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사격 상점 첩보 만점 받고도 탈락"


 

현직 경찰이 최근 치러진 경찰 내부 승진시험의 불합리함을 청와대게시판에 올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시험성적은 물론 사격, 상점, 첩보 등의 평가항목에서도 만점을 받았는데도, 승진 기준이 주먹구구식으로 바뀌어 탈락했다며 승진시험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 주목된다.

'2015년 경찰승진시험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으로 22일 오전 청와대게시판에 오른 글에는 "경찰승진시험을 불과 3개월 앞두고 황당하게 평가기준에 혼동을 줘도 되는건가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보통 경찰관들은 (승진시험에) 평균 1년을 준비하고 그 가족들과 본인은 피나는 희생과 노력을 기울인다"며 "수백명의 희생자를 냈으니 기분이 좋으십니까"라는 분함도 표현했다.

'기분이 좋냐'는 비아냥은 지난해 승진시험 평가기준을 바꾼 강신명 경찰청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경찰관은 "시험준비로 근무를 태만히 하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이전에 근무평정의 기준부터 바꾸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자신은 시험 100점에 사격 100점, 상점 100점, 첩보 '완벽' 등의 성과를 냈는데 한 부서에 직위가 같은 경찰관들이 여럿 있으면 '수우양가' 평정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이어 "4살, 1살 아들은 1년 동안 아빠의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승진시험공부에 희생당했는데 아이들의 고생을 이렇게 허무하게 짓밟아버릴수 있냐"며 "최소한 어떤 것 때문에 낙방했는지 고과를 공개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임명된 강신명 경찰청장은 '공부하는 경찰'에서 '일하는 경찰'로 조직 체계를 바꾸겠다며 시험승진 체계를 대폭 손질했다.

기존에 시험 60% 근무평정 40%의 평가 기준을 시험 35%, 근평 65%로 바꾸고 시험 난이도 역시 낮춰 현장평가를 중시하는 승진제도를 표방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본청과 전국 지방경찰청에서 치러진 경감 이하 승진시험에서는 만점자가 속출해 시험이 단순한 '자격시험' 성격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형법과 형사소송법, 경찰행정법 등을 1년 이상 준비한 경찰관들이 갑자기 바뀐 평가기준으로 손해를 봤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시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현장 근무평정 비중을 늘렸다지만, '수우양가'로 메겨지는 평정 결과는 같은 계급의 경찰관이 한 부서에 있느냐 여부로 크게 엇갈릴 수 있어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또 업무와 상관없이 소속 부서 상급자에게만 잘 보이면 좋은 근무평정을 받을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쏟아졌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게시판에는 "물시험이라면 인사평정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할건가요", "이번시험의 문제점 개선 필요합니다", "경정급 시험개선도 요망해요" 등의 불만 글이 속속 오르는 형국이다.
 

"만점받고 떨어지신 분 힘내세요, 예산 써가면서 시험지 만들고 이런 시험을 왜 치는건지 모르겠네요" "시험 감독관 갔을 때 응시자들의 욕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네요" 등의 글도 눈에 띈다.

한 경찰관은 "강신명 청장의 취지는 좋지만 예고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시험 기준을 바꾸면서 현장에서는 죽어라 일하고 집에서는 잠 안자고 공부한 일부 경찰관들이 손해를 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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