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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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 박종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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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제일가는 화두는 개혁이다. 정치는 부패한 정치제도의 개혁과 정부개혁으로, 사회는 시민의식의 개혁으로, 기업은 경영혁신으로 새롭게 거듭 나겠다 한다. 그 주창이 얼마나 잦으며 드세고 위협적인지 ‘개혁피로’라는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대체 ‘개혁’이란 무엇 하자는 것이며,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그 해답은 아주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기실 매우 어렵다. 특히 정치개혁이나 종교개혁, 사회개혁의 경우는, 그 의의와 목적을 규명하고 평가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정치의 경우, 예사로 민주화니 정의의 구현이니 내세우는데, 그 개념의 모호함이나 그 애매한 실현성 때문에 웬만한 지식과 사상을 소유하지 않고서는 동조는 고사하고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새롭게 등장하는 새 정부나 신정치세력 치고서 뭔가 발전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신과 도구로 ‘개혁’을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다.

뭔가 새롭고도 보다 더 좋게 바꾸겠다는 건 듣기에도 나쁘지 않다. 해서 흔히들 ‘개혁이란 좋게 변화하자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거기엔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감성적 사고로서 사회에 퍼져서는 해로운 무책임한 자기기만성이 선의로든 악의로든 숨겨져 있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는, ‘개혁’의 의의나 의미나 목적이 아주 확연하고 간단하다.  그건 경영을 개선하거나 혁신하자는 것으로, 그 지상목표는 단 한 가지, 경영성과를 극대화 시켜 좋은 기업 만들자는 데 있다. 개혁의 성패 여부에 대한 평가는 재무제표에 재무계수로 명백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복잡하지도 난해하지도 않다. 평가의 척도를 들이대면 무슨 씨를 뿌리고 얼마나 땀 흘려 키웠는지 정확하게 잡아내며, 그런 수확에 개혁노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까지 밝혀낸다.

기업이 지향하는 개혁의 최고의 미덕은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공존공영’이며,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을 실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두 가지 이상을 실천하지 못하는 개혁은 무가치한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정치적 개혁이 지향하는 목표가 기업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정치는 설사 개혁에 실패해도 당장 나라가 망하거나 경제가 붕괴  되거나 사회가 위태로워지지 않지만, 기업은 그러고서는 결코 무사할 수 없으며 큰일을 당한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라는 부富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영혁신이란 공연히 혼란만 야기하는 무가치하고 해로운 것이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네이버

세계 기업 역사에 영원히 남을 성공적인 경영혁신이라면, 80년대 초에 시작해 10년 걸려 완결된 GE회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 대혁신을 이끈 경영자는 최고경영자 잭 웰치 이었는데, 모든 것을 어찌나 가혹하게 뒤집어엎었든지 사람만 골라 죽이는 ‘중성자탄’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그를 살인마라고 욕하면서도 GE회사를 세계 최고의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시킨 공로자라 모두가 칭송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그의 경영철학과 경영방법과 경영혁신기법을 벤치마킹 하는 이유는 그것이 엄청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실현하는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멋진 경영혁신의 기수에는 ‘위대한 월급쟁이’라는 찬사를 받는 토요타자동차회사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과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회장이 있다. 그 두 최고경영자의 공통된 특징은, 경영혁신 같은 변화를 기업 발전의 생명으로 여기고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게 가장 나쁜 것이라고 믿고 평생 부단히 개선과 혁신을 실천했다.

그 결과 오쿠타 회장은 50년대 중반에 3류로 전락했던 토요타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발전시켰고, 혼다 회장 또한 혼다회사를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고는, 창업자라 해서 늙어서까지 변화를 방해하는 존재로 경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60대 초반에 퇴직했다.

