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관계자, 세무공무원 등 무더기 기소…5500억원대 피해 예상

 


모뉴엘로부터 3조 4000억원대 사기대출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금품로비를 받은 조계륭(61)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전 사장 등 금융기관 간부들과 세무공무원, 대기업 간부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조계륭 전 사장 등 무보 전현직 간부급 임직원들과 서모(55) 한국수출입은행(수은) 비서실장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모뉴엘 박홍석(52) 대표 등 모뉴엘 전현직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 등은 모뉴엘로부터 회당 500~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제공 받는 방식으로 금품로비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회당 3000~5000만원의 현금을 제공받거나 허위 고문계약서를 작성해 고문료 명목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모뉴엘 법인카드를 직접 제공받거나, 모뉴엘 해외계좌로부터 해외계좌를 이용해 돈을 송금받는 방식도 사용했으며, 가족 명의로 송금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때 모뉴엘 측은 담배갑 등에 기프트카드를 넣어 돈을 전달했고 과자상자, 와인사자, 티슈통에 5만원 권 현금다발을 넣기도 했으며, 유흥 주점에서 하룻밤에 1200만원 어치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수수자 중에는 퇴직 후 모뉴엘 협력업체와 고문계약서를 허위로 체결하고 고문료를 받거나 자녀를 모뉴엘에 취직시키는 등 관피아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 등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저가의 홈씨어터 컴퓨터를 고가인 것처럼 속여 허위로 해외수출을 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약 7년에 걸쳐 총 3조 4000억원 어치 여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출대금 채권의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허위 수출을 통해 여신을 제공받고 그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 수입업자에게 송금한 뒤 수출대금을 결제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뉴엘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실사통보가 미리 오면 직원들을 급하게 고용해 실제 물품을 제조하는 것처럼 가장했고, 허위 거래 전액을 매출액과 순이익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하면서 국책금융기관들을 농락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모뉴엘은 초창기 KT 자회사 이름으로 허위 수출을 대행하다 '돌려막기'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규모를 점점 키웠으며, 시중은행이 담보 없이 수출채권을 매입해 여신을 제공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무보와 수은 등 국책금융기관에 로비를 집중했다.
 

통상 무보가 한도액을 책정하면 시중은행은 그 범위 내에서는 담보가 확정된 것으로 보고 여신을 제공하며, 수은은 무보와 무관하게 자체 한도액을 책정한 뒤 수출금융을 제공한다.

검찰은 특히 2010년부터 모뉴엘의 보증한도 증액이 집중된 만큼 당시 무보와 수은에 대한 로비량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또 모뉴엘에 대한 세무조사를 피하거나 조세기간 단축 등의 목적으로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현재 상환되지 않은 금액만 5500억원 상당에 달하지만 모뉴엘이 파산하면서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 고스란히 금융기관들이 피해를 떠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상환금은 모뉴엘의 인수대금이나 운영비, 제주사옥 건축 등에 대부분 소진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무보의 경우 보험 보증액이 3428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국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등이 서류 위주로 심사를 하면서 실제 거래 내역 등에 대해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은 미비점 등이 이번 수사로 발견된 만큼 관계기관들의 엄격한 심사를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미국으로 달아난 무보 부장 전모(47)씨를 기소중지하는 한편, 영주권자인 전씨를 상대로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 청구할 예정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