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하는 일들을 보면 어지간히 할 일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새삼스레 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일까지 끄집어내어 정쟁의 도구로 삼는 걸 보면요. 변호사 시절 친일파를 변호한 경력이 있으면서도 친일파를 비판한다고 꼬집는 게 바로 그 좋은 예지요.

영화속의 한 장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 자신도 변호사는 누구든지 변호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devil’s advocate’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살인범, 강도, 강간범 등 온갖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당연히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변호사 시절 친일파를 변호했다는 것은 전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친일파를 변호한 경력이 있으면서도 친일파를 비판한다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친일파를 변호한 사람은 친일파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에 중대한 하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살인범을 변호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살인행위를 비판할 자격이 없어집니다. 여러분들 이 논리에 손톱만큼의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살인범, 강도, 강간범을 변호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이 세상의 온갖 흉악한 범죄행위 그리고 그걸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비판의 말을 할 수 없게 되네요.

또 하나 지적해야 할 점은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은 사건은 김지태 씨의 친일행위 그 자체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친일행위에 대한 시비가 걸린 것이 아니라 그의 사후 유산 상속과 관련한 법률적 시비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그 사건과 어떤 사람의 친일행위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 사건을 문 변호사에게 맡긴 사람은 김지태 씨가 아니라 그의 유족들입니다. 따라서 연좌제를 적용한다면 모를까, 엄밀하게 말해 친일파를 변호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그 일을 들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연좌제를 적용해 친일파의 자손 역시 친일파라고 말하면 펄펄 뛰며 이를 부정할 것이 너무나도 뻔합니다.

정도를 걷는 정치인 혹은 언론인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정책을 통해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어떤 정치인의 사생활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지금 이 경우처럼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헐뜯고 보자는 것은 보기 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부 정치인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아무 하는 일도 없이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정치인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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