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

'슬기로운 적폐생활' 포스터 /(제공=프로젝트럼버잭)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적폐’를 추적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일종의 ‘모험극’ <슬기로운 적폐생활>이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의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많은 의견들을 함께 나누었다.

'슬기로운 적폐생활'은 관객들에게 2개의 입구를 제시한다. '안전'과 '위험'의 출입구를. '안전' 출입구는 기존 입장통로를, '위험' 출입구는 기어들어가야하는 낮고 좁은 터널같은 입구로 벽면에는 '적폐'에 대한 게시물들이 붙어 있어 미리 받은 손전등으로 읽어보며 지나갈 수 있게 하였다 /ⓒ권애진
'슬기로운 적폐생활' 공연사진1 /ⓒ박태양(제공=프로젝트럼버잭)
'슬기로운 적폐생활' 공연사진2 /ⓒ박태양(제공=프로젝트럼버잭)
'슬기로운 적폐생활' 공연사진3 /ⓒ박태양(제공=프로젝트럼버잭)
'슬기로운 적폐생활' 공연사진4 /ⓒ박태양(제공=프로젝트럼버잭)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운 정부가 출범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적폐가 청산되었다고 느끼는 이는 얼마나 있을까? 물론 대답은 열려 있고, 여기에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적폐’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적이 없다. 대체 누구를, 어떤 대상을 적폐로 호명해야 할지는 아직까지 의문투성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고 무겁고 머리가 아프다.

'슬기로운 적폐생활'은 매 공연 후 관객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적폐' 1순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박태양(제공=프로젝트럼버잭)
'슬기로운 적폐생활' 관객들이 뽑은 '적폐' 1순위는 '친일파'로 집계되었다 /(제공=프로젝트럼버잭)

고민 끝에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적폐’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 적폐에 대한 별도의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각자로부터 출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적폐를 추적하는 ‘모험극’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슬기로운 적폐생활' 의 양지모 연출이 '위험' 출입구 내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권애진
특유의 유머 가득한 율동스러운 댄스로 공연을 마무리한 '슬기로운 적폐생활'_한태경, 주하성, 고다희, 김솔민, 황성준, 민윤희, 조현민 /ⓒ권애진
'슬기로운 적폐생활' 단체사진 /ⓒ권애진

작품의 구성 및 연출을 담당한 양지모 연출과 드라마터그 백수진이 함께 이야기를 다듬은 <슬기로운 적폐생활>은 프로젝트 럼버잭 또는 극단행에 적을 두고 있는 배우 고다희, 주하성, 김솔민, 조현민, 황성준, 민윤희, 한태경과 조연출 김인규, 조명디자이너 김민재가 함께 ‘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공동창작한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쉽게 꺼낼 수 있을까 하는 민감한 이야기들을 용기 있게 꺼내거나, 평범하고 익히 알고 있는 고전을 비틀거나,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에 눌려 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꺼내며 관객들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이며 화두가 된 내용들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민감한 이야기일수록 풍자나 유머의 경계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절름발이를 양반으로 풍자하던 과거에는 신랄하고 경쾌하였던 풍자가 현시대에서는 구태의연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풍자가 되는 등 시대와 관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도 하기에 창작자들에게는 어쩌면 표현방법들은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프로젝트 럼버잭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처럼 꾸준히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작품을 통해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집단이다. 이 시대의 청년 예술인이라는 정체성을 안고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우직하게 해나가고자 항상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단체이다.

극단 행은 ‘모든 변화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나아가다. 움직인다. 변화하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창작집단이다. 일반 극단과는 달리 연출팀과 배우 뿐 아니라 무대디자이너와 조명디자이너, 작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장르를 존중하여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 공연일정 /(제공=프로젝트럼버잭)

촛불시민이 만들어낸 새 정부의 첫 수행과제는 블랙리스트 관련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었다. 바야흐로 적폐청산을 목표로 김지춘, 조윤선은 유죄를 선고받았고 남북 화해를 위한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변화와 혁신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며 새로운 세상, 바른 사회에 대한 기대가 샘솟았다. 그러나 갑질은 여전하고 처벌은 없으며 종교는 세습으로 변질되고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며 헌법 위에 건재하다. 2019년의 권리장전은 ‘왜 바뀌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적폐는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쌓여왔기에 이렇게 두꺼운 벽이 되어 우리 사회를 가르는가 다시 묻는다. 적폐의 기원, 적폐의 원조를 가려보고자 한다.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원조적폐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는 오는 9월 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십여 개 극단들과 함께 관객들과 탐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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