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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선배기수를 뛰어넘은 윤석열을 임명한 진짜 이유
  • 권순욱 기자
  • 승인 2019.06.26 09:29
  • 수정 2019.06.2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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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검찰총장 임명돼도 선배 기수 사표 안낸다
19기와 20기 사표는 과거에도 마찬가지, 21기와 22기는 사표낼 이유 없어
후배 임명에 선배 사직하는 관행은 상명하복 문화의 연장선
검사동일체 원칙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때 폐지.. 이젠 문화로 정착해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 59세)이 문무일 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8기. 58세)의 뒤를 이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이후 언론들은 앞다투어 윤석열 후보자의 선배 기수들이 대거 사표를 낼 것이라는 전제하에 기사를 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론이 안일하게 분석한 바와 전혀 다르게 그런 대규모 사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분석은 구태의연하다못해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후배 기수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선배나 동기가 사표를 내는 관행은 과거에 존재했던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벌어졌던 구태일 뿐이다.

상명하복을 규정한 검사동일체 원칙은 참여정부에서 이미 폐지

2004년 1월에 폐지되기 전 검찰청법은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 7조(검사동일체의 원칙)

①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②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③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법률로 상명하복을 규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상급자의 명령에 대해 이의제기는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군대와 같은 조직이었다. 후배나 동기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을 경우 선배나 동기들이 사표를 내는 관행은 바로 이 상명하복을 규정한 검찰청법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서로가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표를 냈던 것이고, 자연스러운 검찰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익히 알다시피 이 상명하복의 문화에서 온갖 부패와 비리, 잘못된 관행이 파생됐다. 민주주의가 진전하는 시대변화에 비춰봐도 일말의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적폐였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에 관심을 두었던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했다. 이게 2004년 1월이다. 당시 민정수석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위의 검사동일체 규정은 이렇게 바뀌었다.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ㆍ감독)

①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에 따른다.

②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ㆍ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된 게 벌써 15년전 일이다. 하지만 검찰 문화는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은 파격? 구태의연 과거의 시각일 뿐

윤석열의 검찰총장 지명은 기존 관행에 비추어보면 분명 ‘파격’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역대 검찰총장을 보면 이해가 된다.

대체로 2기를 넘어서지 않았다. 윤석열은 5기나 뛰어넘었다. 그래서 당연히 파격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조직의 안정성이나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지휘명령 체계를 생각하면 당연히 파격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변했다. 비록 그 속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과거의 상명하복 문화는 점점 흐려져가고 있다. 비록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할 수준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세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한국 사회의 변화에 비춰보면 검찰은 과거의 구태에서 한 발자국도 진화를 하지 못했다.

따라서 검찰의 관행을 이유로 ‘파격’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발전은 물론이고 검찰이라는 조직의 발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구태의연한 시각일 뿐이다.

윤석열 선배 기수들, 과거 나쁜 관행과 결별할 기회

현재 고위 검사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일단 과거 관행만 갖고 이야기해보자. 2기 정도의 범위에서 검찰총장을 임명했을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아마 19기나 20기에서 검찰총장이 임명됐어야 한다는 게 언론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는 관행일 뿐이다. 그것도 상명하복을 규정한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파생된 못된 관행이다. 이런 관행을 기준으로 파격을 운운한다는 것은 언론이 시대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어떻든 그런 구태의연한 시각에 의하더라도 19기와 20기 대부분은 사표를 냈을 것이다. 윤석열 지명 이후 사의를 표명한 사람은 봉욱 대검 차장, 송인택 울산지검장, 김호철 대구고검장 등 3명이다. 아마 19기와 20기에서는 추가로 사표를 내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송인택 울산지검장의 경우 이미 국회의원 전원에게 공수처법 설치를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당사자라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보기 힘들다. 어차피 사표를 낼 사람이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사표를 내는 사람은 어느 정권에서나 늘 있었다.

핵심은 21기와 22기다. 외형적으로 이들은 윤석열보다 사법연수원 선배다. 하지만 나이나 대학 학번으로 보면 한참 후배들이다. 그렇다면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도 이미 15년전에 폐지된 마당에, 아직 한창 나이인 21기와 22기가 고작 사법연수원 기수만 따져서 사표를 낸다는게 자연스러워 보이는가?

지금 언론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으로 검찰에서 대규모 혼란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대규모 사표 사태가 일어나야 민심을 이반시킬 수 있는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검찰을 흔들고, 정부를 흔들기 위한 포석이다. 그래서 이간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표를 부추기고 있고, 이미 독자들에게는 그런 분위기의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줄사표 예고’, ‘줄사퇴 전망’은 언론의 소망이 담긴 제목이다. 어차피 과거 관행으로도 사표를 내는게 당연한 봉욱 대검차장, 김호철 대구고검장의 사표에도 ‘윤석열 임명에 따른 줄사표’라는 의미를 덧씌우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검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돈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59세의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하여 이제 겨우 50대 중반인 사람들이 사표를 내야 할 이유는 없다.

