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포스터 /(제공=더줌아트센터)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자신의 실제 경험(BBC 기자, Joan Bakewell과의 7년간 혼외정사)을 바탕으로 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롤드 핀터의 작품 <배신>이 ‘양손프로젝트’의 신작으로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배신' 공연사진_7년 간 연인관계를 지속한 제리(손상규)와 엠마(우정원) /ⓒ이강물(제공=더줌아트센터)
'배신' 공연사진_제리(손상규), 그리고 로버트(양종욱)과 엠마(우정원) 부부 /ⓒ이강물(제공=더줌아트센터)
'배신' 공연사진_로버트(양종욱), 제리(손상규), 엠마(우정원) |작은 직사각형의 무대 위로는 의자, 와인잔이 소품의 거의 전부이며, 조명도 네칸의 조명이 전부인 미니멀리즘의 극을 다루는 공연에서 배우의 연기는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이강물(제공=더줌아트센터)

로버트의 절친한 친구 제리는, 로버트의 아내 엠마와 7년 동안 연인관계를 지속한다. 관계가 끝난 2년 뒤, 제리와 엠마는 어느 펍에서 오랜만에 마주한다.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가며, 역순과 정순으로 뒤섞여 진행된다. 작품은 총 9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별 시간과 장소는 다음과 같다.

1장 현재 펍

2장 몇 시간 후 제리의 집, 서재

3장 2년 전 엠마와 제리의 아파트

4장 3년 전 로버트와 엠마의 집, 거실

5장 4년 전 베니스의 호텔 방

6장 얼마 후 엄마와 제리의 아파트

7장 얼마 후 레스토랑

8장 6년 전 엠마와 제리의 아파트

9장 9년 전 로버트와 엠마의 집, 침실

연극 <배신>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해롤드 핀터의 작품으로 1978년 6월 15일 영국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고 같은 해 올리비에상 최우수 신작-연극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레미 아이언스, 패트리샤 호지, 벤 킹슬리 주연의 동명 영화 ‘배신’ (각색/해롤드 핀터)으로도 제작되어 1983년 아카데미상 각색상 후보에 오르며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뉴욕 브로드웨이, 호주, 홍콩,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터키 등 전 세계 많은 나라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현재까지 계속해서 재공연 되고 있다.

이 작품은 로버트, 엠마(로버트의 아내), 그리고 제리(로버트의 가장 친한 친구)의 삼각관계를 통해 서로에 대한 거짓말과 배신을 보여준다. 특히 엠마와 제리의 7년 동안의 연인관계를 역순(1977년부터 1968년)으로 전개하는 극의 구성은 ‘시간’, ‘기억’, ‘희망’의 상실을 그려낸다. 관객들은 시간이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강렬하지만 때론 불안하고 슬프면서 아름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배신'의 공연에 새롭게 합류한 엠마 역 우정원 배우 /ⓒ권애진

최고의 배우와 창작진이 함께 한 이번 공연에는 양손프로젝트의 배우 로버트 역 양종욱 배우와 제리 역 손상규 배우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엠마 역 우정원 배우의 앙상블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을 뿐 아니라 2015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양손프로젝트’의 연출가로 이 작품의 번역까지 맡은 박지혜와 꾸준히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시노그라퍼 여신동, 그리고 최근 영화, 방송, 공연을 넘나들며 자신의 음악적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정재일 등 개성 가득한 창작진이 모여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더해 주었다. 양손프로젝트의 대표배우 양조아 배우는 아쉽게 이번 공연의 무대에 서지는 않았지만, 액팅코치 역할을 하며 긴장감 넘치는 작품에 힘을 실어 주었다.

'배신'의 액팅코치로 참여한 양손프로젝트 양조아 배우 /ⓒ권애진

‘마이 아이즈 웬트다크’, ‘죽음과 소녀’, ‘여직공’, ‘단편소설극장’ 등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밀도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양손프로젝트는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과 연출 박지혜로 이루어진 소규모 연극그룹으로 팀원들 모두가 작품선정을 포함한 창작의 모든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결정하는 긴밀한 공동창작의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은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의 해외극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는 국립극장,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남산드라마센터, 산울림소극장 등의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길쭉한 사각형의 무대 위에 별다른 무대미술 없이 의자와 테이블 등 간단한 소도구만으로 공연을 이어 간다. 작은 무대는 노이즈 섞인 음악과 함께 아파트, 거실, 호텔 등이 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어 주며 작품 <배신> 속 그 시대 영국의 이야기를 능수능란한 연기로 2019년 대한민국에 안착시켰다. 다른 요소들은 극히 제한하고 배우들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극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배신>은 20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 9월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여 관객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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