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닌데' 포스터 /(제공=극단 청우)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코끼리의 탈출을 모티브로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극 <그게 아닌데>가 오는 12일부터 29일까지 16일간 대학로 혜화동 1번지에서 관객들의 수많은 앵콜 요청에 화답하여 더욱 깊이 있는 공연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게 아닌데' 공연사진(2018년 공연)_의사(유성주), 조련사(윤상화), 동료(강승민), 형사(한동규) /ⓒ권애진

“이제 모두 다 코끼리가 될 거야. 이 세상은 코끼리 왕국이 될 거야.”

'그게 아닌데' 공연사진(2018년 공연)_조련사(윤상화), 형사(한동규) /ⓒ권애진
'그게 아닌데' 공연사진(2018년 공연)_의사(유성주), 조련사(윤상화) /ⓒ권애진
'그게 아닌데' 공연사진(2018년 공연)_조련사(윤상화), 어머니(문경희) /ⓒ권애진

어느 날,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탈출했다. 코끼리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거리. 결국 선거 유세장까지 쑥대밭으로 망쳐놓았다. 조련사는 비둘기와 거위 때문에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라 진술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형사는 잔인한 정치적 음모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성행위 도착증에 걸린 환자의 환상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련사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풀어주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고 진술하며, 동물원에 취직한 것도 모든 동물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였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전개한다.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의사, 형사, 어머니 세 명의 논리에 점점 치쳐가고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달은 조련사는 진실을 얘기하기에 이르는데…

'그게 아닌데(2018년 공연)' 꽃비가 떨어지는 마지막 피날레 /ⓒ권애진

<그게 아닌데>는 2005년 벌어진 ‘동물원 코끼리 대 탈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한 극이다. 코끼리 난동에 경찰은 당장 인명피해 운운하며 사살 방침부터 내놓았으나, 작가의 시선으로 본 코끼리의 거친 행동은 겁에 질린 몸부림이었다. 작가는 한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층, 집단의 단절 문제로 치환하여 ‘코끼리가 된 사람들’과 ‘코끼리로 내모는 사람들’로 풍자한 블랙코미디극으로 풀어냈으며, 베테랑 김광보 연출의 안정적이고 타이트한 연출력이 더해져 너무나 깔끔한 연극다운 연극을 선보이며 매 공연 때마다 전석매진의 기염을 토한 바 있다.

화사하게 웃음 짓고 있는 조련사 역 윤상화 배우와 어머니 역 문경희 배우 /ⓒ권애진

<그게 아닌데>에서 조련사 역을 맡은 윤상화 배우는 숨소리, 눈짓, 표정 하나하나까지 아름다운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며,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렬한 연극적 에너지로 동화 같은 작품에 사실감을 불어 넣었다’는 평을 받으며 동아연극상 연기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 등 2관왕을 수상하였다. 더불어 극단 청우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문경희 배우, 강승민 배우, 유성주 배우와 2018년부터 합류했던 한동규 배우가 각각 조련사의 어머니, 동료, 코끼리, 의사, 형사로 분하여 쫀득쫀드하리만치 찰진 호흡을 보여주며, 소통 불능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단어 하나하나에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리듬감을 살아있는 무대에 구현하여 관극의 재미를 더한다.

'그게 아닌데(2018년 공연)'를 함께 만든 김광보 연출과 배우들과 제작진들 /ⓒ권애진

‘극단 청우’는 대학로에 만연한 PD시스템으로 젊은 연극인들이 1회용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위험과 연극적 이상의 상실이 이미 현실화 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20~30대 연극인들이 1994년 1월 첫모임을 시작하였고 그 해 8월 창단한 극단이다. 극단 청우는 신체언어와 화술의 유기적 결합과 조화를 실험하고 이를 토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미래를 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코끼리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그 상황을 놓고 조련사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의사, 형사, 조련사의 어머니 역시 각기 자기입장만 이야기 할 뿐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마음을 열고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소통과 대화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화’와 ‘소통’에서 소외되고 내몰린 사람들은 결국, 말이 통하지 않는 코끼리나 다름이 없고 자신의 생각과 논리에 갇혀 보고 말하고 듣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들 역시 ‘무섭고 자신에게 위협적인 코끼리’로 보일 뿐이다.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연극 <그게 아닌데>는 관객들에게 공감과 고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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