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제목으로 21세기 새로운 흐름인 직접민주주의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현재의 한국정치로는 미래의 희망이 없습니다. 1%의 소수를 위한 정치에서 99%의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100%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비판하고 결정하고 통제하는 민치 – 시민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탈리아 헌법 제1조에서 국민들에게 부여하는 주권은 어쩌다가 하나의 유일한 행사, 곧 특별한 일이 없으면 5년마다 한 차례 자신들의 정치적 대리인들을 선출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그런데 그 대리인들은 매우 역할이 크고 진중한 위임을 받았다는 양심과 책임감을 갖고 공화국에 봉사하기보다는 해가 갈수록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신뢰의 맹세를 저버리고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자신들이 마치 법 위에 있는 이들인 양 일한다.

주권자로서 국민은 통치자들이 권력을 획득하고 그들의 권력을 정당화할 수 있게 투표한다. 그러나 선거 다음날이면 이러한 사실은 까마득히 잊히고 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국민 주권은 축출된 것이다. 만약 주권이 없다면 자유도 사라진다.최근 몇 년간 정치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정당들의 행태는 너무나 뻔뻔스럽게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헌법의 원칙들은 특권 계급이 된 정치 계급을 확실하게 호위하기 위해, 그저 준수되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수도 없이 발길질을 당했다. 렌치(전 이탈리아 수상)가 주창했지만 2016년 12월 4일 실시된 레퍼랜덤referendum에 국민들이 대거 참여한 덕분에 막을 수 있었던 반동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헌법개혁’은 이런 주권 상실의 완벽한 법제화 시도였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그리고 이와 나란히 국민 주권이 점차 더 쇠퇴되어 가는 현상에 덧붙여,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현안에도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요청이 커가면서, 이탈리아에서도 “직접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더 자주 듣게 된다. 이 용어는 어느새 일상용어가 되었으며, 보통 시민들이 직접, 다시 말해 어떤 매개나 국회의 대리인도 없이, 입법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이는 참여라는 개념에 기초하기 때문에 “참여민주주의”라고도 한다.

이 두 단어─“직접”과 “참여”─는 “민주주의”라는 명사 옆에 붙어 이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나타낸다. 즉, 민주주의의 다른 적용 방식, 다시 말해 대의민주주의와 다른 방식의 민주주의를 지칭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 편에서 투표를 통해 선택한 대리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원칙에 기반을 둔다. 간단히 말해,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그들의 역할을 대행할 사람(시장, 국회의원, 총리 등)을 선출하여 그들에게 나라를 운영하고 법을 집행할 임무를 맡긴다.

직접 혹은 참여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직접 법률 제정자가 된다. 레퍼랜덤의 효력에 따라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주권자로서 제안적인 형태이건 거부권 행사의 형태이건 구체적이고 특정한 주제들에 대해 결정을 내릴 직접적인 결정권을 갖는다.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에 맞서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주지하다시피 “국민의 정부”를 뜻하는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농축되어 있는 원칙을 실현시키는 여러 단계의 하나일 뿐이다. 두 체제 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권력 위임이라는 개념에 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이 권력 행사를 대리인들에게 위임하는 반면 직접 민주주의의 도구로서 국민은 직접적으로 정치적 결정, 곧 입법 및 통치 과정에 개입한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민주주의에서 민주적 제도나 선거 및 정치적 대리인 선출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민 참여 도구를 확대하고 강화시킴으로써 직접 민주주의는 제도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출된 대리인들이 하는 일을 보완하고 국민 주권의 원칙을 최대한 적용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직접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고 너무나 자주 그 참된 의미를 왜곡시키고 종종 사람들을 오도하려는 의도로 인용된다.

직접 민주주의는 더욱 확장된 민주주의의 형태일 뿐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그 어떤 중재나 국회의 대리도 없이 직접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한다. 토마스 베네딕토 박사의 본 저서에는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와 방식 및 결과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우선, 직접 민주주의는 장소와 체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다양한 도구를 통해 구체화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안권을 행사하고 일반법이나 대의기구에서 승인한 법령 거부권에 대해 직접 투표할 권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며 시민들에게 보다 광범위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정치인과 지식인 그룹이 이를 반대하고 폄훼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성별, 민족, 사회 계급, 세금 및 교육에 따른 차별 없이 투표권을 모든 시민들에게 확대하는 보통 선거제뿐만 아니라, 19세기와 그 이후에도 교육받지 못한 이들은 선거할 권리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설사 그들을 자유주의자라고 명명한다 해도-역시 저항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자신들을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민주주의의 확산에 반대하기 위해 활용하는 논리 역시 이와 동일하다. 그들이 보기에 국민은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만한 능력이 부족하며, 어쨌든 이런 원칙을 구체화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질적이고 조직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고 왜곡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이 한때는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고, 산더미 같은 정보를 직접 얻어 활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와 지식 습득의 수단과 기회를 엄청나게 확대시켜준다. 직접 민주주의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일상적 주제에 대해서까지 끊임없이 투표에 부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가히 종말론적인, 기괴한 시나리오도 실제와는 다르다. 현재 직접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이 책에 실린 구체적인 예들이 그것을 입증해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민발안 형식의 법률 제안이 다양한 분파의 연합 형태 혹은 원내 정당 분파들로부터 다양하게 제출되었다. 심지어 렌치 정부에서 원했던 헌법개정 안-2016년 레퍼랜덤으로 저지된-에서도 부분적이고 불충분하긴 해도 레퍼랜덤 권리 관련 몇 가지 내용을 헌법개정 안에 담았다. 그러나 이 제안들 중 그 어느 것도 이후에 구체적인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탈리아의 직접 민주주의는 여전히 폐지를 위한 레퍼랜덤을 실행하는 단계 수준인 1970년대의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이런 식의 제한된 레퍼렌덤은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의 저력을 끌어 모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모든 이들에게 명확해졌다. 전국 및 지역 정부의 입법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법률을 즉각 저지하도록 개입했던 경우가 많이 있었다. 국민들의 입법발안을 직접적으로 래퍼래덤에 회부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단순한 법률 제안들이 거의 고스란히 의회 의원들에게 묵살당하거나 기각된 것도 그러하다. 이는 결국 법률 폐지를 위한 레퍼렌덤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레퍼렌덤은 겨우 정족수를 넘어 실시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경우에도 입법의 공백 상태를 만들었다. 그 이후에도 법률을 제안한 발안자들의 입장이나 의도와 다르게 의회에서 그 공백이 메워지는 일이 발생했다.

성취해 낸 직접 민주주의는 이러한 유형의 모델에 내재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대의민주주의가 통합적인 것이 되고, 말 그대로 민주주의가 되려면 이런 도구들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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