 중으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이 뉴스는 3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과 함께 내보낸 사진으로 인해 ‘오보’ 또는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음란물 제작 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당했다는 뉴스를 대서특필한 바 있다. 과연 확인되지 않은 이런 뉴스를 대서특필하는 언론사가 ‘우리나라 대표 보수 언론’ 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우선, 보수라는 말에 숨지 말아야 한다. 보수란, “급격한 변화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태도”(Hyek)로, 사람들이 각자의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진정으로 질서가 잘 잡힌 자유”(Kirk) 상태를 지향하는 이념이다. 한마디로, 보수란 급격한 변화에 반대하면서 질서 잡힌 사회를 추구하며, 신중함이나 경험, 전통이 중요한 자산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보수언론이란 무엇보다 ‘언론’이 가져야 할 전통적인 가치관에 충실해야 하며 급격한 사회변화나 선동을 꾀할 것이 아니라 신중을 기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일보는 보수 언론이 아니라 수구언론이다.

수구란, 그 태생부터 서구 문명의 근대적 특징을 거부하면서 르네상스 이전의 전근대적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상대적으로 과거지향적 비합리주의의 속성을 가진다.

슈메이커가 규정한 극단적 우파의 속성을 간략히 정리하면, 선악의 이분법과 타자에 대한 배제를 통한 동질적 사회의 추구, 음모론, 정부의 포용적 정책에 대한 반대, 과거로의 회귀 등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좋았던 과거’ 즉,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반공의 길로 돌아가, ‘내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수구언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북한에 대한 잘못된 보도는,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북한에 대한 혐오를 증폭시키고 대북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결국은 자멸의 길을 닦을 뿐이다. 즉, 가짜뉴스는 결국 모두에게 나쁜 뉴스이다.

독일정부는 2018년부터 가짜뉴스에 벌금 640억원을 물리고, 싱가포르는 지난 4월부터 가짜뉴스를 유포하면 징역 10년을 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의 메르켈 정부는 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제대로 된 보수 정당, 보수 언론, 보수 논객이 등장할까? 언제쯤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놓고 각자의 입장에서 해결안을 내놓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뒤에 숨어 언론의 본질보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언론을 과연 언론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대표 보수언론이라는 허울을 쓴 이번 조선일보 기사는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가짜뉴스’요, 이런 뉴스를 ‘익명의 대북소식통’이라는 취약한 근거에 담아 내보내는 조선일보는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며 지금은 골목에서 삥이나 뜯는 덩치 큰 동네 바보 형 또는 양치기 소년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글, 박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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