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신시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햄릿>을 관람했다.

이해랑(李海浪, 1916~1989)은 연극배우, 연극연출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정치가이다.

경성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일본요코하마가나가와 중학교를 졸업하였고 중국상하이 후장 대학교 법학과를 중퇴한 후 일본니혼 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니혼 대학교 예술학과 재학 중에 도쿄학생예술좌에 가입하여 학생 연극으로 연극계에 데뷔하였다. 귀국한 뒤 극예술연구회의 후신인 극연좌와 고협, 현대극장에서 활동했다. 이 무렵 좋은 학벌을 갖춘 아들이 연극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다시피하며 고초를 겪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광복후 현대극장 대표였던 유치진이 친일 의혹으로 활동이 뜸한 사이 1945년 극단 전선(全線)을 창립하고, 1946년에는 김동원(金東園) 등과 함께 극예술협회의 전신인 극예술회 창립에 참가하며 우익 연극인들을 이끄는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배우로는 목소리가 무대 연기에 적합하지 못한 편이라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1950년국립극장이 개관하자 극예술협회를 모태로 창단한 국립극장 전속극단 신협의 창립인과 대표를 맡아 이때부터 연출을 겸업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1954년 대한민국예술원 종신회원, 1957년 국립극장 극장장, 1967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으며 대한민국 연극계와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국회로 진출하여 제8대 민주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 제9대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되었다. 1989년4월 8일 만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연출작으로 외국 희곡을 무대에 올린〈천사여 고향을 보라, 〈햄릿, 〈들오리, 〈황금연못,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등 100여 편이 있으며, 저서로 《또 하나의 커튼 뒤의 인생》(1985), 《이해랑 연출교정》(1986), 《허상과 진실》(1991)이 있다.

배삼식(1970~)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번역극과 창작극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을 집필 공연하고,  <열하일기만보>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산문학상, <먼데서 오는 여자>로 차범석 희곡상, <피맛골 연가>로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거투르드>로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다.

그는 <햄릿>을 바탕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극 <거트루드>의 극본은 물론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여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열하일기 만보> <벽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오랑캐 여자 옹녀> <은세계> <주공행장>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벌> <이른 봄 늦은 겨울> <삼월의 눈> <맨 프롬 어스> <최막심> <피맛골> <뮤지컬 도도>를 발표 공연했다.

손진책(1947~)은 영주중학교, 대광고등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심청이 온다> <쾌걸 박씨> <변강쇠> <삼국지> <변강쇠전> <홍길동전> 그 외의 마당놀이 작품을 30년간 연출해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한일 월든컵 개막식, 건국 60년 기념공연, 대통령 취임식, 핵 안보정상회의, 세계군인체육대회 등을 연출하고,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한네의 승천> <죽음과 소녀> <오장군의 발톱> <최승희> <디 아더 사이드> <주공행장>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템페스트> <벽속의 요정> <화선 김홍도> <아시아 온천> <삼월의 눈>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동아연극상, 허규 예술상, 이해랑 연극상, 한국백상예술대상 연출 상을 수상하고 국민훈장 목련장,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연극 <햄릿>은 객석돌출형의 반원형무대다. 국립극장 대극장의 무대에 객석을 만들어 마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듯싶은 느낌이다. 본래 대극장의 프로시니엄 아치 전면, 막이 열리고 닫히는 부분에 흑색의 벽돌문양의 막을 내려 배경 막 구실을 하도록 설정하고 대단원에서 그 막을 열어 출연자들이 대극장의 본래의 객석을 향해 퇴장하도록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의 수만큼 무대에 가로 놓인 커다란 술잔 형태의 놋그릇에서 시작해 마지막 장면도 놋그릇으로 끝이 나도록 연출된다. 연극의 도입에 폴로니우스 역의 박정자가 등장해 화병형태의 용기에 가득담은 물을 가지고, 놋그릇 하나하나마다 차곡차곡 접어 올려놓은 흰 천 옆으로 물을 부어 넣는다. 아홉 명의 출연자가 등장해 놋그릇 앞에 서서 그 담긴 물로 손을 씻고, 광목으로 닦은 후 놋그릇을 들고 퇴장하면, 햄릿 유인촌과 호레이쇼 김성녀가 원작대로 부왕의 망령장면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극이 본격 시작된다. 정동환이 숙부 클로디어스와 부왕의 망령, 손숙이 왕비 거트루드, 전무송이 레어티즈, 윤석화가 오필리어, 손봉숙이 로젠크란츠, 한명구가 길든스텐 등으로 출연하고, 각기 광대 패나, 무덤지기, 궁정무사 등 1인 다 역을 연기하기도 한다.