그들이 소유하고 그들을 지배하여 발휘하게 만든 경영철학 중에 경탄과 존경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게 있는데, 종업원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고 기업을 그들의 것으로 여긴 경영신조다. 토요타가 하류 기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뼈아프고 치열한 변화의 몸부림을 칠 때 경영혁신을 한답시고 사원의 목을 자르는 이른바 비정한 정리해고 극을 벌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또한, 혼다가 구멍가게 수준의 공장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에 창업자 혼다 회장은 단 한 번도 창업 초기에 영입한 전문경영자에게 맡긴 대표이사 인감을 회수한 적이 없었다. 저들로 하여금 평생 변함없이 스스로를 탁마하여 일관되게 창조적 변화를 지속하게 이끈 경영철학은 진정 대단한 가치를 창출해 낸 개혁정신의 산실이었든 것이다. 기업에 있어 합리적인 혁신, 가치 있는 혁신, 모든 기업들이 본떠 마땅한 혁신이란 바로 저런 것이다.

저런 모범사례에 비춰 본다면 우리나라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위해 진정한 경영혁신을 제대로 실천해 낸 기업이 매우 드물다. 그런 부끄러운 실체는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여지없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부실기업들은 치부를 드러낸 채 ‘워크아웃’이라는 구휼센터로 몰려가 살려 달라 아우성쳤다. 

그때 벌어진 그 허무하고 참담한 정경을 목격한 이들은 아마도 저들이 교활하게도 졸속하고 무지한 정부한테 업혀 정리해고의 칼을 치졸하게 마구 휘둘렀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저들 경영철학 속에는 개혁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으며 개혁이 저버려서 안 될 윤리가 무엇인지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저 부실기업들의 무책임한 정리해고 때문에 경영혁신의 필요성은 의심되었고 정당성이나 당위성은 불신 당했다. 부단한 합리적 혁신만이 기업이 강한 경쟁력을 기르고 발전할 수 있다는 엄연하고도 절박한 이치가 짓밟히게 된 것이다. 해서 우리네 기업풍토에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행해야 마땅한 부실기업의 수술조차 하 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정부나 정당이 주도하는 개혁을 믿지 못하고 불신하기를 예사로 하거나, 기업의 경영혁신이 부진하고 실패하는 것은, 순전히 개혁에 대한 철학이 빈곤한 데다, 자신의 변화에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선으로든 비이성적 흥분으로든 그저 칼을 들이대 수술하려 드는 무식한개혁이란 옛 것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배우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나 겸허한 벤치마킹에 무지하고 무디다.

개혁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에서 창출되고 무엇으로 신장되는가.
경영혁신이 특히 그렇지만, 개혁은 고도의 책임정신에 입각해 추진해야 그 진정한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정치개혁은 국가의 장래나 국민의 행복한 삶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며, 경영혁신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고 종업원의 삶을 더 넉넉하고 즐겁게 변화시켜 주겠다는 책임정신으로 단행해야 한다. 개혁이란 도전으로 일으키는 대단한 변화다. 역사와 미래에 대한 고품격의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결여된 채 추진하는 개혁이란, 개혁주체의 심금을 울리지 못하고 정신적 동조를 받지 못함으로 용두사미 꼴로 끝나거나 실패한다.

어떤 개혁이든 변화를 통한 보다 나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진정 성공한 개혁이 된다. 경영혁신의 경우 조직의 축소, 해고, 혜택의 중지 등 생과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인데 그것을 불가피한 대가로 감수하는 이유는 더 큰 새로운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때문에 혁신으로 얻은 과실, 예컨대 절감된 비용은 혁신에 불만 하는 ‘사내 저항’을 무마하고 사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사용해야 한다. 그 가치는 단순히 ‘이익’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공동체에게 유익한 선善이며, 기업이 지향하고 지키는 공동선共同善의 요소다.

따라서 어느 계층의 소유를 가져다 다른 계층한테 주는 식의 개혁이 실현하는 가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활동양식을 개선하고 혁신하여 창출되는 새로운 가치로 공동선을 신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종신고용’이라는 안티테제가 기업의 미덕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가치가 공동선에 입각할 경우만 가능하다.

개혁의 진정한 가치는 변화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공동체 구성원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고, 공동체가 신장하고 지키는 공동선을 강화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이용해 이익을 늘려 좋은 기업을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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