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올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신임 수석비서관 및 특보단과 이야기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신 미래전략수석, 신성호 홍보특보, 이명재 민정특보, 우병우 민정수석, 박 대통령, 김성우 사회문화특보, 임종인 안보특보,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소폭 개각·청 인사 주도
 박, 명예로운 퇴임길 열어줘
“떠날 사람이 인선하는 촌극”
 “대통령 민심 잘못 읽고 있어”

집권 3년차를 맞아 인적 쇄신의 최우선 대상으로 지목됐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진행중인 개각과 청와대 개편 및 인선 작업을 주도하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뒤바꾼 ‘본말전도 인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책임을 지고 떠날 사람이 모든 인선을 주무르고 있는 웃지 못할 촌극이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3일 국무총리와 수석비서관 교체 등 인선안을 발표하며 김 실장 거취와 관련해 “조직개편이 진행 중이다. 할 일이 조금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김 실장이 조만간 사퇴할 것임을 예고하면서도, 사퇴 시점에 대해서는 미적거린 것이다. 그 사이 김 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퇴 전에 박 대통령이 예고한 ‘소폭 개각’과 청와대 비서관급, 행정관급 인사를 주도하고 있다. 인사 마무리까지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김 실장은 주말인 25일 신임 수석비서관들까지 모두 호출해 워크샵을 주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주도하는 최근의 인선 절차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의 ‘무능 인사’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김 실장이 없으면 인적 쇄신도, 청와대 내부 정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1인 참모에게 의지했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화의에서 새로 임명한 특보단과 수석비서관을 인사시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재 김 실장이 주도하고 있는 인사도 ‘불통 인사’에 해당한다. 여론이 김 실장을 인적 쇄신의 최우선 대상으로 꼽는 이유가 이번처럼 인사나 의사결정을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그에게 인적 쇄신을 맡기는 등 여론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불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실장이 사퇴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김 실장이 경질성 퇴임이 아니라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껏 물러난 장관이나 수석, 또는 비서관급 참모 대부분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이로부터 인사 직전 교체 사실을 통보받았던 전례와는 사뭇 다른 예우다. 여권의 한 원로인사는 “김 실장에 대한 쇄신 여론은 사실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질책하고 있는 것인데, 대통령이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것 같다. 김 실장을 지금처럼 마냥 두거나 모양새 좋게 내보내려고 미적거리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새로 바꾼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고 간담회 내용을 공개한다고 해서 ‘불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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