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노자' 스크린 영상 사진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연극 본연의 즐거움으로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 <시비노자>가 지난 11일부터 8월 4일까지 대학로 가나의집 열림홀에서 더운 여름날 관객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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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노자' 공연사진_공연 시작 전 스크린을 통해 배심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여 준다 /ⓒ권애진
'시비노자' 공연사진_공연 시작 전 스크린으로 법원에 대한 국민신뢰도 하락 그래프를 보여준다 /ⓒ권애진
'시비노자' 공연사진_1번 배심원장(김혜나), 5번 배심원(조계성), 3번 배심원(김대영), 8번 배심원(조운) /ⓒ권애진
'시비노자' 공연사진_6번 배심원(김세환), 7번 배심원(송보은), 2번 배심원(한지윤), 4번 배심원(박재원), 1번 배심원장(김혜나) /ⓒ권애진

이 연극은 진실에 대한 판단의 두려움, 편견의 어리석음, 생각의 편협함,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연극은 다소 어려운 주제라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고 가볍게 참여하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연극으로 다가서고 있다.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는 강봉훈 연출은 원작 희곡의 12명의 배심원들을 8명의 각양각색의 인간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에 녹여내어 재편집하였다.

'시비노자' 출연진_5번 배심원(조계성), 7번 배심원(송보은), 6번 배심원(김세환), 8번 배심원(조운), 2번 배심원(한지윤), 3번 배심원(김대영), 최세환 조연출, 1번 배심원장(김혜나), 4번 배심원(박재원), 강봉훈 연출 /ⓒ권애진
'시비노자' 1번 배심원장(김혜나) | "1번은 처음에 결정을 못하고 유죄 쪽에 섰다가 어느 순간 무죄편으로 돌아서는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정확하지 않은 증거와 증인의 말을 듣고 소녀를 유죄로 평결 할 수 없을 뿐 아닌라 증인의 증언들이 조금 어설픈 것 같다." /ⓒ권애진
'시비노자' 2번 배심원(한지윤) | "법정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난 사건이고, 선서를 한 증인 두 명과 증거들까지 있다. 거기에다 그 소녀의 전과기록까지 보면 충분히 살인을 했다 해도 의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죄라 생각한다." /ⓒ권애진
'시비노자' 3번 배심원(김대영) | "3번 배심원은 너무나 안일하고 말도 안되는 편견에 빠져 있다. 본인이 처해 있는 상황 때문에 이성적이지 못한 사고를 하게 되고 반대입장의 배심원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권애진
'시비노자' 4번 배심원(박재원) | "사건의 정황증거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소녀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를 주장할 수는 없다." /ⓒ권애진
'시비노자' 5번 배심원(조계성) | "그 누구라도 한 사람에 대해 시시비비를 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번이라는 역할을 통해 툭 내뱉은 말 한마디가 전혀 관련없는 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애진
'시비노자' 6번 배심원(김세환) | "소녀의 살인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두 증인의 증언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증거인 가위까지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공연 시작부터 초지일관 소녀의 무죄를 주장하며 논리적이고 실험적인 인물이다. 증거인 똑같은 가위까지 사 올 정도로 적극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권애진
'시비노자' 7번 배심원(송보은) | "성선설을 기반으로 피고인 소녀뿐만이 아니라 증인들 한명한명까지 그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다. 토론 내내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타당성을 찾아가면서 추리해 나가고 있다." /ⓒ권애진
'시비노자' 8번 배심원(조운) | "현실 감각이 없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오히려 논리적인 순수한 아티스트이다." /ⓒ권애진
'시비노자' 출연진 컨셉사진_5번 배심원(조계성), 7번 배심원(송보은), 6번 배심원(김세환), 8번 배심원(조운), 2번 배심원(한지윤), 3번 배심원(김대영), 1번 배심원장(김혜나), 4번 배심원(박재원) /ⓒ권애진

영화와 연극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알려져 있는 극작가 레지널드 로즈의 ‘12인의 성난 사람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의 대답 여하에 따른 다른 결론을 내리는 관객 참여형 연극은 어떤 면에서는 색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처음 시도하는 대단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익숙한 것들을 조합하여 오히려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였을 뿐 아니라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performance)’의 단점으로 꼽히던 극의 완성도나 완결성까지 두 말 할 나위 없는 연극 <시비노자>는 스토리의 변주와 관객들의 호흡에 속도를 맞춘 전개 그리고 매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관객들의 반응에 어색하지 않게 반응하도록 모든 변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비노자' 에필로그 공연사진_소녀의친구(김헤나), 소녀(송보은)
'시비노자' 에필로그 공연사진_증인1(한지윤), 증인2(김세환), 소녀의 아버지(김대영) /ⓒ권애진
'시비노자' 에필로그 사진_형사1(조계성), 증인2(김세환), 형사2(박재원) /ⓒ권애진
'시비노자' 에필로그 공연사진_증인1(한지윤), 형사1(조계성), 증인2(김세환), 형사2(박재원) /ⓒ권애진
'시비노자' 에필로그 공연사진_형사1(조계성), 소녀(송보은) /ⓒ권애진

오늘 당신이 본 연극 <시비노자>와 내일 공연될 연극 <시비노자>는 같을 수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관객 참여형 연극에 대해 노골적인 관객 참여 연극 ‘민중의 적(2016, LG아트센터)’ 연출가 오스터 마이어는 “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연극적 경험을 통해 현실 속에서 ‘노(NO)’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와 일상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관객 참여형 연극 양식의 긍적적인 한 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당신이 연극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

‘당신은 함께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공동창작자이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당연하게 짓밟히며, 다른 이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쉬이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슬픈 영혼들이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작이 되길 원하는 바람이 이 작품에 담겨 있을는지도 모른다.

작품 <시비노자>는 어렵거나 무겁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관객들의 대답 여하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연극 <시비노자>의 ‘에필로그 공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떠올릴지, 연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어떤 고민들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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