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성에 대한 청양감을 주었던 마광수교수 결국 교단을 떠난다.

성의 아름다움을 문학으로 표현한 교수 마광수를 기억하는가? 마교수가 결국 교단을 떠난다.
12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오는 8월 정년 퇴임을 맞는 마 교수는 지병 탓에 지난달 13일 이후 사실상 강단에 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기 학부생에게 ‘문학과 성(性)’ ‘연극의 이해’ 두 과목을 가르쳐 온 마 교수는 퇴임 후 저술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유명세와 달리 학교 측은 마 교수를 위한 특별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또 명예교수직도 제안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져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과 동료 교수의 따돌림 탓”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마 교수는 "뉴스프리존"와의 통화에서 “한 때는 본교 대강당에서 학생 1500여 명 앞에서 강의하는 등 ‘인기 강사’라는 몸 둘 바 모를 타이틀도 얻었고 학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분주하게 보낸 세월이었다”고 돌이키며 “착잡하면서도 감개무량하다”고 담담하게 정년 퇴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마 교수는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세태가 걱정”이라며 “취업 준비에 매몰돼 문학 강의를 듣는 문학청년(文靑)들이 크게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와 소설, 수필, 평론 등 지금까지 50여 권의 책을 펴 낸 마 교수는 퇴임 후에도 저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제자들의 권유로 정년 퇴임을 자축하는 기념 산문집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교수로서는 마침표를 찍지만 작가로서의 삶은 정년이 없으니까요.” 시대를 앞서 간 광마의 퇴임사다. 

그는 학생들의 복직 운동에 힘입어 힘들게 강단에 다시 섰으나 우울증 때문에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마 교수는 요즘 위장병에도 시달린다. 그는 이를 '울화병'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제는 몸을 좀 추슬러야 할 것 같다. 너무 허탈해서 몸이 아프다. 최근에 책을 많이 냈는데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8월에 산문집과 소설을 한 권씩 낼 예정이다. 이번 소설 '덧없는 것의 화려함'은 얼마나 야하냐고 묻자 "그냥 '쪼끔' 야하다"라며 허허 웃었다.
 
앞으로도 집필 활동은 이어갈 계획인 그는 야한 소설을 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에 대해서 쓰는 건 이제 좀 접으려고요. 징그러워요. 너무 불이익을 많이 받아서…."

마 교수는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인 윤동주와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28세이던 1979년 홍익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1984년 모교로 자리를 옮겼다. 마 교수는 "학생들이 나를'윤동주와 기형도를 잇는 천재'라고 불렀던 시절"이라고 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그의 젊은 시절은 화려했다.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윤동주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따자마자 1983년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윤동주 시 전편을 상징주의 이론으로 분석해 ‘윤동주 박사 1호’로도 불린 그는 “무명이던 윤동주를 발굴했다”고 자평했다. 
 

1989년 장편 소설 ‘권태’로 소설가로서 데뷔한 그는 작가로서 적지 않은 질곡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가 언론의 혹평을 받으면서 강의가 취소되는 시련을 겪었고, ‘즐거운 사라’(1992)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그해 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지만, 이 파문으로 연세대는 이듬해 그를 직위해제했다. 1998년 복직은 됐지만 외상성(外傷性) 우울증을 앓으면서 휴직과 복직을 반복해왔다. 마 교수 곁에서 ‘문학과 성’ 수업을 도운 조교 양모(28)씨는 “최근 마 교수에게 박사 과정 지도를 받는 제자가 없어 퇴임이 더욱 쓸쓸하다”고 전했다. 

 

1992년 발표한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대학도 그를 직위해제했다. 이후 복직은 했지만 긴 법정 다툼이 부른 우울증으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성(性)을 본격적으로 다룬 죄로 문단과 교수 사회에서도 '이단아'가 됐다. 마 교수는 "아직까지 '마광수' 하면 바로 '변태'니 '색마(色魔)'니 하는 말이 나온다"며 "퇴임 후에도 집필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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