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다. 그런데 언론이 또 논란거리를 만든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 문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지붕이 없는 트랩 (개방형 계단)으로 내려온 것을 일본 측이 ‘홀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날 공군 1호기로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오후 3시 40분경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비행기 트랩에 레드카펫이 깔린 가운데 직접 우산을 들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반면 비슷한 시간에 일본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붕이 있는 트랩을 이용해 내려올 때 우산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의전 차이를 두고 최근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진 일본 측이 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홀대한 것 아니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홀대론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이 지붕이 있는 트랩을 이용하는 거에 대해서는 선택 사항으로 보이며 실제로 이날 비슷한 시각 오사카에 도착한 다른 정상들 가운데 일부는 개방형 트랩을, 다른 일부는 지붕형 트랩을 이용했다.

이날 G20 정상 회의 참석차 오사카에 도착한 정상 중 중국, 캐나다, 브라질 정상 등은 지붕이 있는 트랩을 사용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영국, 터키, 베트남 정상 등은 문 대통령과 같은 개방형 트랩을 이용했다.

이 점을 들어 SNS에서도 문 대통령 홀대론을 반박하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트랩을 걸어 내려오는 사진을 올리며 “트럼프도 혼자서 우산 쓰고 내려오던데, 그럼 트럼프도 홀대받았네”라고 비꼬았다.

이글에는 “트럼프를 홀대하다니 일본이 간이 크다” “이 논리대로라면 영국 메이 총리도 명백한 홀대다” “다른 정상들도 우산 쓰고 내렸다”는 동조하면서 옹호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비가 내려 문 대통령이 우산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일본 오사카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입방아에 오르내린 또 한 가지는 이날 공항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차관급인 아베 토시코 외무 부대신 등이 영접했다는 점도 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5월 9일 문 대통령이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참석차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을 찾았을 때는 장관급인 고노 다로 외무대신이 영접을 나온 것과 비교를 한 것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처럼 여러 국가 정상이 한꺼번에 모이는 다자 정상회의 때는 차관급 인사가 영접을 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청와대도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서 홀대론이 가당찮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항 도착 시 개방형 트랩을 설치한 것은 사진취재 편의 등을 고려한 우리 측의 선택”이라며 “비를 좀 맞더라도 환영 나오신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개방형 트랩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측이 홀대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방문 때 비가 오더라도 개방형 트랩을 주로 사용해왔다는 점에서다. 실제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73차 유엔 연차총회 당시 문 대통령 내외는 개방형 트랩에서 우산을 쓰고 내려왔었고, 같은 해 5월 일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개방형 트랩에서 홀로 우산을 쓰고 내려왔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막일인 28일 ‘세계 경제와 무역ㆍ투자’를 주제로 한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에서의 발언을 통해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구현을 위한 노력 등을 소개하며 이날 오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도 양자 회담을 한다.

29일에는 ‘불평등 해소 및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세계 실현’을 주제로 하는 정상회의 세 번째 세션에 발언자로 나서서 평화경제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한반도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또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아르헨티나ㆍ네덜란드 정상과도 풀 어사이드(pull asideㆍ약식회담) 형식으로 만날 계획으로 사흘간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나면 29일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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