폴로니어스 역의 박정자는 삽 분 삽 분 단련된 보행으로 춤을 추듯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독특한 성격창출로 그간의 어느 남자배우 못지않은 폴로니어스 역을 펼쳐보이고, 후반부에 매장업자 역까지 능숙한 기량을 발휘한다.

레어티스 역의 전무송은 70대 중반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레어티즈 역을 훤칠한 체구와 전혀 굽지 않은 등으로 젊은이보다 더 젊은이다운 대사와 연기를 펼쳐  갈채를 받는다.

왕비 거트루드 역의 손 숙은 70대로 여겨지지 않는 미모와 관능적인 몸매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숙부 왕 클로디어스 역의 정동환은 뛰어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이 연극에서의 대들보 역을 100% 해낸다. 부왕의 망령 역도 탁월한 기량으로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호레이쇼 역의 김성녀, 이 연극에서 햄릿과의 진실한 우정으로 햄릿을 도와 망령과 조우하도록 만들고, 아비가 독살된 것을 알고 비분강개하는 햄릿을 진정 또는 무마시키고, 국외 추방된 햄릿을 끝까지 돕고 지켜, 대단원에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도록 한 후, 죽어가는 햄릿을 안고 오열하는 남성적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동안 마당놀이 <춘향>에서의 이 몽룡 역 그 외의 남성역에서 보인 김성녀 만의 남성상 창출의 출중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햄릿 역의 유인촌, 젊은 시절의 <하멸태자>, 중년에 무대에 선 <햄릿> 그리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시 한 번 <햄릿>에 도전해, 나름대로의 창의적 발상과 발군의 기량으로 사색적이고 이지적이고 고뇌와 갈등에 쌓인 햄릿의 광적연기를 “로렌스 올리비에(1907~1989)”, “존 길거드(1904-2000)”, “리처드 버튼(1925~1984)”, “니콜 윌리엄슨(1938~)”, “케네스 브라나(1960~)”, “멜 깁슨(1956~)”, “이산 호크(1970~)” 등 어느 햄릿 역을 한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구현해 낸다.

오필리어 역의 윤석화, 환갑나이에 10대 처녀 오필리어 역을 젊은 여인보다 더 젊고 아름답게 통통거리며 펼쳐 보인다. 윤석화가 출연하면 무대가 온통 백합꽃과 그 향기로 가득 찬 느낌이다.

로젠크렌츠 역의 손봉숙, 맑고 투명한 음성으로 남성역의 대사전달을 하지만,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구태여 감추려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남성역을 해내 갈채를 받는다.

길든스텐과 무덤지기 역의 한명구, 그의 쩌렁쩌렁한 음성과 다부져 보이는 체구, 그리고 지성적인 모습은 많은 연극에서 주인공 역으로 출연해 갈채를 받았듯이, 이 연극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연극의 주춧돌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출연자 모두가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내 탁월하고 출중한 연기력으로 연극을 수준급으로 이끌어 간다.

프로듀서 박명성,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의상 김영진, 음악 정재일, 안무 안은미, 음향 김기영, 분장 김유선, 소품 김상희, 드라마트루기 박철호, 무대감독 황 민, 조연출 이지영 김준영, 언더스터디 박지원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신시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햄릿>을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온라인 뉴스팀, newsfree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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