더 심하게는 20기도 사표를 낼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23기의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지명됐지만, 차기 검찰총장이 그 아래 기수인 24기나 25기로 건너뛴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즉 이번 인사에서 지나간 기수에서 검찰총장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제 지방검사장에 불과한 21기와 22기가 줄사표를 낸다는 분석은 법조출입기자로서의 기본 능력에 문제있다는 자술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법부는 이미 갔던 길, 이제 검찰이 따라가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이 '파격'이라면 대법원은 이미 거쳐갔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 임명도 파격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법원장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당시 법관들의 '줄사표' 이야기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법부는 이미 기수에 따른 연공서열이 제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후배가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한다고 하여 사표를 내는 관행은 '순환보직제'가 정착되면서 사라졌다. 순환보직제는 쉽게 말해서 법원장을 하다가 판사로 돌아가기도 하고, 판사를 하다 법원장을 하기도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0년대부터 계속 연구를 하고, 부분적인 시범실시 등을 거쳐 오류를 보완해가며 오늘날에는 완전히 사법부 문화로 자리잡았다. 제도가 문화로 정착하는데 근 20년이 걸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에 임명됐다.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첫 정기인사는 2018년 2월에 있었다. 당시 인사를 보자.

김명수 대법원장 선배 기수인 14기가 주요 법원장에 임명됐다. 옛날 같았으면 모두 사표를 냈을 사람들이다. 검찰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법원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선배, 후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법관이라는 역할에 방점을 찍는 문화가 법관 개개인들에게 자리를 잡았다. 제도를 도입하고, 이 제도가 하나의 조직문화로 자리잡는데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현재 대법관 구성을 보면 김명수 대법원장 선배 기수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인사에서는 서울고등법원장, 부산고등법원장을 지낸 고위 법관들이 평범한 판사의 자리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비록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사법농단으로 사법부 역사에 오점을 남겼지만, 제도와 문화의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 자체는 되돌리지 못했다. 그들의 일탈은 명명백백한 사실추궁과 이에 걸맞는 단죄로 평가하면 된다.

윤석열 임명은 검찰 문화를 개혁하는 역사적 출발점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 이후 이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적폐청산 수사가 광범위하게 벌어질 것이다’에서 ‘검찰 고위 간부들을 싹 물갈이하려는 포석이다’ 등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바른 해석은 아니다.

우선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총장은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서 벗어났다. 과거 대검 중수부 역할을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이 수행했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적폐수사의 정점에 선 것도 대검 중수부 폐지로 인한 검찰총장 권한 약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된다하여 갑자기 그 권한이 검찰총장으로 넘어갈 일도 없을 것이다. 적폐청산 수사는 여전히 서울중앙지검을 정점으로 하여 서울의 동부, 서부, 남부, 북부에서 함께 수행할 것이다.

그동안의 적폐청산 수사가 과거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비리, 사법농단 수사에 집중됐다면, 향후 윤석열 체제의 검찰은 ‘생활형 적폐 청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국의 각 지방검찰청의 특수부는 물론이고 형사부 중심의 수사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각 검찰 형사부야말로 일반 시민들과 밀접한 생활적폐를 수사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윤석열 선배 기수들 물갈이용'이라는 해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격을 폄훼하는 해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민주주의자이자 법치주의자다.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내쫒는다는 해석은 어불성설이다. 평소 스타일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이 썼던 책을 보더라도 이런 해석은 부당하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한 당사자다. 또한 참여정부는 검찰을 쥐고 흔들지도 않았고, 제도와 시스템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이게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단절이 됐지만, 다시 그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은 2007년에서 멈췄던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참여정부는 제도 개혁에 따른 성과를 확인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다. 개혁은 한 정부 내에서 완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과 문화까지 개혁하는 경우에는 더욱 장시간이 필요하다."

-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p172, 2011년 오월의봄 펴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과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2004년에 폐지한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이 검찰 내부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데 있다. 이는 문화개혁이다. 현재의 검찰 구성원이 과거의 잘못된 상명하복 문화, 검사동일체라는 문화를 버리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개혁이고, 검찰이 행한 모든 악의 근원을 뿌리뽑는 출발이다.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은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가진 검찰을 만들었고, 이는 자율과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관통될 여지를 말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무너뜨리는 출발점이고, 자율과 분권을 검찰 조직에 불어넣기 위한 첫 시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된다고 하여 21기와 22기가 사표를 낼 일은 없을 것이다. 줄사표는 없을 것이고, 과거와 비슷하게 19기와 20기가 사표를 내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대목은 군대조직과 거의 동일한 상명하복 문화의 검찰에 기수 문화가 완화되고, 자율과 분권이 스며들어 조금이라도 민주주의 문화가 검찰 조직에 살아 숨쉴 수 있는지 여부다. 윤석열 임명으로 ‘검찰 민주화’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권순욱 기자  online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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