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우체국 시설관리단이 내부에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노조 집행부 3명을 근무시간 중 밴드에 글을 올렸다는 등의 이유로 독방에 대기발령을 내리고 근무 시간 내 회사가 정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게 해 비난을 사고 있다.
 

시설관리단은 대기근무중인 집행부 3명을 상대로 ‘노사상생방안’에 대해 글을 쓰라고 종용하는가 하면 일반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활동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등 노골적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집행부 3명은 조만간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 법률원에 따르면 우체국 시설관리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총회를 개최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9일 시설관리단은 노조설립을 주도한 집행부 3명을 본사로 대기발령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발령을 받은 3명은 지회장 박모씨(국제우편물류센터 소장), 사무장 윤모씨(부평우체국 소장), 부지회장 이모씨(고양집중국 소장) 등이다.
근무시간에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본사 대기발령을 받고 독방에 대기하면서 ‘노사상생을 위한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쓰도록 지시 받은 우체국 시설관리단 한 노조 간부. | 공공운수노조

 이들은 지난 19일 대기발령을 받은 후 지금까지 본사 5층의 3개 독방으로 출근을 지시받아 근무시간 중 일체 다른 조합원들과 접촉이 차단돼 있는 상태다.
 

이들은 “처음에는 3명이 함께 텅 빈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게 하다가 지난 21일부터 본사 5층 3개의 방에 3명이 따로 들어가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사측에서 ‘근무시간인 8시간 동안 5층을 벗어나지 말라. 5층을 벗어나면 근무지 이탈이다’라고 지시하고 CCTV의 위치를 바꾸어 감시하는 바람에 사실상 독방에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설관리단은 이들 집행부 3명에게 독방에서 대기하도록 하면서 백지를 나눠주고 <노사상생을 위한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글을 쓰도록 강요, 노조설립을 주도한 노동자들 상대로 노조활동에 대한 의지를 꺽게하는 등 양심의 자유 침해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설관리단은 이처럼 노조 집행부 3명의 손과 발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지난 20일 내부직원들을 상대로 전국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노조가입 대상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우체국 시설관리단은 노조설립 총회 개최 하루 전인 지난 16일 노조설립을 주도한 집행부 3명을 감사실로 불러 근무시간 중 노조창립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을 하라고 요구하면서 ‘지금은 노조를 만들 때가 아니다’며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회장 박씨 등에 따르면 사측은 집행부 3명에 대기발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근무시간 중 밴드에 노조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거나 노조가입 설명회를 개최한 사실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로 삼았다.
 

지회장 박모씨 등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휴게시간으로 인정받았던 시간을 이용하여 잠깐 동안 노조가입에 대한 설명 및 홍보를 하였다는 이유로 1개월간 대기발령을 한 것은 과도한 인사권 남용으로 사측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불이익취급)를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은 근무시간 중 노조설립 홍보활동을 문제 삼으면서도 정작 본사 관리자들이 근무시간 중 직원들을 모아놓고 노조설립을 방해하는 행동을 한 사실은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이들에 따르면 본사 관리자들은 노조설립이 한참 진행 중이던 지난 12일~13일 국제우편물류센터, 부평우체국, 고양우편집중국에 찾아와 조합가입 대상자들을 불러 놓고 ‘원하는 것 다 들어주겠다. 노조는 왜 만들려고 하느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노조설립총회를 이틀 앞둔 지난 15일 수도권 현장 소장들을 대상으로 본사에서 ‘상생적 노사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우체국 시설관리단 원대연 이사장은 이 같은 노조 주장에 대해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사측의 의도를 오해한 데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설립 총회를 앞두고 집행부 3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리고 본사 관리자들이 현장에 찾아간 것은 맞지만 소통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려는 것이었을 뿐 노조설립을 방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본사 관리직원들이 현장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노조 왜 가입하려 하느냐’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의는 어려운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민원을 들어보려는데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발령 배경에 대해서도 “현장 직원 중에 노조 가입을 원하는 분도 있고 싫어하는 분도 있는데 현장소장(집행부)이 노조가입을 권유하면 대부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판단해 (집행부를 대기발령한 상태에서) 현장을 안정시키려 노력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발령 중 노조 집행부 3명에게 노사상생방안에 대해 글을 쓰게 한 데 대해서도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대기발령을 하면 보수를 70%밖에 줄 수 없어 보수를 100% 지급하기 위해 과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설립총회를 이틀 앞둔 지난 15일 ‘상생적 노사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대해서도 “원래는 이달 말 개최하려고 했으나 (노조설립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것 같아 앞당겨 워크숍을 개최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평소에 직원들의 어려운 근무여건에 대해 관심도 보이지 않던 사측이 노조설립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직원들을 상대로 ‘어려운 점을 얘기하라’고 하고 집행부 3명을 직원들과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대기발령을 한 것은 명백히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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