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아부
요즘 칭찬을 하려고 해도 칭찬할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내 맘에 쏙 들게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무조건 대질리고 싸워 보았자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 여야(與野)가 매사에 격돌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칭찬하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칭찬할 만한 좋은 것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 나의 칭찬에 어떤 사람이 기분 좋아 한다면 나의 기분도 좋아지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이런 칭찬은 가끔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느낀 대로 칭찬했을 뿐인데 ‘아부(阿附)한다.’ ‘아첨(阿諂)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조심할 일이지요.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칭찬과 아부, 아첨과의 구분을 해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얻는 게 있어서 칭찬을 한다면 그건 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이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에서 이득을 보려고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아첨꾼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작가, 강사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Dale Breckenridge Carnegie : 1888~1955)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주립 사범대학에 진학했지만, 말을 너무도 못해 학우들에게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는 다른 학생들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으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마음마저 품었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겐 한 가지 큰 장점이 있었지요. 그건 ‘불굴 의지’입니다. 그는 말을 잘 하기위해 세일즈맨, 연극배우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끝에 뛰어난 화술(話術)과 연설가로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인간관계 론’으로 지금까지 세계시민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 인간은 인정(認定)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했습니다.

다시 말해 남을 칭찬하라는 것이지요. “논쟁하려 하지 말고 모든 사람을 치켜세워라. 비난은 백해무익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몰두한다. 진정으로 타인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존경에 굶주려 있고 자신의 가치를 남이 알아주길 갈망한다. 그러니 잘못을 지적하지 말고, 논쟁하지 말며, 모든 사람을 치켜세우고, 경청하며 미소 지어라.”

이것이 카네기가 그의 ‘인간관계 론’에서 이야기하는 핵심인 것입니다. 그러나 카네기는 아부는 아첨과는 다르다는 걸 강조합니다. 서양에서 아부와 아첨은 (flattery, butter up)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이지만, 동양의 한자로 보면 미세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아부는 ‘언덕 아(阿)’ 자와 ‘기댈 부(附)’ 자로, 언덕에 기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속담 ‘비빌 언덕이 없다.’는 뜻과 같은 것입니다. 즉, ‘의지할 곳을 만드는 것’이 아부 이지요.

그러나 아첨할 ‘첨(諂)’자에는 ‘함정(陷穽)’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객관성 없는 내용으로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 듣는 이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국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아첨인 것입니다.

한비자(韓非子 : ?~BC 233)도 <세난편(說難篇)>에서 ‘역린(逆鱗)’ 이야기를 통해 아첨에 대해 경계할 것을 충고합니다. “아무리 무서운 용(龍)이라고 할지라도 잘 길들이기만 하면 그 등에 올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용의 목덜미에 있는 한 자(尺) 길이의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임금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다.”

아부는 어쩌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부의 기술에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쌍방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역린’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칭찬과 아부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첫째, 불행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이나 불행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궁지에서 벗어나 마음 편해지기 위해 즉각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그러나 한번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면, 책임을 떠넘기는 습관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둘째, 진심만을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환심을 사면서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면, 상대는 늘 기분 좋게 느끼고 좋은 감정으로 갖게 됩니다. 칭찬과 아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칭찬은 진심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진심으로 칭찬하면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 것입니다.

셋째, 조금 바보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똑똑한 척 행동하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 사람들은 그를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똑똑하면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지요.

넷째, 인내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운 좋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마감시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 어느 순간에 자신을 내려놓고 미끄러져 내려가야 할지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질투심을 반드시 버리는 것입니다.

가장 자기 파괴적인 감정은 질투심입니다. 질투를 하면 스스로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해서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엔 자신의 운과 기회를 망치게 됩니다. 질투심이 많아 보이면 결코 배 아파하고 칭찬에 인색하게 구는 소인배가 되는 것입니다.

여섯째,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입니다.

삶이 뜻한 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는 어쩌다 힘든 날일뿐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갖는 것입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면 한 번 멈춥니다. 행운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을 때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사람은 칭찬을 받았을 때 겸양함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겸양하는 사람은 남을 비판하지 아니합니다. 우리 칭찬도 아부도 가려서 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6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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