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으르렁거리는 빨간 눈을 하고 그놈이 가까이 왔어."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인류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보편적 관념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나가는 '공상집단 뚱딴지'가 만드는 사회가 부정하고 있는 음울한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과 덮여 있는 모든 것들을 들춰내는 연극 <거리의 사자>가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09년 초연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찾아온 <거리의 사자>는 소외된 개인들의 삶을 밀착하여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거리의 사자' 컨셉사진_이조벨(노준영) /ⓒ이정훈(제공=공상집단 뚱딴지)
'거리의 사자' 컨셉사진 /(제공=공상집단 뚱딴지)
'거리의 사자' 공연사진_로드니,/빌(문승배), 로라/셰리(정다연) /ⓒ이정훈(제공=공상집단 뚱딴지)
'거리의 사자' 공연사진_로드니/빌(문승배), 마이클/벤(윤광희) /ⓒ이정훈(제공=공상집단 뚱딴지)
'거리의 사자' 공연사진_슈/크리스틴(박지은), 로드니/빌(문승배) /ⓒ이정훈(제공=공상집단 뚱딴지)

17년 전 살해당한 소녀 이조벨, 길을 가다 마주친 사자가 자신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그 순간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이조벨은 자신이 유령인 줄 모른 채 집을 찾아 헤매고 있다. 마을에 도착한 이조벨은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줄 ‘구세주’를 찾기 위해 집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마을 사람들의 숨겨진 고통과 아픔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학부모에게 질타당한 선생, 동성애자, 암으로 죽어가는 여자, 그리고 살인자까지. 암울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면을 알아가는 여정 속에서 이조벨은 자신이 사자가 아닌 한 남자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연극 ‘거리의 사자’는 캐나다 최고의 현대작가 ‘쥬디스 톰슨’의 대표작으로,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의 현실을 반영해 만든 작품이다. 길 잃은 영혼의 탐험과 방랑기이며 17년 전 살해당한 채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소녀 ‘이조벨’의 서사극 <거리의 사자>는 1990년 쥬디스 톰슨이 직접 연출할 당시 등장 인물 28명을 6명의 배우가 공연하였으며,  10년 전 문삼화 연출의 초연에는 8명의 배우들이 1인 다역을 맡았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10명의 배우들이 1인 다역을 맡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거리의 사자>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닌, 집을 찾아 헤매는 ‘이조벨’의 여정을 큰 줄기로 둔 채 공간이 변화할 때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펼쳐내는 공간적 서사의 작품 구성 전개방식은 삶의 이면에 숨겨진 아픔과 고통,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관통해 떠나는 ‘영혼의 오디세이아’라고 할 수 있다.

작품 <거리의 사자>에 등장하는 굶주린 사자는 도시에 사는 유색인종, 이민자, 장애인, 동성애자, 범죄자 등 소외된 사람들, 우리의 슬픈 단상이다. 연극은 이들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면서, 소통이 단절된 단계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세상을 아프게 꼬집는다. 연극 ‘거리의 사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넘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과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챌머스 상에 빛나는 작품 <거리의 사자>의 소재는 폭력, 살인, 강간, 유령, 어린이 살해 등 음울한 사건들에 머무른다. 이러한 문제들을 사회적 환경에서 거론함으로써 억압과 공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화두를 마련했다. 삶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개인과 사회의 맥락에서 보다 더 통합된 비전으로 제시하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품을 연출한 문삼화 연출은 “인간의 본질적인 내면의 문제, 소통의 단절 등 온갖 현대 사회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연의 용서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거리의 사자' 배우들_조지/헤이즈신부(한철훈), 에드워드/데이빗(심태영), 론다(나하연), 마이클/벤(윤광희), 이조벨(노준영), 로라/셰리(정다연), 슈/크리스틴(박지은), 로드니/빌(문승배), 조앤/조안(김지원), 스칼렛/릴리(김설) /ⓒ이정훈(명량사진관)(제공=공상집단 뚱딴지)
'거리의 사자' CAST 정보_이조벨(노준영), 조앤/조안(김지원), 조지,/헤이즈신부(한철훈), 마이클/벤(윤광희), 스칼렛/릴리(김설), 로드니/빌(문승배), 론다(나하연), 로라/셰리(정다연), 슈/크리스틴(박지은), 에드워드/데이빗(심태영) /ⓒ사진=이정훈, 그래픽=김유정(제공=공상집단 뚱딴지)

 | 쥬디스 톰슨, 번역/연출 | 문삼화, 협력연출 | 고재경, 조연출 | 박문수

출연 | 노준영, 김지원, 한철훈, 윤광희, 김설, 문승배, 나하연, 정다연, 박지은, 심태영

기획/그래픽 | 김유정, 무대 | 김혜지, 조명 | 김성구, 의상 | 최원, 음악 | 류승현(RAINBOW99), 사진 | 이정훈(명량사진관)

'거리의 사자' 포스터 /(제공=공상집단 뚱딴지)

2019 마포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로 선정된 공상집단 뚱딴지가 만든 작품 <거리의 사자>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이며, 만 17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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