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팔, Bophal(1984~)' 포스터 /(제공=래빗홀씨어터)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참사를 넘어 재앙으로 영문표기된, 수천명의 사망자와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낸 1984년 인도 ‘보팔 가스 누출 참사’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대형사고들을 돌아보는 연극 <보팔, Bhopal(1984~)>이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질 예정이다.

1984년 12월 2일 시작된 가스누출은 3일 새벽 폭발사고로 무방비한 상태로 커지며, 인도 중부 마디야 프라데시 주 보팔시에서 가스가 퍼져나갔다. 수백 명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거리는 쓰러진 사람들과 가축들로 가득했다. 2,259명이 즉시 사망했고,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56만 명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에 노출된 이후 수많은 질병으로 고통 받은 이들과 2세들의 유산 및 기형아 출산 등을 더하면 피해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 20세기 3대 환경참사인 ‘보팔 가스 누출 참사(Bophal disaster)’는 미국의 초국적 화학기업 유니언카바이드가 인도 보팔에 설립한 살충제 공장에서 농약 원료인 MIC(Methyl isocyanate가 누출되어 발생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공장 주변 지역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이 사건 역시 관리부실과 적정인원의 배치소홀 등에 의한 인재(人災)였다.

1984년 인도에서 발생한 보팔 가스 누출 참사는 시대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떨어진 사건이지만 사건의 발생 원인과 이후 사건 해결을 위한 진행과정이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사회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당시 인도와 달리 선진국가에 접어들고 있다고 자신하는 대한민국에서 3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동일한 구조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달라졌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이 작품은 ”모든 참사는 과거라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한 나라로 엘리스를 안내했던 토끼굴처럼 극장이 낯선 세상,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지나쳤던 순간들로 안내하는 통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래빗홀씨어터는 작지만 풍성한 연극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으며, ‘마른 대지’, ‘아리아 다 카포’,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등의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했었다. 극단대표이자 작품을 연출한 윤혜숙 연출은 시대가 변하여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어떤 것을 무대 위에 돌려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보팔, Bophal(1984~)' 연습사진 /(제공=래빗홀씨어터)
'보팔, Bophal(1984~)' 연습사진 /(제공=래빗홀씨어터)

세월호 참사로 누군가는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이어졌지만 진상규명을 향한 길은 여전히 ‘위치가 없는 같은 자리’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죽음 혹은 내쫓김이 개인의 책임, 고통, 상처가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사회적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과거부터 이어진 수많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은 오래된 질문이 되어가고 있다. 참사, 그리고 참사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무엇인지에 관해 묻고자 한다. 혜화동1번지 7기동인 [2019 세월호]는 사회적 참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짚을 수 있는 단어인 ‘제자리’를 주제로 우리가 겪었고, 여전히 과정 중이며, 고민해야 할 사회적 참사의 의의를 연극 무대에 풀어놓고 있다. 4월부터 시작된 [2019 세월호]는 ‘장기자랑(연출 김태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출연, 7/4~7/7)을 끝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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