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임병용 기자] 지난 4일 일본의 첨단 부품 수출 규제에 이어 추가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반도체·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3개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기로 한 이후 급경색된 한일 관계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가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규제 철회와 양국 협의를 촉구한 데 대해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수출관리를 적정하게 실시하는 데 필요한 일본 내 운용의 재검토"라며 "협의 대상이 아니고, 철회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하거나 협의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본 정부는 연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측은 안보상 필요한 적법한 조치라며 이는 WTO로 갈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한일 양국의 통상 당국자 간 협의를 다시 촉구하는 동시에 일본 당국은 이어 "한국의 수출관리 당국이 이번 운용의 재검토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사무 레벨'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해, 실무진이 한국측에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NHK·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9일 각료회의 후 열린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규제 철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국제공조를 모색하기로 하며, '문 대통령이 요구한 양자 협의 요청에 정식으로 일본 정부가 불응하는 거냐'고 묻자, 그는 "협의 대상이 아니고, 철회할 만한 것도 아니다"라며 공식 거부임을 재확인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번 조치는 수출 관리를 적절히 시행하는 데 필요한 일본 내 운용을 재검토한 것"이라며 "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철회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무역 규제는 세계무역기구 WTO 협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우리 기업은 물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도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 수출관리를 적절히 시행하기 위한 국내 운용의 재검토다"며 "철회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문 대통령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일본 기업, 나아가 글로벌 경제 전체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히로시게는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우대조치를 중단하고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WTO 규정상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일축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또 "(일본 정부의) 규제는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일본이 추가 규제 시행 여부는 한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본 측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고, "외교적 해결을 위해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도 NHK에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원자재에 대한 한국의 (무역)관리 체제가 불충분했다"면서 "한국 측에서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철회에 응할 수 없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 측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조치를 취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WTO 이사회에 참석해 "일본의 규제 조치는 국제적인 무역 규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군사 전용이 가능한 원재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무역관리상 부적절한 사례가 여러차례 발견됐다"며 정당성을 주장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조치가 '수량 제한'의 금지를 명시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1994) 제 11조를 위배했다는 한국측 주장에 대해선, 안보상 필요가 있으면 예외로 여겨지는 규정이 있다고 다른 WTO 회원국들을 설득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스마트폰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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