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와 진짜를 혼란시킨다

가짜와 진짜를 혼란시킨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말이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다음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 된다. 이와 반대로 상대가 하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깊은 인상을 받기 시작하면 그 다음 이야기들은 설사 거짓이라 할지라도 진짜로 받아들여진다. 현대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선입위주(先入爲主)’, 즉 ‘선입견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이를 잘 운용하면 허실을 혼동시키거나 가짜와 진짜를 혼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진: 구굴 갈무리

기원전 4세기에 진(秦)나라의 이름난 감무(甘茂)는 바로 이 방법을 이용, 정적을 중상(中傷)하여 망친 일이 있다.

감무는 한동안 고민에 싸여 있었다. 왕이 잡자기 장군 공손연(公孫衍)을 중용하더니 명색이 상국인 자신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감무는 울화가 치밀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왕이 상국을 갈아치우려는데 그 다음 후보가 바로 공손연이라고 알려주었다. 언젠가 왕이 사적인 자리에서 공손연에게 “최근 나는 당신을 상국으로 삼으려 고려하고 있는 중이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을 감무의 부하가 엿들은 것이다. 보아하니 이 정보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감무는 곧장 왕을 찾아가 말했다.

“대왕께서 능력 있는 상국을 발탁하시거든 모쪼록 저에게 축하를 올릴 기회를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왕은 깜짝 놀라 속으로 ‘저 사람이 어떻게 알았지?’ 하고 생각하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

“무슨 소리요 내, 국사를 모두 당신에게 맡기지 않았소? 그런데 또 다른 상국이 왜 필요하단 말이오?”

감무는 무례하게도 왕의 말허리를 잘랐다.

“대왕께서는 공손연을 상국으로 임명하실 생각 아닙니까?”

또 한 번 놀란 진왕이 되물었다.

“어디서 들은 유언비어요?”

감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혼잣말하듯 치명적인 중상의 말을 내뱉었다.

“거참! 장군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인데‧‧‧‧‧‧.”

진왕은 입만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공손연, 이란 인간 정말 못 믿겠군!’ 하고 생각 했다.

얼마 후 공손연은 추방되었다.

진왕은 감무의 앞 말을 진짜로 믿었기 때문에 뒤의 거짓말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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